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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NIA TALK] <헤드윅> 빠질 수밖에 없는 그의 치명적 매력 [No.130]

진행·정리 | 송준호 2014-08-13 5,262
퀴어 코드 작품은 대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2005년 초연 후 10년 가까이 공연을 이어온 <헤드윅>은 폭넓은 팬덤을 형성하며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이날 모인 마니아들 역시 매혹된 시기나 계기는 달라도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헤드헤즈다.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는 <헤드윅>에 대해 세 마니아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쏟아낼까. 



€헤드윅과의 만남, 그 매력€
김세리    2006년에 친구 따라 초대권으로 본 게 처음이었어요. 당시에는 감흥이 없었어요. 벽에 기댄 채 보면서 ‘저게 뭘까’ 생각했죠. (웃음) 지루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당최 이해가 안 됐어요.지금은 헤드윅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만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헤드윅>은 매번 볼 때마다 다르고 영화도 여러 번 봐야 알 수 있는 작품이에요. 지금은 ‘조드윅(조승우)’을 분석하는 중이어서 더 열심히 보고 있어요.
염하연    전 마니아 경력은 좀 짧아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 학부모가 <헤드윅> 공연에 같이 가자고 해서 보게 됐어요. 그때까지도 관심은 별로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송드윅(송용진)’, ‘건드윅(박건형)’을 보니까 헤드윅을 표현하는 게 다 달라서 재밌더라고요. 영화와 뮤지컬을 반복해 보면서 새로운 재미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에요. 
김누리    저는 영화를 먼저 접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니까 2008년?
김세리    (가방에서 잽싸게 비디오를 꺼내며) 이걸로 보신 거죠? (일동 탄성)
김누리    요즘엔 아예 휴대폰에 다운받아서 다녀요. (웃음) 그 당시엔 <헤드윅> 공연을 한다고 해서 영화를 봤는데, 충격에 가까운 신선함을 느끼고 밤새도록 열 번도 넘게 본 것 같아요. 그 후 2011년 상상아트홀 공연에서 ‘뽀드윅(조정석)’으로 회전문을 돌았죠. 영화를 보고 나니까 헤드윅이 어떤 사람인지 좀 알겠더라고요. 이제 헤드윅은 제게 힐링을 해주는 존재가 됐어요. 건드윅은 특히 더 그렇고요.
염하연    건드윅은 굉장히 밝은 헤드윅 같아요. 송드윅은 좀 짜증을 잘 내고 까칠한데.
김세리    송드윅과 ‘엄드윅(엄기준)’이 짜증 잘 내고 이츠학 구박 잘하기로 유명하죠. 올해 조드윅을 보니까 이츠학을 구박하기보다는 동료로서 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누리    최고의 이츠학으로는 ‘미츠학(이영미)’이 많이 꼽히겠죠.  
김세리    다들 극찬하잖아요. 상처가 있어 보이지만 파워풀하면서 섹시하기까지. 
염하연    미츠학은 헤드윅에 따라 느낌이 달라요. 건드윅과 할 때는 소녀 같은데 ‘애드윅(손승원)’과 할 때는 깡패 이모 같았어요. 헤드윅이 오히려 이츠학한테 한 대 맞을 것 같고. (웃음) 반면 ‘탁츠학(서문탁)’은 그 썩은 표정이 일품이죠. 



