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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가슴을 울리는 열일곱 발의 총성, <공동경비구역 JSA> [No.124]

사진제공 |창작컴퍼니다 정리 | 배경희 2014-02-03 4,388

지난해 12월 7일, 작품 개발 단계부터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공동경비구역 JSA>가
워크숍 공연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열흘 남짓한 짧은 공연 기간 동안
<공동경비구역 JSA>에 쏟아진 관심은 웬만한 작품들의
인기를 앞지를 정도로 뜨거웠다.
워크숍 공연을 마친 후 곧바로 정식 공연 준비에 들어간
최성신 연출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하자는 마음으로

3년 전쯤인가, 이희준 작가에게 대본을 하나 썼으니 읽어봐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때 이 작가가 건네준 대본이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다. 대본을 읽은 소감은 군더더기 설명을 더할 것 없이 “재미있다”였다. ‘<공동경비구역 JSA>’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명 영화를 떠올리겠지만(영화 판권을 욕심냈던 프로덕션은 꽤 있었지만, 공동으로 집필한 대본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무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작가가 원작으로 삼은 건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다. 나 또한 영화를 각색한 대본일 거라 생각하고 읽었던 터라, 예상과 다른 드라마 진행이 무척 흥미로웠다.
영화 역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두 작품이 다루는 이야기에는 꽤 차이가 있다. 영화는 남북 병사들의 우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원작은 남북 분단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룬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남북 병사의 총격 사건을 두고 영화는 ‘누가 총을 쏘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원작은 ‘그는 왜 총을 쏘았는가’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진한 우정을 나누던 남북 병사들이 밖에서 들려온 오발 사고 소리에 왜 방아쇠를 당기게 됐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희준 작가가 작품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후자였다.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 여전히 ‘전시 상황’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현실을 비춰보고 싶었던 것이다. 로맨스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뮤지컬에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만든다는 건, 어쩌면 무리한 시도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창작자로서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뜨거운 관객 반응을 이끌어낸 워크숍 공연

이희준 작가가 꽤 오랜 기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공동경비구역 JSA>가 본격적인 무대화 작업에 들어간 건, 지난해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우수작품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그덕분에 독회 공연, 워크숍 공연의 기회를 얻게 돼서 기간 내에 작품을 발전시켜야 했다. 박해수, 양준모, 정상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독회 공연부터 함께해 주었던 덕에, 워크숍 공연에 적지 않은 관심이 모였다. 사실 워크숍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두려울 정도로 과분했다. 특히 반응이 좋았던 장면은 남북 병사가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우정을 쌓게 되는 ‘쪽지놀이’다. 남한 병사 김수혁과 북한 병사 오경필, 정우진이 앞자리의 관객을 통해서 서로 쪽지를 주고받는다. 연습 과정에서 분위기 환기를 위해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뭐가 좋을까 배우들과 고민하다 만들어진 장면이다. ‘쪽지놀이’는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남과 북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을 수 있는 벽이라는 주제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녀를 위해, 누나를 위해’ 나라를 지키겠다고 말하는 병사들의 합창 신 ‘누나를 위해’는 쇼적인 재미를 위해 넣은 장면인데,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대적인 배경을 알려줄 수 있었다.

 

 

 

다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책임수사관 베르사미 소령의 비중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다. 이는 워크숍 공연에 앞서 지난여름에 진행된 독회 공연에서도 지적이 됐던 부분. 독회 공연 이후 모니터링 의견을 받아들여서 1막 초반의 베르사미의 솔로곡 ‘내 아버지’를 삭제했지만, 베르사미의 비중 이야기는 여전히 나왔다. 하지만 비중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 베르사미를 해설자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수혁이 아닌 베르사미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음악보다 드라마가 보이는 게 중요했기에 꼭 필요한 상황에만 음악을 넣었고, 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곡이 없다보니 이런 반응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드라마를 부각할 수 있는 음악을 써달라고 요청한 결과라 작곡가에게 미안하다. 정식 공연에서는 새로운 곡을 추가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워크숍 공연 당시 가장 의견이 분분했던 부분은 수혁과 수혁이 기르던 정찰견 백구, 베르사미의 아버지, 수혁을 쏜 군인들, 네 가지의 이야기 구조다(대부분의 관객들이 삼층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네 개의 이야기다). 반공 교육으로 고정관념이 생긴 수혁, 손전등을 비출 때만 먹이를 먹도록 훈련된 백구, ‘미군이다’라는 소리에 반공포로였던 동생을 죽인 베르사미의 아버지, 수혁을 쏜 군인들, 네 가지 이야기가 모두 같은 모티프의 변주다. 구조주의 뮤지컬이 가능할까 하는 양식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건데, 다행히 관객들이 이야기를 잘 받아들여줬던 것 같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아서 그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까 고민이 된다.
워크숍 공연 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빠르게 정식 공연이 추진돼서 애초의 계획보다 공연 일정이 훨씬 더 당겨졌다. 올 봄에 올라갈 정식 공연에도 워크숍에 함께했던 배우 전원이 그대로 출연할 예정. 하지만 워크숍 공연의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무리하게 작품의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주제 전달이 중요한 작품이다. 연극 정신으로 만들었다. 아마 작품 내용과 무대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극장 무대에 따라 앙상블 인원은 추가할 생각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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