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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관련 프로그램 - 프로젝트박스 시야 [No.128]

글 |송준호 사진제공 |프로젝트박스 시야 2014-06-02 4,060
우리끼리 즐기는 또 하나의 뮤지컬

일주일 중 공연이 없는 월요일 저녁. 한 떼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태원 인근의 동빙고동으로 향한다. 포털 사이트의 공연 정보란에도 나오지 않는 그들만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트위터 팔로잉이나 멤버십 메일링 등 사전 신청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한 이 행사는 프로젝트박스 시야가 마련한 관객과 창작진의 교류 프로그램이다. 



관객을 향한 창작진의 변(辯) ‘크리에이티브 라운지’
지난 2012년 개관한 프로젝트박스 시야(이하 ‘시야’)는 웬만한 뮤지컬은 다 섭렵한 마니아들의 갈증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풀어주는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다. 다른 공연장들보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마니아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충족시키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시야의 프로그램들은 주로 창작자의 체계적인 육성과 창작 작품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창작자들에게 공연 산업 전반에 대한 실무 교육을 실시하는 ‘시야 플랫폼’과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창작자나 콘텐츠를 발굴해 지원하는 ‘시야 워크숍’이다. 이는 주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모든 과정이 완료된 후 쇼케이스나 워크숍 형태로 일반에도 공개돼 마니아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야에서는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운영 중인데, 그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행사는 단연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다. 2012년 출발한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는 조용신 프로듀서가 진행하는 관객 개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편의 뮤지컬을 두고 창작진들의 의도와 구상이 궁금한 관객과, 작품에 대해 관객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창작진의 요구가 호응해 탄생했다. 그래서 다른 곳의 관객 행사처럼 단순히 배우들의 토크 콘서트 컨셉이 아니라, 주요 창작진들이 초청돼 작품의 제작 과정과 뒷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달에는 막 공연을 마친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 관객들과 만났다. 이날 게스트로는 노우성 연출가와 전편에서 왓슨 역을 맡기도 했던 김은정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최종윤 작곡가와 홈즈 역을 맡은 김도현 배우가 출연했다.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는 이런 식으로 배우를 포함해 서너 명의 게스트가 나오는데, 평소 관객들 앞에서 오랜 시간 말할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좋은 ‘멍석’이 된다. 관객들은 프로그램 북에도 나오지 않는 정보를 접하게 되고, 또 배우와 창작진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도 발견하는 일거양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두 시간에 걸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대를 향한 객석의 몰입도는 공연 관람 시의 그것에 못지 않는다. 그만큼 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가 언론의 해설 기사나 리뷰로는 충분치 않았던 마니아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첫 행사를 성공리에 치른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는 이번 달에는 얼마 전 공연을 마친 화제작 <공동경비구역 JSA>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깊게 보고 미리 본다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와 ‘시야 콘서트’
초창기 뮤지컬 마니아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텍스트로 삼아 자발적인 스터디 그룹을 꾸려왔다. 뮤지컬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되짚으며 장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키워보려는 취지였다. 시야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바로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다. 박천휘 작곡가의 강의로 2012년부터 지속돼온 이 프로그램은 뮤지컬의 발전사와 장르적 특성을 비롯해 ‘코미디’, ‘정치’, ‘동성애’ 등 뮤지컬과 관련된 여러 가지 테마를 심도 깊게 알아보는 시간이다. 워낙 전문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인 만큼 일반 관객들보다는 관계자나 전공생들의 참여율이 높다. 

‘시야 플랫폼’의 쇼케이스에서는 재능있는 신인 배우나 창작자의 ‘싹수’를 발견할 수 있다. 집중적인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와 창작자들의 실력은 향상되고, 그것을 관객들 앞에서 평가받는 자리가 바로 쇼케이스다. 지난해 차례로 진행된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사가들’, ‘시야 플랫폼: 배우들’은 각각의 쇼케이스를 통해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작곡가와 작사가들은 ‘『위대한 개츠비』 프로젝트’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였다면, 배우들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기존 뮤지컬 음악을 결합한 형식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신예들의 발견과 더불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북 오브 몰몬>, <원더랜드>, <라이트 인 더 피아자> 같은 넘버들도 접할 수 있었다. 시야 측은 올 여름 또 한 번의 오픈 클래스와 쇼케이스를 계획 중이다. 

한편 하반기의 기대작 중 하나인 조용신 작, 연출의 <도리안 그레이>는 바로 ‘시야 워크숍’의 개발 지원과 협력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7월 단 이틀간 쇼케이스 형태로 공개됐는데, 공연계 관계자들과 관객들이 시야의 작은 공간에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바 있다. 1막 전체와 2막 도입부까지만 공개된 이 작품은 개발 과정을 발표하는 성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이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작품이 오히려 더 큰 기대감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단 이 ‘시야 워크숍’ 공연은 시야 블로그의 덧글로만 신청이 가능하고 회당 20석이라는 제한이 있어 관람의 기회를 얻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시야 워크숍’처럼 창작 작품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시야 콘서트’다.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업들을 고유의 개성을 담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콘서트에서 작곡가는 프로듀서이자 주인공이 된다. 자신의 기존 작품과 초기작, 아직 발표되지 않은 준비작까지 공연할 곡들을 직접 선택하고, 그 곡들로 무대를 꾸민다. 그 무대에 맞는 배우들도 섭외해 출연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연계 관계자는 창작자의 역량의 폭을 가늠할 수 있고, 관객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형식으로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이 지난해 열렸던 ‘시야 콘서트-작곡가들’이었다. 박천휘, 김은영, 이나오, 이지혜 작곡가가 2주에 걸쳐 주말 양일간 차례로 출연하며 기존 작품에서 다 들려주지 못했던 재능을 마음껏 뽐낸 바 있다. 올해도 같은 테마로 세 명의 작곡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28일에 공연한 박정아 작곡가를 시작으로 이번 달 19일에는 이선영 작곡가가, 6월 30일에는 최종윤 작곡가가 자신만의 색깔 있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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