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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궁> 샤방한 순정 만화의 몽글몽글한 감성이 무대로 [No.84]

글 |김효정 사진제공 |그룹에이트 2010-09-13 7,441

만약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일본에게 국권을 넘겨줬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운이 역사에서 지워지고, 1392년부터 시작된 조선왕조의 역사가 21세기까지 이어진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2002년부터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박소희 작가의 만화 『궁』은 아픈 한국의 역사를 살짝 비틀어 좀 더 즐거운 상상으로부터 출발한다.

 

 

 

 

 

 

 

 

 

 

 

 

 

 

 

 

 


장르가 무협이나 스릴러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순정 만화 속의 꽃미남 왕자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모나코의 안드레아, 영국의 윌리엄, 룩셈부르크의 기욤 왕자의 미모를 능가하는 대한민국 황태자 이신의 등장은 만화가 발간되었을 당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의 F4를 밀어내고 8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게 했다. 2004년 그룹에이트에서 판권을 사면서 뮤지컬로 기획되었고 2006년 MBC에서 드라마로 먼저 방영되었다. 드라마는 23개국에 수출되어 한류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으며 주연이었던 윤은혜와 주지훈은 이를 통해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뮤지컬화 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궁>은 그룹에이트가 직접 제작을 맡아 오는 9월 8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2시간 안에 풀어내기 위해 큰 사건과 갈등을 중심으로 캐릭터의 성격과 심리 묘사에 집중했다. 1막에서는 황태자와 정략 결혼하는 평범한 여고생 채경이 입궐하여 왕실의 법도를 배워가는 과정을 코믹하고 경쾌하게 그려냈으며, 2막에서는 혜경궁의 음모와 더불어 신과 채경, 율의 엇갈린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힙합을 좋아하는 여고생 채경 역에는 뮤지컬 배우 곽선영과 신의정이 더블캐스팅되었다. 이들은 기존 출연작의 이미지를 벗고 비보잉 등의 춤을 선보이기 위해 연습 기간 내내 파스 투혼을 보였다고 한다. 황태자 이신 역에는 뮤지컬 배우 김동호와 가수 유노윤호, 그리고 런이 참여한다. 신의정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라고 소감을 밝혔을 정도로 세 사람 모두 큰 키, 작은 얼굴, 수려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훈남이다. 첫 뮤지컬 데뷔로 눈길을 끄는 유노윤호와 런은 연습 초반 잘할 수 있을지 부담이 있었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율 역에는 <형제는 용감했다>, <헤어스프레이>에 출연했던 정동화와 <젊음의 행진>, <김종욱 찾기>에 출연한 이창희가 캐스팅되었다. 효린 역에는 <살인마 잭>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 최수진과 걸그룹 밀크의 멤버 서현진이 참여한다.

 

음악은 드라마 <궁> O.S.T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하울이 맡았다. 뮤지컬 넘버는 힙합과 발라드 등의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17여 곡으로 구성된다. 드라마에서 사용되었던 노래는 ‘사랑인가요’ 한 곡뿐, 나머지는 모두 창작곡이다. 안무는 힙합과 비보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동작들로 구성된다. 특히 2막에 펼쳐지는 학교 축제 장면에서 신-채경 커플과 율-효린 커플이 댄스 배틀을 펼치게 되는데 한 팀은 비보잉을 다른 한 팀은 라틴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의상과 무대는 현대와 전통이 조화된 퓨전 스타일로 꾸민다. 태후와 왕후 등의 황족들은 전통을 고수하는 의상을, 채경은 퓨전 의상을, 서상궁과 나인들은 좀 더 개량되어 양장처럼 보이는 제복을 입는다. 한복에서 출발하여 점점 양장화 되어 가는 과정을 직급에 따라 보여준다. 무대는 작품의 특징적인 부분을 상징화하고 간략화해서 구현할 예정이다. 기둥은 서양 양식으로 지붕은 한옥이 섞여있는 느낌의 덕수궁 정관헌에서 영감을 얻어 퓨전화된 무대를 선보인다. 단청 아래 달려있는 샹들리에, 고딕양식 기둥에 그려진 전통 문양 등에서 많은 부분 힌트를 얻었다고. 특히 궁이 주는 위압감과 인물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회랑을 무대 위에 도입, 변형하여 보여준다. 특히 황태자가 결혼하는 친영례 장면과 황제 즉위식의 무대 세트와 의상이 기대된다.


