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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미리 보는 <셜록홈즈2> [NO.126]

글 |이민선 2014-04-09 4,394

2014년 라인업 중 인지도 및 호감도 순위에서 선두를 다퉜던([더뮤지컬] 1월 호 특집 기사 참조) 두 대형 화제작이 드디어 첫선을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과 수정 보완 작업에 한창인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과 <프랑켄슈타인>을 집중 해부한다. 먼저 포문을 여는 것은 1편이 공연된 후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된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다. `잭 더 리퍼’가 부제에서 빠지긴 했지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의 매력은 여전하다.
다음으로는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 <프랑켄슈타인>이다. 연초 201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기도 한 작품이지만, 미스터리한 요소가 중요한 만큼 제작사의 철저한 보안 유지 때문에 취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연출의 팁과 개별 스태프와의 접촉을 통해 드러난 컨셉만으로도 작품의 분위기를 예상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원작과의 비교, 음악과 무대 컨셉,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통해 두 작품의 매력을 미리 맛본다.

 

 

 

 

<셜록 홈즈> 인기 캐릭터에서 뮤지컬까지 셜록 홈즈의 탄생
셜로키언에게 셜록 홈즈는 아버지 사이거 홈즈와 어머니 바이올렛 셰린포드 사이에서, 1847년에 태어난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 다음으로 1854년에 태어난 이로 통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이는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다. 홈즈는 도일이 1887년에 쓴 단편 「주홍색 연구」에서 처음 등장한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그를 향한 독자들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56편의 단편과 4편의 장편에서 홈즈를 묘사한 한 문장 한 문장은 그를 ‘실존했던’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런던 베이커 가 221B, 허드슨 부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존 왓슨과 함께 살면서 수많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한 민간 자문 탐정이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적인 정보. 소설 속의 표현들을 조합해보면, 홈즈는 키가 크고 말랐으며 살집이 없는 매부리코에 각지고 돌출한 턱을 하고선, 운동은 거의 하지 않지만 힘에선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권투 솜씨가 있으며, 발이 빠르고 손힘이 유난히 강한 편이다.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매우 정력적인 체력을 자랑한다는 것도 그의 특징. 해박한 지식과 철저한 현장 관찰로 사건을 분석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연평균 50건의 사건을 맡지만 십 년간 네 번의 실패에 그친, 뛰어난 탐정이다. 현장에 있는 외상 없는 시신과 주위의 몇 가지 단서만으로 사인과 가해자의 키, 담배 취향을 추리해내며, 가끔 변장해 직접 사건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1894년에 출간된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는 말 그대로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다 폭포 아래로 떨어졌으나,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10여 년 후 사실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설정으로 탐정 일에 재기한다. 사회성이 부족한 홈즈지만 늘 그의 곁에 있는 인물은 동거인이자 동료인 존 왓슨. 왓슨은 홈즈의 수사를 도우며 그의 공적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직업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종종 수사에 홈즈의 도움을 요청하는데, 협조를 구하기보다는 홈즈의 지시를 따르는 듯 보일 때가 많다. 셜록 홈즈의 성격과 수사 방법, 왓슨과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등장은 뮤지컬 <셜록홈즈>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홈즈가 맡게 되는 사건은 도일의 원작에 등장한 것이 아닌,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창작한 것이다.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의 출발
원작 소설처럼 시리즈물 제작을 공표했던 뮤지컬 <셜록홈즈> 제작진은 애초에 1편은 추리, 2편은 스릴러, 3편은 액션 어드벤처로 장르를 확정짓고 주요 줄거리 구상을 마쳤다. 1편에선 홈즈가 이미 일어난 사건에 숨겨진 비밀과 범인을 추리해 나갔다면, 2편에선 살인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객들은 홈즈와 함께 현재 진행형의 사건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홈즈가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계획된 범행을 미리 막을지 못 막을지 긴장감을 극대화한 <셜록홈즈2>가 소재로 삼은 것은,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 잭이다. 천재적인 탐정 홈즈가 역사 속에 실존했으나 결국은 잡히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 잭의 실체를 밝히고 붙잡을 수 있을지, 두 인물의 대결 설정부터 흥미롭다.


실제로 잭은 1888년 10주에 걸쳐 런던 화이트 채플에서 매춘부들을 대상으로 다섯 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그 사건들을 분석해보면, 처음 네 건과 마지막 한 건의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 마치 마지막 살인을 위해 네 차례를 시도한 것처럼 살인 방식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앞의 네 건은 실외, 마지막은 실내에서 행해진 점, 네 명은 늙고 자식이 많았지만 다섯 번째 피해자는 젊고 자식이 없었(으나 임신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네 건은 급히 해치웠으나, 마지막 사건에서 범인은 몇 시간에 걸쳐 여자를 죽인 후 옷도 단정히 개어놓고 내부 장기를 꺼내어 시체 주변 곳곳에 전시해두었다. <셜록홈즈2>의 김은정 작가와 노우성 연출은 마치 종교 의식을 지낸 것처럼 자행된 마지막 범행에서 드라마의 영감을 얻었다. 이 끔찍한 사건들이 무작위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특정 여성을 노려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계획된 범행이라면, 잭은 누구이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이런 상상력에서, 가상의 인물 홈즈가 실존했던 살인마 잭을 추적하는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 시작된다.

