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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셜록홈즈2> 무대 들여다보기 [NO.126]

글 |이민선 2014-04-09 4,667

극의 정서와 정보를 담은 무대 디자인

 

 

 

짓다 만 듯한 건물과 다리처럼 보이는 메인 포탈(막 주위를 액자처럼 둘러싸고 있는 세트)이 서 있고, 막이 오르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계단을 사이에 둔 두 벽이 보인다. 이곳이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 펼쳐지는 무대다.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셜록 홈즈와 연쇄 살인마 잭의 두뇌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작진은 둘의 만남을 “가늠할 수 없는 힘과 무게를 가진 두 벽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았다. 무대 중앙에 버티고 선 두 벽은 무시무시한 두 인물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지난해 열린 쇼케이스 때부터 <셜록홈즈2>의 무대를 책임진 최영은 무대디자이너는 잭 더 리퍼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리서치 하다가 살인 사건 현장을 보여주는 한 삽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산한 분위기의 좁은 골목 계단에 처참하게 죽은 여자의 시체가 있고, 양 벽에는 범행의 흔적과 메시지가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단서들은 골목 끝에 서 있는 한 남자를 가리키는 것 같다. 남자는 실루엣만 보일 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이미지에서 양쪽 벽에서부터 밀려오는 중압감이 느껴졌고, 잭은 암호 같은 단서를 남기며 범행을 저지르고 셜록 홈즈는 잭의 범행을 막기 위해 그가 남긴 단서들로 추리를 해 나가는 극 중 관계가 보였다.” 최영은 디자이너는 이 이미지를 모티프 삼아 <셜록홈즈2>의 무대 디자인에 들어갔다. 중앙에 배치된 두 벽은 그렇게 탄생했다. 두 벽 아래에 설치된 턴테이블과 슬라이드가 벽체와 함께 전환되면서, 이곳은 거리 및 니콜라스 저택, 경시청 등으로 변한다. 회전 무대는 홈즈와 잭의 쫓고 쫓기는 관계에 긴장감과 속도감을 증가시킬 것이다.

 

메인 포탈의 디자인은 공사 현장을 참고했다. “19세기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급변했다. 그 당시 많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졌고, 또 이 시기에 타워브리지도 공사 중이었다. 급속도의 성장 뒤에 숨겨진 타락한 도시의 실상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게 최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양쪽 포탈의 공간들은 에드거와 홈즈의 은신처로 쓰일 예정이라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공사 현장의 이미지로 표현하기 적합하다.

 

<셜록홈즈2>에서는 영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사실적인 묘사나 추상적인 이미지로 범행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은 물론, 현재와 과거의 시간적 요소도 영상 이미지를 통해 표현된다. 특히 <셜록홈즈1>에서 보았듯, 홈즈가 날카롭게 추리해내는 장면에서는 기호와 패턴 등 상징적인 요소와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단서들이 영상으로 제공된다. 이때 배우의 연기와 영상이 교류하며, 관객은 홈즈의 두뇌 속으로 안내받게 된다. 영상의 활용을 염두에 두었던 터라, 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세트와 영상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조율”했다. 벽면은 단순한 가림막이 아니라 영상이 투영되는 스크린 역할을 하므로 “벽면의 질감과 실루엣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고. 소극장에서 시작해 다소 협소하고 답답했던 <셜록홈즈1> 무대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셜록홈즈2>의 무대는 좀 더 화려하고 기능적으로 스릴 넘치는 드라마를 뒷받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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