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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에 나선 CJ E&M [No.130]

글 |배경희 사진제공 |김괜저 2014-08-11 4,626
지난 5월 19일 뉴욕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영화 원작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의 첫 번째 리딩 공연이 열렸다. 지난해 연말 미국 공연 매체에서 제작 기사가 보도된 후 근 여섯 달 만에 그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브로드웨이 시장을 목표로 하는 <어거스트 러쉬>가 흥미로운 것은 미국 내에서 뮤지컬 제작 경험이 없는 두 명의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해 시작한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어거스트 러쉬>의 공동 제작을 맡은 곳은 원작 영화를 프로듀싱했던 1인 기업 사우스포Southpaw)와, 첫 해외 공연 제작에 나서는 국내 제작사 CJ E&M이다. CJ E&M은 지난 2012년 <어거스트 러쉬> 제작을 확정 짓고, 작품 개발을 위해 뉴욕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 준비에 들어갔다. 



CJ E&M(이하 CJ)의 해외 시장 진출 행보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 제작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사실, 외국 제작사가 브로드웨이 작품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브로드웨이 공연을 제작한 이력이 없는 외국 프로듀서가 제작을 주도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CJ가 이 같은 기회를 잡게 된 것은 영화 <어거스트 러쉬>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와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작 영화를 프로듀싱했던 사우스포가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 계획으로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 CJ에 공동 제작을 제안했다. “몇 년 전부터 해외 작품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자체 제작에 나서 영미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어거스트 러쉬>는 국내에서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라 차후 한국 공연 판권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CJ 글로벌사업 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2012년에 프로덕션이 꾸러진 <어거스트 러쉬>는 현재 두 명의 프로듀서와, 제너럴 매니저, 연출가, 작가, 작곡가가 정해진 상태다. 프로덕션은 음악이 중요한 이 작품의 연출가로 영국 유명 연출가인 존 도일을 섭외했다. 존 도일은 <스위니 토드>(2005)와 <컴퍼니>(2006)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 배우가 악기를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신선한 형식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는 출연 배우 전원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완벽한 형태의 액터 뮤지션 뮤지컬은 아닐 것이라고 한다. 지난 1월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린 <스파이더맨>의 작가 글렌 버거가 극작을 맡고, 원작 영화 음악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마크 맨시나가 작곡가로 합류했다.

CJ가 국내에서 공연 제작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김종욱 찾기>를 제작한  2006년이다. 그 후 2009년부터 영미권 해외 업무를 시작해 2012년 글로벌 사업 팀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CJ가 ‘성공 확률 25퍼센트’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브로드웨이 현지에서 공연 제작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뚜렷하다. CJ의 담당자는 “CJ가 국내에서 공연 투자로 시작해서 자체 제작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투자한 작품이 성공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직접 제작에 뛰어들면 투자 수익 이상의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 작품의 주인이 되는 것이니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각종 판권과 로열티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기대하는 바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현재 CJ는 <어거스트 러쉬> 외에도 런던에서 웨스트엔드 상연을 목표로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뮤지컬로 개발 중이다. <백 투 더 퓨처>는 유니버설 픽쳐스와 콜린 잉그램 프로덕션, CJ E&M 등 네 개의 파트너사가 확정된 상태. 올여름 첫 리딩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CJ는 이처럼 제작이 확정된 두 작품 외에도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또한 일 년에 한두 작품씩 꾸준히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MINI INTERVIEW

CJ E&M 미국 사업 담당 최윤하 과장                                                     



어떻게 뉴욕에 파견됐나. 뉴욕에 파견을 나오게 된 것은 글로벌 시장 개척 사업의 일환이다. 영미권 시장에서 작품을 기획, 제작, 투자해 현지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해당 콘텐츠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 외에 해외 우수 크리에이터나 프로덕션 스태프 등 인력을 발굴하려는 것도 뉴욕 현지에 나와 있는 이유 중 하나다. 

1인 사무실의 형태가 독특하다. 사무실의 위치나 형태는 직접 조사한 후 회사의 허가를 구했다. LA에 CJ E&M 미국법인이 있고,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는 아니지만 뉴저지에도 CJ 사무소가 있다. 그래서 처음엔 뉴저지에 입주하는 것을 생각해 봤지만, 실시간으로 미팅을 하고 작품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고 공연장을 오가야 하는 공연 사업의 생리상 그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 부근에 회사 별로 공간을 나눠서 쓰는 사무실(Shared Office)을 이용하고 있다. 

현지에서 어떤 루트를 통해서 프로듀서 및 브로드웨이 관계자와의 네트워크를 쌓고 있나. CJ 공연 사업부의 영미 네트워크는 8년전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엠티아이(MTI)나 탬즈 위트마크(Tams Witmark) 등 라이선싱 에이전시 중심으로 구축돼 있었다. 뉴욕과 런던 출장 시 관심 작품에 따라서, 또는 에이전트와 관계자의 소개를 받아서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 많다. 최근 1~2년 동안 <킹키부츠>, <빅피시>, <보디가드>, <어거스트 러쉬>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후 해당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더 잦아지면서 이로 인해 새로운 업계 인력들을 만나고 있다. 현지에 있다 보니 필요에 따라서, 또는 생각지도 않았던 네트워킹이 늘고 있다. 이런 만남들을 통해 기존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기회들이 많아질 것이다. 14시간 비행기 타고 출장 와서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대화도 더 여유 있게 할 수 있다.

<어거스트 러쉬>의 첫 공식 리딩 진행 결과는 어떤가. 첫 리딩의 수확은 작품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프로듀서와 크리에이터 간 전반적인 의견 합치를 이루며 다음 방향에 대하여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 호감을 보였고, 도시 사람들의 일상사를 소리로 표현한다는 컨셉이 신선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수 관계자만 초대해 리딩을 진행했는데, 공연에 참관한 관록 있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프로젝트 합류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브로드웨이 3대 극장 그룹 중 한 곳에서도 대관 유치에 관심이 있다고 연락해왔다. 이렇듯 이번 리딩은 중요한 잠재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리딩 후에는 워크숍 단계를 위한 수정·보완, 예산작업, 추가 크리에이터 섭외, 프로덕션 스태프 물색 작업에 돌입했다.

공연 개막은 언제를 목표로 하고 있나. <어거스트 러쉬>는 제작 기간을 4년 정도 잡고 있다. 4년이면 브로드웨이에서는 굉장히 짧게 잡은 것이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지만, 여기 프로듀서들이 이야기하길 트라이아웃 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려다 보면 보통 5~6년의 제작 기간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리고 여기선 투자자 모집이 제작 기간 지연 요소 중 하나다. 100억~150억 원 상당의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몇 십 명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계약을 성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극장 대관이고. 현재로선 2016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다 외부 변수라서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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