 

 

 

 

‘블러디 게임’의 정체는?
<셜록홈즈1>이 ‘춤추는 사람’이란 사건으로 시작했다면, <셜록홈즈2>는 ‘Jack The Ripper’의 역사 속 연쇄 살인으로 시작된다. 셜록 홈즈(송용진, 김도현)가 있는 동안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 이 시기에 홈즈는 빅토리아 여왕의 특명을 받고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에 가 있었다. (이건 단순한 책임 회피가 아니라 <셜록홈즈3>을 위한 미끼이기도 하다.) 왓슨(이영미)의 보고를 듣고 이미 일어난, 그리고 그 자체로 완성돼 보이는 다섯 건의 사건을 분석한 후 홈즈는 “잭은 이제 사라질 것이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를 다시 불러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레스트레이드 경감(이정한)과 함께 시민들 앞에서 아놀드 하퍼라는 이를 잭으로 둔갑시켜 붙잡은 후, 잭을 여성으로부터 학대받은 성 불구자, 아주 하찮은 인간이라 멸시한다. 이에 분노한 잭이 다시 나타나도록.


잭이 사라진 4개월 후, 잭은 다시 돌아와 고아원의 에밀리 원장을 살해하고 홈즈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XC DXXII’ 이 암호를 해독하고 에밀리의 살해 현장에서 단서를 포착한 홈즈는 이번에도 잭이 계획된 다섯 건의 살인을 저지를 것이며 이 핏빛 가득한 게임에 자신을 끌어들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홈즈의 예상과 추적으로 잭의 예고 살인을 막을 수 있을 듯하였으나, 하룻밤에 사교계의 여왕 제시카 나이틀리와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 올리비아가 연이어 살해된다. 홈즈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혼란에 휩싸인다.

 

한편, 더 이상 홈즈를 믿지 못하게 된 런던 경시청은 2개월 전 ‘잭은 살아있다’며 홈즈에 반기를 들었던 버밍엄 최고의 경찰 클라이브 오웬(윤형렬)을 이 사건에 투입시킨다. 그 역시 꽤 똑똑하지만, 클라이브 자신은 잭을 잡을 수 없다고 인정한 후 홈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동반 수사를 진행하되 외부의 시선에선 자신이 전면에 서겠다고.


잭의 등장과 함께 사건 현장 어딘가에서 늘 발견되는 미스터리한 인물 에드거(이주광)가 있다. 그는 장님인 여동생 마리아(정명은) 옆을 항상 지키고 있으며, 마리아는 신의 사도인 듯 그의 말을 전해 공포에 빠진 런던 시민들을 교회로 불러들인다. 잭과 관련된 인물로 예상되는 에드거와 마리아는 누구이며, 잭은 대체 무슨 한 맺힌 사연을 말하고자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지, 홈즈의 추리와 추적으로 밝혀진다.

 

 

 

 

노우성 연출이 귀띔해준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관람 포인트

● 실존 인물인 살인마 잭과 소설 속 가상 인물인 셜록 홈즈의 만남. 이것이 이 작품을 처음 떠올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를 흥분시키게 만드는 점이다.

 

● 이번 작품은 <셜록홈즈1: 앤더슨가의 비밀>과 <셜록홈즈3: 홈즈와 루팡의 대결(가제)> 사이에 있다. 각각의 작품은 모두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연속성도 있어야 한다. 이들은 같은 선상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맛의 작품이어야 한다는 의미. 때문에 세 편의 장르를 모두 다르게 설정했고, 각각의 장르가 지닌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작업을 진행했다. <셜록홈즈1>은 굉장히 친절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이란 장르의 특성상, 본격적인 추리물은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서 로맨틱한 사연과 멋진 주인공들을 삽입했던 것. 하지만 1편을 경험한 관객들을 믿고, 2편에선 확실하게 장르에 충실하려 했다. 스릴러를 표방한 만큼, 관객들은 드라마 구조와 음악,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극적 긴장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타인에 대한 연민 없이 가차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이다. ‘이 살인마는 왜 감정이 없어졌을까?’ 이 질문에 집중했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괴물로 존재하지는 않았을 거라 믿고 싶다. 괴물로 자라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통해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는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느껴주시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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