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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브로드웨이 ‘신’에 접근하는 방법 뮤지컬 <손드하임 온 손드하임> [No.81]

글 |이곤(뉴욕통신원) 사진 |Richard Termine 2010-06-29 5,656

최근 브로드웨이에 이색적인 뮤지컬이 한 편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손드하임 온 손드하임> Sondheim on Sondheim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손드하임의 오랜 작업 동료이자 대본과 연출을 주로 담당해 온 제임스 라파인 James Lapine 에 의해 기획, 연출된 이 공연은 브로드웨이에 두 개의 전용극장을 갖고 있는 비영리 극단인 ‘라운드 어바웃 시어터 컴퍼니’에 의해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손드하임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여덟 명의 배우가 그의 인생과 작품에 관련된 노래를 부르며 진행되는 구성을 띤다. 얼핏 보면 단순한 구성이긴 하지만 영상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재치 있는 입담과 슬픈 인생이야기, 그리고 뮤지컬에 대한 일화 등이 2시간 45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진행된다.

 

 

 

무대를 빛낸 두 여배우
이 작품의 주인공은 무대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끊임없이 보여지는 스티븐 손드하임 그 자신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말고도 두 명의 스타 여배우가 이 공연을 빛내주고 있다. 먼저 바바라 쿡 Barbara Cook 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원숙한 가창력과 매력으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그녀는 <모스틀리 손드하임> Mostly Sondheim 이란 콘서트로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 어워즈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손드하임의 곡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깊은 애정을 보여주어 왔다. 이 공연의 백미인 ‘Send in the Clowns’를 열창한 그녀는 이 공연으로 올해 토니상 조연 여배우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여배우는 팝 가수로 유명손 바네사 윌리엄스 Vanessa Williams 이다. 팝 가수뿐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바네사 윌리엄스는 공연계에서도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어 왔다. 특히 2002년 손드하임의 뮤지컬 <숲 속으로> Into the Woods  리바이벌 공연은 그 해 토니상 여우주연 후보에 선정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이번 공연에서 윌리엄스는 <폴리스> Follies 의 런던 공연에 삽입되었던 ‘Ah, But Underneath’라는 노래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맘껏 뽐냈다.

 

 

 

손드하임의 인생 그리고 작품 이야기
비디오를 통해 보여지는 손드하임의 이야기는 순간순간 관객을 웃게도 만들고 숙연하게도 만들었다. 특히 2막을 여는 장면에서 그의 나이 마흔 살에 수술을 앞둔 어머니에게 받은 메시지에 관한 얘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인생과 예술을 한층 이해하게 만들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바로 그를 낳았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손드하임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손드하임이 10살 때 아버지가 두 모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간 순간부터 아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처, 그리고 보수적인 매카시즘의 시대를 동성애자로서 겪었던 절망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의 대부가 된 당대 뮤지컬의 전설인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덕분이었다. 해머스타인 2세의 애정과 격려로 그는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발을 들였고 이후 뮤지컬이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이 되었다.


그의 인생에 대한,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그가 가장 만족하는 작품인 <어쌔신>,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작품인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 그리고 왜 1년 반의 시간을 쏟아 부었는지 후회가 되는 작품인 [Do I Hear a Waltz?] 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그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히트곡인 뮤지컬 <소야곡>의 ‘Send in the Clowns’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멋진 해석에서부터 일반 무명인들의 노래, 연주까지 유튜브 동영상 모음으로 보여져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 보여지는 손드하임 자신 말고는 구체적인 캐릭터가 없는 이 뮤지컬에서 배우들의 노래는 조금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는 ‘추상적인 타입의 인물이나 감정 대신 구체적인 인물을 만들어 낼 때 가장 편하게 느낀다’고 했던 손드하임의 말과 대비되어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진일보한 무대와 영상 테크닉
이 공연에서 쓰인 무대와 영상 테크닉은 브로드웨이의 진일보한 무대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수 십대의 텔레비전 와이드 평면 모니터로 이루어진 블록들은 장면에 따라 해체되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면서 공연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무대는 회전하면서 감춰진 계단과 모니터 등을 드러내며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2막에 이르면 더 이상 새로운 무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후 다소 정체된 느낌을 준다. 손드하임의 녹화된 인터뷰 영상이 공연 내내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면서 극을 이끌었고 때로 토크 쇼 등의 장면 등이 재연되면서 실시간으로 배우의 모습을 캡쳐해 라이브 비디오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Send in the Clowns’가 불려지는 동안 파스텔 톤의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미지가 온 무대를 덮는 등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서 보여준 최상의 영상이라는 평을 이끌어 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1호 2010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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