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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NIA TALK] <트레이스 유> 이토록 자유로운 작품은 처음이다 [No.128]

진행·정리 | 이민선 2014-06-29 6,042
마니아 관객들이 꼽은 <트레이스 유>(이하 <트유>)의 매력 중 하나는 자유로움이었다. 완벽하게 정해진 드라마나 통제된 연출 없이, 배우들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마음껏 연기할 수 있고 관객들은 그날그날의 감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서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규칙은 없다. <트유>에 대한 강현정, 차다영, 신유정 세 마니아의 감상과 해석도 경계 없이 자유롭게 뻗어 나갔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공연€

강현정    2012년 11월 13일 <트유> 프리뷰 ‘첫공(첫 공연)’. 이 공연에 대해 아는 건, 김달중 연출과 배우 최재웅, 이율의 참여. 이들 조합의 첫공이라면, 나중에 재공연되지 않더라도 먼 훗날 내가 이 공연을 봤다고 자랑할 만할 것 같아서 급히 보러 갔지. 어떤 리뷰도 없이 갔는데, 공연 중간에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는 거야. 다들 뻘쭘한 분위기에서 일어났더니 박수를 치래. 도대체 이게 뭐지? 머리에 물음표가 생기더라.
신유정    난 이번 시즌에 <트유>를 처음 봤어. 이미 이중인격이라는 스포일러도 접했고 음악도 들어봤지. 범상치 않은 가사와 귀에 잘 감기는 음악에 끌렸어. 막상 공연을 보니 또 다른 반전이 있어서 놀라웠고, 영상 활용도 독특했어. 처음엔 재밌다 하며 봤는데, 마지막엔 그 영상마저 소름 끼치더라.
차다영    난 신나는 것도 좋아하고 어두운 것도 좋아하는데, <트유>엔 그 둘이 공존해. 반전 있는 드라마도 좋지만, 그것보단 관객이 뛰고 놀 수 있는 공연이라서 좋아. 커튼콜은 얼마든지 길어도 환영!
강현정    동감! 난 좋아하는 록 밴드가 있지만 그들의 공연은 아주 드물게 열려. 콘서트에선 뮤지션의 노래를 듣는 것도 좋지만 내가 노는 게 좋거든. <트유> 프리뷰 공연이 끝날 때쯤엔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 그리고 본 공연에선 관객이 코러스를 넣을 정도였어. 뮤지컬 보면서 가끔 따라 부르고 싶을 때 있잖아. 그렇지만 관객은 박수만 쳐야 하지. 그런데 <트유>에선 객석에 마이크를 대주며 부르래!
차다영      만날 하는 록 콘서트는 <트유>가 유일하달까.
신유정    공연을 이렇게 이끌고 갈 수도 있구나, 이런 공연은 처음 봐서 매력적이었어. 휘몰아치듯이 재밌게 놀다가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게 정말 짜릿했지. 그리고 <트유>는 무척 자유로워서 좋아.
강현정    배우들이 오늘은 어떤 애드리브를 칠까, 이것도 재관람을 부추기지. 3일 연속 보다가 하루 안 봤는데 그날 특별한 애드리브로 폭풍 웃음이 터졌다고 하면! 무척 아쉽지.
차다영    팬들을 겨냥한, 마니아를 존중하는 듯한 애드리브도 좋아. 본하들은 별 이상한 짓들도 잘하잖아? 특히 장승조, 난 무대 위에서 학을 접는 사람은 처음 봤어. 엄청 빨리 접더라고.
신유정    문성일은 객석 팔걸이 사이를 넘나들면서 돌아다녀. 처음 봤을 땐 저래도 되나 놀랐지.
차다영    초연 때 이율은 객석 2층으로 뛰어 올라가기도 했어. 정말 파격적이었지. 어떤 날은 한 관객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뛰쳐나가더니 관객 손에 커피를 들려주곤 다시 무대에 오르더라고. 저 사람이 이상한 건지, 이게 허용되는 공연인 건지.
강현정    이번 시즌에 처음 합류한 배우들이 본하의 또라이짓 허용 범위를 물었을 때, 이율이 기준이었다잖아. 그 말인즉슨, 뭐든 허용된다는 뜻이고. 재웅소호 페어는 즉흥 자작곡을 들려주곤 하는데, 웃기면 그만일 애드리브 장면에서 과하게 노래까지 잘해서 괜히 더 기대하게 된다니까.
차다영    김대현은 웃는 사람만 웃는 시답잖은 개그를 해. 관객에게 야유 받는 배우는 처음 봤다니까. 그런데 그는 그런 데 개의치 않아서 웃겨. 김대현이 얼토당토않은 애드리브를 하면 최성원은 그를 비난하거나 묘하게 살리는 애드리브로 받아치고.
신유정    그래도 난 일명 ‘미사리 페어’라고 불리는 대현성원 페어의 공연이 정말 스릴러 보는 느낌이라 좋았어. 처음에는 되지도 않는 개그를 치다가 후반에 점점 드라마의 디테일이 살아나면서 장르가 확 바뀌거든. 초반부의 애드리브도 일종의 계획된 복선처럼 느껴지고. 드라마 전달 면에서 가장 친절하다는 평을 받지.
강현정    나도 평균적으로 만족스러운 건 대현성원 페어. 그때그때 만족도가 달라지지만,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면, 재웅소호 페어는 처음부터 쭉 호흡을 맞춰온 팀이라 안정감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어. 노래는 역시 이지호! 본하 중 가장 내 취향인 배우는 장승조. 전체적으로 이번 시즌의 우빈들은 다 잘해.
신유정    난 내가 알던 이창용이 이런 색다른 매력으로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어. <트유> 캐스트 중 공연은 본 적 없고 이름만 아는 배우가 더 많았는데 다들 매력 있어. 이 공연을 통해 새롭게 보고 있어.
차다영    텍스트가 정형화된 게 아니라서 배우 개인의 매력을 발산하기 좋은 작품이야.
신유정    그래서 어떤 배우든 참여하고 싶어 하는 공연이 아닐까?



