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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배쓰맨> 안무·연출가 정도영 [NO.168]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7-09-22 4,504

편견을
벗어던져라!



<배쓰맨>은 한국의 목욕 문화를 쇼 코믹 뮤지컬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작품은 세신사(목욕관리사)란 현실에선 친숙하지만 무대에서는 낯선 소재를 바탕으로 세상의 편견에 관한 이야기를 던진다. <배쓰맨>은 <비스티>, <빈센트 반 고흐>, <베어 더 뮤지컬> 등의 안무가로 활약한 정도영의 첫 연출 도전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작품의 안무와 연출을 맡아 한국의 목욕 문화를 특별한 무대로 꾸려낼 정도영. 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배쓰맨>은 어떤 모습일까?




<배쓰맨>으로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작품을 쓴 이동규 작가와 친구다. 세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안무로 풀어야 하는데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함께 해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안무가로 먼저 참여했고, 이후 연출까지 도맡게 됐다. 연출에 도전하는 것은 참 뜻깊은 일인 것 같다. 그만큼 작품에 큰 애착이 생긴다.


안무가로서의 경험이 연출 과정에 장점이 될 것 같다.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연습 과정을 옆에서 봐왔고, 다른 연출들의 노하우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되더라. 그리고 장면 전환은 안무가의 몫이 크다. 그러다 보니 장면을 빨리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혼자 두 가지 일을 하니까 연출이 안무를 설득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도 줄어들었다. 반면 드라마적인 깊이를 놓치는 것이 안무가들의 단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보완해 작품에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 중이다.


작품의 소재가 독특하다. 한국의 목욕 문화인 세신사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를 어떤 컨셉으로 풀어낼 예정인가?
목욕탕은 세상의 차별과 편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성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오래된 남성 전용 목욕탕 백설탕은 최신식 찜질방 스파피아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때 백설탕에 미스터리한 신입 세신사 줄리오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줄리오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세상의 편견을 벗어던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은 세상의 차별과 편견을 이야기하고, 무대에서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예를 들면, 배경이 목욕탕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옷을 벗은 채 등장한다. 그리고 수건 하나로 몸을 가리며 춤추는 안무가 있다.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쇼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차별과 편견을 다 벗어던지자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벗는다고 해서 야하거나 선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마치 남자 친구가 무대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려고 한다.


특히 어떤 캐릭터가 사랑스럽나?
오랜 경력의 세신사 최장남과 신입 세신사 줄리오에 대한 애정이 크다. 줄리오는 극을 끌고 가는 역할인 만큼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최장남은 세신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고집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세신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세신사를 무시하면 더욱 오버해서 화를 낸다. 이런 감정들을 만들면서 최장남에게 더 애정이 생겼다. <배쓰맨>의 모태가 된 일본 영화가 있는데, 바로 <테르마이 로마이>다. 고대 로마 공중목욕탕 테르마이의 건축설계사가 타임슬립으로 현대 일본 목욕탕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그런데 이 영화의 캐릭터 자체가 매우 과장된 행동을 한다. 감동을 받을 때도 엄청나게 오버를 한다. 이 캐릭터에서 착안한 게 최장남이다. 극 초반부터 최장남이 오버하는 것은 자기 직업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숨기고 싶어하는 심리를 반영한 거다.





세신사는 목욕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을 안무로 표현하는 과정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작업 초반엔 굉장히 난해했다. 그래서 목욕탕을 많이 다니면서 세신사의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우선 이태리타월을 활용해 세신 동작들을 보여주는 안무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세신에만 치중하기보다 거기에 더 새로운 것을 더하려고 했다. 신입 세신사 줄리오는 전직 여성 뷰티숍 직원이다. 그래서 자기가 배운 기술을 세신으로 승화시킨다. 그 과정에서 미스트 같은 소품을 활용하려 했다. 세신 동작을 추상적으로 묘사해 귀엽게 만든 장면도 있다. 개인적으로 <비스티>의 ‘누나송’을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소극장은 동작이 화려해야 하는 대극장과 달리 작은 제스처를 안무로 만드는 것이 좋더라. 소극장의 안무는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안에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린다.


현대무용가 한선천이 줄리오로 출연하는 것도 눈에 띈다. 그만큼 안무에서 볼거리가 많지 않을까?
예전에 한선천 배우의 무대를 봤는데,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 꼭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선천 배우를 위해서라도 움직임을 많이 넣으려고 한다. 남자가 봐도 춤 선이 참 아름답다. 줄리오가 옷을 벗고 춤을 추는데, 그의 무대에선 그것이 더욱 아름답게 표현될 것 같다. 우리 공연이 <미스터 쇼>와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이 캐릭터에 공감을 부여했다는 거다. 움직임만으로도 아름다운 사람이 캐릭터의 정서를 풀어내는 것, 그 자체가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줄리오 역의 다른 캐스트는 또 어떤 매력이 있나?
줄리오 역 세 배우의 매력이 다 다르다. 한선천 배우는 눈 호강을 할 수 있고, 김지철 배우는 드라마와 캐릭터 해석력이 좋다. 그래서 감정이입도 탁월하다. 이전 무대에서 보여주었듯 노래도 참 잘한다. 귀로 호강할 수 있는 캐스트라 생각한다. 서동진 배우는 딱 봐도 훈남이다.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랄까? 배우의 곧은 이미지를 무대에 잘 반영하려고 했다. 정서적인 면을 더 파고들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캐스트이다.


10월 개막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안무도 맡았다. 살짝 예고편을 들려준다면?
작품 자체가 이상향적인 느낌이 있다.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도 새롭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특성상, 모든 관객들에게 열린 입체적인 구성이 나올 것이다. <베어 더 뮤지컬>이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은 극적인 캐릭터들의 성향을 반영한 안무가 이어질 것 같다. 그리고 작품을 일차원적이거나 직선적으로 풀지 않고 모던하게 전개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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