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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Broadway] 경계를 지워가는 브로드웨이의 세 가지 도전 [No.86]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0-11-29 5,458

브로드웨이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시작한 마케팅의 변화를 넘어서 투자, 제작, 배급에 있어서도 브로드웨이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획기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계가 사라지는 브로드웨이를 한 발 앞서 만나본다.

 

 

나도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
브로드웨이를 꿈의 무대로 여기는 것은 비단 배우나 창작자만이 아니다. 공연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브로드웨이는 언젠가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시장이다. 하지만 전체 개막작 중 이윤을 남기는데 성공하는 작품의 비율이 고작 20-30% 가량에 불과할 만큼 위험부담이 큰 시장이기에 의욕만 가지고는 막상 프로듀서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공연계와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일반인의 경우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조차 그 방법을 몰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이 제작될 때는 일반적으로 한 편의 작품이 각기 하나의 법인체로 운영된다. 예를 들면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 `빌리 브로드웨이`, <금발이 너무해>는 `브루저 온 브로드웨이` 등의 이름으로 단독 법인이 한 편의 공연을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 프로듀서들은 각 법인의 운영진(법인의 성격에 따라 제너럴 파트너 혹은 매니징 멤버로 구분)이 되고 투자자들은 각 프로듀서와 계약관계(리미티드 파트너 혹은 리미티드 멤버)에 놓이게 되며 투자금의 유치와 분배의 과정이 진행된다. 투자 금액이 큰 투자자의 경우 공동 프로듀서(co producer) 혹은 협력 프로듀서(associate producer)로서 작품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각 작품이 진행될 때마다 참여하는 프로듀서나 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로 새롭게 구성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제작사가 다수의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 다저 시어트리컬즈 등)가 있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각 작품 마다 하나의 법인체로 운영되는 방식은 동일하다. 따라서 프로듀서들은 각 작품의 제작에 착수할 때마다 투자자를 모집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이 일반인들에게 모두 공개되어 진행되지 않다 보니 프로듀서와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쉽게 투자자로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브로드웨이 대형 뮤지컬의 제작비는 대략 150억불에서 200억불 사이다. 프로듀서들은 투자유치를 위해 전체 프로덕션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각 단위(unit)로 나누어 투자자를 모집하게 되는데, 몇 개의 단위로 나눌 것인가 혹은 몇 명의 투자자를 참여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프로듀서의 선택이 된다. 평균적으로 브로드웨이 공연 투자금의 최소 단위는 약 1천 2백 만원($10,000)에서 1억 2천 만원($100,000) 사이에서 정해진다. 드물게는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기도 하지만, 대게 프로듀서들은 다수의 소액 투자자 보다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소수의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프로덕션 운영과 관리에 있어서 그 편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경우에 따라 한 사람의 투자자로부터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 받기도 하는데,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투자자의 목소리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따르기도 한다.