€열린 결말, 다양한 해석€

강현정    난 공대 출신이라 답이 없으면 답답해. 처음 봤을 때, 여자를 우빈이 죽였나 본하가 죽였나, 누가 정답 좀 알려달라며 답답해했지.
신유정    난 OST를 들으며 가사로 분석했을 땐, 스트레스를 받으면 참지 못하고 자해하는 본하를 보호하기 위해 본하 마음에 상처 낸 여자를 우빈이 죽였다고 생각했어. 텍스트상으론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을 고려하면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되지.
차다영    난 여자의 존재에도 의문을 품고 있지만, 가장 최근까지는 여자의 자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자기가 낳은 자식이 자기를 여자로 보고 고백하는데, 엄마로서 버린 그를 여자로서 또 버려야 해. 그를 두 번 버려야 해서 죄책감을 느낀 거지. 
강현정    난 단순한 편이라서 관계자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야. 처음엔 함께 본 지인들과 결말에 대해 한창 이야기를 했는데,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가가 ‘자기 성향이 우빈에 가까우면 우빈이 죽였을 거고 본하에 가까우면 본하가 죽였을 거다’고 한 이후로는 스토리에 의문을 갖지 않아.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여. 그때부터 오히려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여.
차다영    맞아, 그날그날의 해석이 달라서 ‘오늘은’ 누가 죽였다고 받아들이지, ‘원래’ 누가 죽였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아. 안 죽였을 수도 있고. 답이 없지.
신유정    페어들마다 드라마 해석과 결말마저도 다른 느낌이야. 어떻게 같은 뮤지컬 넘버를 가지고도 다른 내용의 극을 끌어낼 수 있는지! 처음엔 우빈은 늘 뒤의 어두운 곳에 앉아 있고 본하가 전면에서 돌아다니니까 본하를 집중해서 봤어. 그런데 드라마상으로는 우빈이가 본체인 것 같더라고. 우빈과 본하의 정체, 대체 누가 ‘본체’고 누가 만들어낸 허상인지 ‘멘붕’이 왔는데, 둘 다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완전 소름 끼쳤어.
강현정    기타 케이스에 ‘BH’ 즉 본하라고 쓰여 있어. 그리고 본하는 주민등록증이 없단 이야기를 하지.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름에 대한 증명, 서류상의 증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한다 생각했어. 우빈은 그럴 필요가 없는, 실재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본하가 우빈이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봐. 
차다영    작년 무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본하의 세계 같았는데, 이번에는 우빈의 세계처럼 보여. 비난 받았던 지난 무대의 촌스러움이 이번엔 싹 없어졌어. 과거에 비해 영상도 더욱 명확해지고 무대도 깔끔해졌지. 세계를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인물, 즉 우빈의 시선이 중심처럼 보인다는 거지. 
강현정    프리뷰 공연에 비해 영상도 정말 세련되게 발전했지? 프리뷰 공연 때는 1열의 관객을 스크린에 쐈어. 그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녀라고 생각하고 배우들은 연기를 하고. 아, 정말 관객을 무대에 비추다니 충격적이었어. 
차다영    마니아로선 컬렉션 모으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에 신설한 장인 멤버십 카드는 커피 전문점 카드 같아서 좀 실망했어. 일단 예쁜 게 좋잖아. 시각적으로 관람 인증도 됐음 좋겠고.
강현정    관람일이 찍히는 <쓰릴 미> 멤버십 카드나 각각 다른 디자인의 도장을 찍어주는 극단 간다의 것은 인상적이었어. 마니아로서 여러 번 봤다는 인증 도장 모으는 재미도 있거든. 참, 지난 공연 때는 일정 횟수만큼 공연을 본 관객에게 선착순으로 특별 이벤트 콘서트 초대권을 줬어. 특히 홍대에서 열렸던 시크릿 콘서트는 맥주 마시며 볼 수 있는 스탠딩 공연이라 정말 좋았지. 올해도 기대하고 있는데 하려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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