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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을 노래합니다 [No.111]

글|김주연(공연 칼럼니스트) |사진제공|서울시뮤지컬단 2012-12-17 4,645

‘최일도 목사’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밥 퍼’의 주인공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최일도 목사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밥 퍼’ 활동의 사회적, 대중적 인지도는 꽤나 넓은 편이다. 여기엔 한때 서점가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의 인기가 큰 몫을 담당했다. 최일도 목사가 직접 쓴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은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스토리와 자신의 소명에 대한 진솔한 묘사로 큰 인기를 얻었고, 120만 부 이상이 팔리며 세상에 ‘밥 퍼’ 활동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최일도 목사의 인생과 사랑을 무대화한 창작뮤지컬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바로, 서울시뮤지컬단(단장 유인택)이 만드는 동명의 송년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다.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에는 두 개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전반부에는 최일도 목사와 아내 김연수 시인의 실제 연애담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사실 이들의 사랑과 결혼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스물두 살의 전도사 청년이 우연히 만난 5살 연상의 수녀에게 한눈에 반하고 2년간 끈질기게 구애를 펼치지만 수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다 청년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는 순간, 마지막으로 건 전화 한 통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는 이 풀 스토리는 어떤 각색도 필요 없을 만큼 그 자체로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당시로선 꽤 파격적인 나이 차와 엄격한 종교적 울타리마저 뛰어넘은 이들의 사랑은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경구를 스스로 증명해낸 증거라 할 수 있다.

 

최 목사의 무모하고도 정열적인 사랑이 극의 전반부를 장식한다면, 후반부에서는 이들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더 큰 의미의 사랑 이야기가 무대를 채운다. 1988년 어느 날, 최 목사는 청량리 뒷골목에서 배가 고파 쓰러져 있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이 노인에게 끓여준 라면 한 그릇으로 시작된 최 목사의 ‘밥퍼 나눔 활동’은 이후 무의탁 노인 등 도시 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600만 그릇의 무료 급식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다일밥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의 빈민들에게까지 나눔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최 목사가 라면 한 그릇을 건네주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척박한 청량리 588에서의 나눔 활동이 어떻게 자리 잡아 가는지 이들 부부의 ‘밥 퍼’ 운동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알코올중독자인 거지 대장과 588 사창가의 젊은 매춘부 향숙, 흑곰파 조직의 보스인 황인걸 등의 조연이 가세해 극적 재미와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한편,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에는 가수 고(故) 김현식의 노래가 여러 곡 사용된다. 생전에 최 목사의 절친 중 한 사람이었던 김현식은 최 목사가 사랑으로 방황할 당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기꺼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내 사랑 내 곁에’와 ‘사랑 사랑 사랑’ 등 김현식의 아름다운 노래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뮤지컬 넘버로 등장한다. 열정으로 뭉친 최일도 목사 역은 임현수와 박봉진이 맡았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즈 수녀(김연수) 역에는 홍은주가 캐스팅되었다. 그 외 서울시뮤지컬단원들이 함께 출연해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힘을 노래한다.

 

사실 현존하는 동시대 인물을 모델로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공연은 최일도라는 한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의 나눔 활동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더욱 확장된 사랑의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 예술적 차원보다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따스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연말연시의 사회적 분위기에도 힘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12월 18일~29일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02) 399-1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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