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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모비딕> 신선한 형식, 액터-뮤지션 뮤지컬 [No.94]

글 |이민선 사진제공 |모비딕프로덕션 2011-07-19 4,358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창작뮤지컬 <모비딕>이 주목받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형식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우가 연기와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까지 담당하는 형식으로 국내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다. 해외에서는 연출가 존 도일이 이러한 방식으로 <스위니 토드>와 <컴퍼니>를 오리지널 버전과는 다르게 변형시켜, 새롭고 모던한 작품을 만들어내 호평 받았다. 뮤지컬 제작감독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모비딕>의 연출가로 데뷔한 조용신 역시 미국과 유럽에 올려진 액터-뮤지션 뮤지컬에 깊은 인상을 받고 국내 최초 액터-뮤지션 뮤지컬 창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독일 극단의 세 배우가 첼로와 베이스를 가지고 연기하는 사진에서 큰 영감을 얻었는데, 그 사진이 공연의 전부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연기와 연주를 함께하며 <모비딕>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며 상상했던 무대를 꾸미기 위해 조용신은 직접 대본과 작사 작업을 했다. 크로스오버 가요 음반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던 작곡가 정예경이 악기의 특성과 소리, 드라마와 캐릭터에 맞는 곡을 만들었다. 고래 모비딕과 선원들의 사투를 다룬 창작뮤지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모비딕>은 지난해 11월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올해 2월 두산아트랩에서 두 번의 워크숍 공연을 거쳤다. 지난 6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트라이아웃 공연을 가진 뒤, 7월에는 서울에서 한 달여간의 항해를 시작한다.

 


배우가 악기를 연주하며 연기한 예로 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오디션>과 <펌프 보이즈>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작품들이 밴드 멤버들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한 소품으로서 악기를 활용했다면, <모비딕>의 경우 배우가 연주자를 겸하며 모든 음악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악기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악기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조용신 연출의 설명이다. 고음 악기와 저음 악기를 적절히 섞고 합주를 했을 때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들을 모아 음악적 틀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악기가 캐릭터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선정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며 자유로운 기질을 가진 주인공은 다성 악기인 피아노로, 날카로우면서도 자연을 닮은 퀴퀘그의 장대한 성격은 바이올린으로 표현한다. 다리 없는 선장의 몸은 첼로가 대신하며 큰 고래의 낮고 웅장한 소리는 더블베이스로 연주하는 식이다. 주인공 이스마엘 역을 맡아 첫 번째 워크숍부터 지금까지 <모비딕>에 열정을 쏟고 있는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는 평소 피아노 공연에서도 자유로운 연주 스타일로 인기를 모아왔다. “나는 단순히 손가락만으로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춤을 추며 팔꿈치로도, 엉덩이로도 연주할 수 있다. 그리고 피아노를 건반 악기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뚜껑을 열면 하프 같은 현악기가 되고, 뚜껑을 두드리면 타악기가 된다.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데서 평소 지향했던 연주 스타일과 <모비딕>이 겹쳐지는 데가 있다. <모비딕>에서 피아노는 악기의 역할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형태적 특징을 이용해 침대와 보트, 관 등의 세트로서 기능한다.” 신지호의 설명에 덧붙이자면, 각각의 악기들은 연주에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모양과 색깔, 재질 등에 맞게 세트나 소품으로서 극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배우들이 악기를 몸에 지니고 움직이는 모습은 뱃사람들의 노동으로 연출된다. 배의 갑판을 옮겨 놓은 무대의 중앙에는 배의 구조물인 듯이 피아노가 위치해 있다. 피아노 옆으로 돛대가 무대 중앙을 관통하고, 돛을 지지하며 팽팽히 당겨진 줄들은 현악기의 현을 연상시킨다. 악기의 형태와 어우러지는 세트는 공연의 일관된 컨셉을 보여준다.

 


신지호와 <모비딕>의 첫 출항을 함께한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이일근은 퀴퀘그 역을 맡아 이스마엘의 친구로서 그의 성장을 돕는다. 바이올린의 활은 뛰어난 작살잡이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에이허브 선장과 스타벅 역에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약했던 황건과 이승현, 유성재가 캐스팅되었다. 첼로와 기타로 선원들을 관리하는 선장과 부선장을 볼 수 있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연주하는 조성현과 더블베이스의 장효종, 피아노의 이지영이 함께한다. 이일근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모비딕>의 초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7월 19일~8월 20일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02) 708-5001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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