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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올 댄스 뮤지컬 <컴 플라이 어웨이> Come Fly Away [No.85]

글 |이곤(뉴욕 통신원) 사진 |Joan Marcus 2010-11-01 4,950

올 댄스 뮤지컬 <컴 플라이 어웨이>는 미국의 유명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 Twyla Tharp 의 안무와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의 음악이 함께 만들어 낸 독특한 뮤지컬이다. 트와일라 타프는 댄스와 뮤지컬을 혼합하거나 발레와 재즈를 결합하는 등 독창적인 작품 스타일을 지닌 미국의 대표적인 안무가로 이번 공연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세 차례나 작품을 올리게 되었다

 

 

 

트와일라 타프의 춤과 프랭크 시나트라 음악의 만남
브로드웨이의 한여름 밤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화려한 네온사인,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그리고 시끌벅적한 소음으로 넘쳐나는 브로드웨이 한여름 밤 풍경은 서울의 도심과 사뭇 비슷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런 번잡한 인파를 겨우 헤치고 브로드웨이 한가운데인 45번가에 위치한 마퀴스 극장에 들어서면 바깥의 풍경과 전혀 다른 쾌적한 분위기가 관객을 맞이한다. 관객석 위로 걸려있는 그윽한 샹들리에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안락한 분위기는 마치 누군가의 대저택 응접실에 앉은 듯하다. 무대를 가리고 있는 프런트 커튼에는 ‘Come Fly Away’라는 뮤지컬의 제목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팝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의 서명이 관객의 눈길을 끈다.


귀에 익숙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과 함께 무대막이 서서히 올라가면 객석의 천정에 걸린 실내등과 똑같은 조명들이 무대에도 걸려있어 마치 객석 공간이 무대 안으로 확장된 느낌을 준다. 무대 오른쪽에는 온갖 종류의 술병으로 가득 찬 바가 자리잡고 있고 그 앞으로 몇 개의 테이블 그리고 무대 왼편에도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다. 무대 한가운데는 춤을 추는 댄서들을 위해 비워놓은 플로어가 자리잡고 있다. 이 나이트 클럽에서 벌어지는 여러 커플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사랑, 욕망, 그리고 감정적인 갈등을 대사 없이 움직임으로만 펼쳐 놓는다. 

 


연주자를 위해 무대 뒤쪽에 높은 플랫폼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플랫폼 앞으로 검은색의 샤막이 쳐져 있어 조명에 따라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연주단은 관악기와 베이스, 퍼커션, 피아노 등 19명으로 구성된 빅밴드이다. 이 같은 악기의 배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반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세션의 구성과 동일하다. 비록 프랭크 시나트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녹음된 그의 보이스만이 사용되었지만 라이브 밴드가 주는 활력과 생생함은 이런 단점을 가려주는 기능을 했다. 특히 색소폰이나 트럼펫 등 솔로 관악기로 연주되는 부분에서는 라이브 연주의 장점을 확실히 만끽할 수 있었다. 또한 여자 가수가 등장하여 몇 곡의 솔로 곡, 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보이스와의 듀엣 곡을 소화하기도 하였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이미지는 이 공연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런트 커튼에 새겨진 프랭크 시나트라의 서명으로 기대를 품고 시작했다면, 공연의 마지막은 뒷 무대 막에 화려하게 채색된 프랭크 시나트라의 초상이 드러나는 것으로 마감된다. 또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은 이 공연의 안무가이자 창작자인 트와일라 타프의 작품들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올해 안무 경력 46년째인 노장 안무가인 타프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을 바탕으로 1970년대부터 네 편의 크고 작은 댄스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특히 1982년에 만들어진 두 번째 작품 <나인 시나트라 송즈> Nine Sinatra Songs 는 그녀가 안무한 역대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트와일라 타프는 정통 무용 안무가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를 비롯한 세계의 유수한 발레 시어터에서 작업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컴 플라이 어웨이>는 타프의 세 번째 올 댄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2002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된 <무빙 아웃> Movin` Out 이 빌리 조엘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1303회 공연이라는 커다란 성공을 거뒀고, 2005년에 밥 딜런의 음악을 주제로 해 만들어진 <더 타임 데이 아 에이 체인징> The Times They Are A-Changing 은 평론가들의 혹평과 함께 28회 공연 만에 막을 내렸다.

 

 

 

작품에 대한 첨예한 논쟁
<컴 플라이 어웨이>는 올해  3월에 개막하여 한 주에 최고 백만 불 가까운 수입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점차 수익이 떨어져 후반기에는 1,611석 마퀴스 극장의 절반 정도만 채우는 데 그쳤다. 이 후 이 작품은 9월 5일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렸고 시카고를 시작으로 내셔널 투어에 들어간다.
이 작품은 개막 초기에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리뷰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올해 토니상 안무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지만 뮤지컬 <펠라!>의 빌 T. 존스에 밀려 아깝게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한 연극 비평가들의 평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면 댄스 비평가들의 평은 부정적인 경향을 띤다. 긍정적인 평가의 대표적인 예로 뉴욕 타임즈의 비평가 찰스 이셔우드 Charles Isherwood 를, 그리고 부정적인 비평의 대표적인 예로 역시 뉴욕 타임즈의 수석 무용 평론가인 앨러스테어 머컬레이 Alastair Macaulay 를 들 수 있겠다. 뉴욕 타임즈 아트 블로그를 통해 몇 회에 걸쳐 실린 그들의 논쟁은 뉴요커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고 공연에 대한 홍보효과에도 큰 몫을 했다. 논쟁의 내용은 충분히 형상화되지 못한 캐릭터, 반복되는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지루함, 모호한 극의 내용 그리고 저속하고 번잡한 안무에 맞춰졌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냉철한 논쟁이라기보다는 다소 모호한 언어를 바탕으로 주관적인 취향에 따른 견해차가 두드러져 독자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대사 없이 움직임으로만 전달되는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는 구체적이기보다는 너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느낌이 강했다. 전체적으로 나이와 경력이 많은 댄서들의 춤은 원숙한 경지를 보여주었고, 화려한 기술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스타일이 관객에게 재미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트와일라 타프의 반복되는 자기 복제의 경향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관객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최근 그녀의 작품이 기존의 댄스 무대보다는 브로드웨이에서 더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5호 2010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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