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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스스로 이룬 승리 박은태 [No.149]

글 |배경희 2016-03-04 9,448

10년 전 <라이온 킹>에서 앙상블로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박은태. 존재감이 옅은 신인 시절,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부단히 노력해 온 그가 다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풋풋한 신인 배우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성실히 상승 곡선을 그려온 그의 인생 그래프를 돌아본다.




인생을 바꾼 계기 <라이온 킹>
“데뷔작 <라이온 킹>은 평생 고마워할 소중한 작품이에요. 어쩌다 가끔 ‘우연히 <라이온 킹>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해 보면,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평범한 회사원이 됐을 것 같거든요. 가수 지망생으로 방황하던 시기에 우연히 만난 <라이온 킹>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죠. 사실 <라이온 킹>을 시작하고서도 뮤지컬 배우가 내 길이 맞는지 확신할 순 없었어요. 이십 대 중후반이었던 그때 당시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 꿈을 찾아가는 것만 같은데, 내 꿈만 흐릿하게 느껴지는 게 얼마나 두렵던지.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고는 불안함을 견딜 수 없어 뮤지컬 연습에 집중했던 게 나중에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만약 10년 전의 제 자신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다면, ‘토닥토닥’ 잘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성장의 시간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 재연, 삼연까지 출연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저를 앙상블에서 주조연으로 성장하게 했어요. 한마디로 제게 가속 페달을 밟게 해준 작품이죠. 오랜 기간 공연한 만큼 많은 추억이 있지만, 두 번째 재공연 중 성대결절로 고생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당시 음이탈 실수 정도가 아니라 불안한 음정으로 공연을 이어갔거든요. 지금은 긴장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그땐 공연이 버겁게 느껴질 만큼 무대에서 떨 때라 노래를 망쳐버린 창피함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무대 바닥 아래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기분이었죠. 성대결절을 겪은 이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목 관리에 매진했는데, 그러면서 관리법을 조금씩 터득해 갔던 것 같아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필요한 덕목을 배운 셈이죠.”




즐거운 기억 <엘리자벳>
“<엘리자벳>은 작품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출연을 결정했던 작품이에요. 당시엔 작품을 선택할 때 소속사의 의견을 많이 따르는 편이었거든요. 스스로 작품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루케니라는 역할이 저한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줄 몰랐어요. 루케니는 주인공 엘리자베트 황후를 죽인 시해범이자 극을 이끌어 가는 해설자인데, 거리낌 없이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캐릭터라 연기하는 쾌감이 상당했죠. 무엇보다 어둡고 슬픈 감정을 이끌어낼 필요가 없어서 좋았고요. 주로 비극적인 정서가 강한 작품에서 처절한 캐릭터를 맡아 오다가 무대에서 흥겹게 놀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우울한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즐겁고 재미있게 공연한 기억이 더 강렬한 것 같아요.”




시험의 무대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는 출연하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그때처럼 가까운 지인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던 적도 없었죠. 그런데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부정적인 의견을 자꾸 듣다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조승우를 탄생시킨 작품의 10주년 기념 공연에 두 배우와 함께한다는 게 영광스럽기도 했고요. 숱한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지만, 공연을 준비하면서 부담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의 압박을 느꼈어요. <지킬 앤 하이드>는 배우 박은태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험의 무대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킬 앤 하이드>는 제게 터닝 포인트 같은 작품이죠. 무사히 첫 공연을 마치고 나서 저도 모르게 오열을 터뜨렸을 때, 저와 함께 울어주시던 관객들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영광의 순간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초연은 지금 생각해 봐도 예상 못한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대형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만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위해 한마음이 되어 협력했고, 그게 성공에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프랑켄슈타인>의 성공으로 견고한 팀워크가 만들어내는 진실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느꼈죠. 개인적으론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까지 받아서 더욱 정진해 갈 힘을 얻었고요. 하지만 한편으론 재공연 출연 제의를 선뜻 못 받아들였을 정도로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해요. 초연 당시 저주받은 피조물이라는 캐릭터에 빠져 일상에서도 우울함을 떨쳐내지 못해 무척 고생했거든요. 그때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캐릭터에 빠져드는 건 결코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도 여전히 무대 위에선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남은 두 달의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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