€나는 왜 헤드헤즈가 되었나€
염하연    게이이자 트랜스젠더 소재지만 결국은 사랑 이야기잖아요. 거기에 공감이 많이 돼요. 남자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좋았거든요.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이니까요. 
김세리    나도 헤드윅처럼 내 잃어버린 반쪽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해요. 신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금 살고 있는 모두가 어딘가에 있을 소울메이트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거든요. 그런 것도 <헤드윅>만의 특징이고 장점인 것 같아요. 
염하연    <헤드윅>의 노래가 특히 좋아요. 영화 속의 노래들이 정말 좋았어요.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였어요. 존 캐머런 미첼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뮤지컬이자 영화잖아요. 내용을 다 아는데도 또 감탄하고, 그래서 또 공연을 보러 가게 돼요. 
김누리    첫 장면이랑 ‘위키드 리틀 타운’, 마지막의 ‘미드나잇 라디오’ 장면만 보면 눈물이 나요. 영화도 그 부분에서 계속 울어요. 헤드윅에 빙의되는 것 같아요. 저는 공연이나 영화를 보면 게시판에 들어가서 후기를 찾아보고 기록도 남기거든요. 그러면서 그 장면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는 듯해요. 
김세리    감정을 공유하는 게 큰 작품이에요. 다른 공연도 노래를 속으로 부를 수는 있지만, 이 작품은 관객이 소리 내서 같이 부르거든요. 그 공유의 정서가 좋아요. 작은 극장이라 배우와 객석의 소통도 좋고요. 콘서트형 뮤지컬이 아니라 진짜 콘서트인 뮤지컬이에요. 
김누리    뮤지컬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배우들도 그날 상황에 따라 감정이 다르고 애드리브가 달라요. 그런 점이 더 매력이어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뱅글뱅글 회전문을 돌 수밖에 없는 거죠. (웃음)
김세리    특히 ‘카 워시(Car Wash, 헤드윅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 의자 위로 올라가서 추는 랩댄스)’라도 한번 받으면 회전문을 멈출 수가 없죠. 또 헤드윅이 던지는 피크나 머금었다가 뿜는 ‘성수’도 마니아들을 흥분시키고요.
김누리    한번은 같이 간 언니가 헤드윅의 물세례에 당첨됐는데 잘못해서 그게 옷 속으로 들어간 거예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내내 찜찜해하더라고요.
김세리    (안타까워하며) 그거 성수인데…. 아무튼 그래서 통로 좌석은 꼭 잡아야 해요. 거기서 우연히 카 워시를 받으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죠. 
염하연    제 옆에서도 한 번 했거든요. 건드윅이 여자 분께 하는데 아우 그냥!
김세리    건드윅을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야했어요. 마니아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가슴이나 엉덩이, 갈비뼈 등을 만지게 하니까. (웃음)  



€새로운 헤드윅에게 거는 기대€
염하연    <헤드윅>이 특별한 건 그런 부분 말고도 가슴을 뒤흔드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는 거죠. 전 ‘위그 인 어 박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제 바로 앞에서 노래를 들으면 너무 구슬프게 들려서 눈물이 줄줄 나와요. ‘오리진 오브 러브’부터 왈칵하면 그날은 계속 우는 거죠.
김누리    마지막에 헤드윅이 다 내려놓고 걸어가는 장면이 바로 그래요. 그런데 배우는 오죽하겠어요. 주체가 안 될 것 같아요. 
김세리    헤드윅이 계속 구박했던 이츠학에게 자신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잖아요. 그때 제 주변을 보면 배우가 눈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마치 자신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감정을 이입하고 울어요. 이런 게 시즌마다 또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죠.
김누리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기존 <헤드윅>은 마무리되고 지금 뉴욕에서 하는 새로운 <헤드윅>이 공개되겠죠.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만약에 새로운 버전이 중극장 이상 규모로 공연된다면 특유의 그 색깔이 안 나올 것 같다는 거예요.
염하연    <헤드윅>은 그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관객들과 스킨십하는 게 최고의 장점인데 극장이 커지면 그런 게 어려워지니 살짝 불안하긴 해요. 
김누리    지금 정도의 극장에서 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객과의 소통인데, 그게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는 클 테니까요. 
염하연    <헤드윅>을 충무아트홀이나 샤롯데씨어터에서 한다고 생각해봐요. 진짜 끔찍해요. 거기는 중앙 통로도 없는데! 
김세리    만에 하나 중극장 이상으로 키워서 간다고 해도 꼭 중앙 통로와 헤드윅이 등장하는 레드 카펫은 있어야 돼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해주는 서비스가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새로운 버전도 좋을 것 같긴 한데, 팬들은 기존 버전의 그런 요소들에 애착이 많으니까요. 제작사에서도 이번에 기념행사가 없다면 MD 같은 거라도 빨리 만들어서 우리 갈증을 좀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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