대사와 가사에도 황실에서 쓰는 고어체와 유행어가 동시에 등장하는데 열아홉에 갑자기 결혼해야 하는 채경의 심정을 담은 ‘대략난감송’에서 ‘솔까말, 지못미, 듣보잡, 캐안습’ 등의 단어가 가사로 사용된다. 이런 가사들은 말풍선으로 표현되어 극의 재미를 높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원작과 드라마에서 채경의 넋을 잃게 만들었던(대다수 여자들의 로망이기도 한) 주인공 신의 듬직한 등짝은 뮤지컬 속 신혼 첫날밤의 합방 장면에서 여과 없이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니 놓치지 마시길.


제작진에는 <렌트>, <헤어스프레이>의 김재성이 연출을, 드라마 <궁>의 작가 인은아가 대본을 맡았으며, <남한산성>, <사춘기>의 오재익이 안무가로 참여한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전주, 대전, 대구, 수원에서 지방 공연을 하고, 내년 초 일본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9월 8일~10월 24일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 1544-1555

 

 

Mini Interview  김재성 연출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사전 작업을 해 와서 어려운 작업은 거의 끝났다. 인은아, 박은혜 작가와 대본 수정만 열두세 차례 거듭하면서 각색하고 윤색했다. 아무래도 창작 작품이라 공연이 다가올수록 조바심이 날 줄 알았는데 미리 준비를 해놓은 덕분인지 아직까진 마음에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원작과 바뀌는 부분이 있는지?
기본적인 틀은 많이 바꾸지 않았다. 젊은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물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단순화시켜 사건 속 인물들을 재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율의 엄마인 혜경궁을 악의 중심축으로 잡아 모든 사건을 꾸미는 인물로 만들었다. 채경, 신과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율은 드라마보다 좀 더 비중을 늘렸다. 신과 동일선상에 놓고 대등한 인물로 그리려고 노력했는데 신이 나쁜 남자를 보여준다면 율에게는 곧은 성품과 포용력을 가진 착한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게 했다. 원작에서 채경은 미술반인데 무대 위에서 정적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재미와 색을 입히기 위해 춤을 좋아하는 힙합걸로 바꿨다. 가장 많이 바뀐 건 효린인데, 원작에서 나오는 재벌가 딸과 효린 두 명을 뮤지컬에서는 하나의 인물로 압축시켰다. 고관대작의 딸로 황태자비에 대한 야욕과 푼수끼가 넘치는 귀여운 악녀로 그려냈다.

 

주인공들이 더블/트리플 캐스팅이다.
한 장면을 여섯 번씩 연습한다. 신과 채경이 둘, 셋이다 보니 짝을 맞춰서 조합하면 여섯 번씩 해야 호흡을 다 맞춰볼 수 있다. 서로가 하는 걸 지켜보다 보니 습득하는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캐스트마다 느낌이 다르겠다.
그렇다. 기본적인 캐릭터는 공통 선상에 있더라도 색깔의 차이는 있다. 신의정의 채경은 살짝 터프함이 강하고 곽선영은 귀여운 맛이 조금 더 강하다. 윤호는 까칠함 속에 살짝 귀여움이 있고, 동호는 무덤덤함 속에 힘이, 런은 시크한 맛이 있는데 그 안에 로맨스가 강하다. 발라드 가수여서인지 로맨스는 런이, 터프함은 윤호와 동호가 센 편이다. 율 역에 동화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매력이 있고 창희는 여유롭고 털털한 느낌이 난다.

 

연출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판타지에 기반한 작품이다. 상상에 대한 부분들은 영상하고 접목시켰다. 영상을 통해 만화적인 컷, 인물의 등장, 말풍선, 회상 장면 등을 보여줄 것이다. 전체적으로 현대와 전통을 잘 섞은 퓨전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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