일반적인 투자유치 방식에 변화를 꾀한 프로듀서들도 있다. <프로듀서즈>, <헤어 스프레이>, <영 프랑켄슈타인> 등의 제작자인 프랭켈- 바루-비에텔-루쓰 그룹(Frankel-Baruch-Viertel-Routh Group)은 1천여 명에 이르는 투자자 풀(Pool)을 운영하며 투자유치에 독자적인 전략을 구축해오기도 했으나, 이런 방식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4명의 파트너 중 이전에 부동산업에 종사했던 톰 비에텔(Tom Viertel)과 스티븐 바루(Steven Baruch)의 인맥관리 덕이 컸다. 소수의 거액 투자를 유치하기 보다는 다수의 소액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투자자들과 프로듀서의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고안해낸 방편으로, 스티븐 바루는 “거액 투자자들에 의해 작품의 제작 과정에 제약이 가해지는 부분이 줄어든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이렇듯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것이 브로드웨이 작품에 돈을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위험부담을 줄이고 싶은 프로듀서들에게도 이점이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번도 공연에 투자하지 않았던 일반인이 어느 날 갑자기 투자자로 작품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유명 프로듀서들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투자자들을 마다하고 새롭게 투자자를 찾아나서는 발품을 팔지 않으려 하는데다, 경험 없는 일반 투자자는 어떤 식으로 프로듀서와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경기침체로 인한 프로듀서들의 재정난은 새로운 방식의 투자유치 도입을 앞당기는 촉매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브로드웨이 극장 앞에 걸려있는 공연 포스터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리는 것을 꿈으로만 남겨놓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알타 보이즈>, <마이 퍼스트 타임>, <13> 등의 프로듀서 켄 데빈포트(Ken Davenport)는 최근 새로운 방식의 투자를 제안했다. 오는 2011년 브로드웨이 행이 예정된 뮤지컬 <갓스펠>의 리바이벌 프러덕션의 제작비를 일반인에게도 활짝 문을 열어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갓스펠>은 2008년 개막이 예정되었다가 당시 경기침체로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미 한 차례 개막이 미뤄졌던 프러덕션이다. 데빈포트는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행을 다시 계획하면서 대형 투자자를 설득하는 대신 소규모 투자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전략을 도입했다. 그는 이제껏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또는 투자자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하는 질문을 자주 받아왔다고 한다. 하여, 수년간 공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해오다 <갓스펠>을 통해 소액 투자자를 모집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한 최소 투자금은 1백 20만원($1,000)부터 시작되며, 그는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통해 약 60억원($5milliom)의 제작비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계산대로라면, 최대 5,000명의 투자자가 모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9월 이와 같은 투자 방식을 공표한 데빈포트는 직접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서도 투자자를 영입의 의사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제까지 매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투자에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전형적인 브로드웨이의 방식과는 다른 투자 방식을 원해온 투자자도 있고, 지인이나 가족을 위한 선물로 소액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부담 없는 금액으로 브로드웨이 작품의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게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또한 데빈포트는 <갓스펠> 투자자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단순한 소액투자자에 머물기보다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투자 금액에 상관없이 공식 포스터를 포함한 각종 홍보물에 이름이 게재되는 것은 물론, 투자자만을 위한 사이트(www.peopleofgodspell.com)에 각 투자자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개막 당일은 물론 향후 <갓스펠>의 다양한 이벤트에도 초대되는 특혜 또한 누리게 된다.


데빈포트의 이러한 선택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세대들을 공략해온 그간의 그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일찍부터 브로드웨이 보다는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승부수를 띄운 그는 <알타 보이즈>, <마이 퍼스트 타임>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는 성공을 기록했고 지난 2008년에 선보인 십대 청소년들의 뮤지컬 <13>은 브로드웨이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일반인들이 ‘브로드웨이 공연에 투자하는 것을 매우 위험하고, 일부 선택된 사람들의 몫’이라고 여기는 것에서부터 거리감을 갖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실제 이러한 방식의 소액 투자자 모집 방식을 수년 전부터 고려하고 있었지만 적절한 때를 기다려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갓스펠>의 작곡가인 스티븐 슈왈츠 역시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갓스펠>이야말로 이러한 방식의 투자유치를 시도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라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2011년은 지난 1971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갓스펠>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하다. 만약 이들이 목표로 했던 60억 원의 제작비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게 된다면, 뜻 깊은 해에 가장 많은 프로듀서들이 모여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무대에 올리게 되는 의미만이 아니라, 향후 브로드웨이의 투자유치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뉴욕과 런던을 잇는다 - The Bridge Project

세계 최대의 공연시장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앤드가 작품을 교류해온 지는 이미 오래다. 영국산 연극들은 브로드웨이 흥행에 있어서도 강세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 <새장 속의 광인>, <소야곡> 등과 같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새롭게 해석해 런던 무대에 올랐던 작품들이 다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선을 보이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런데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영국과 미국의 창작진과 배우들이 힘을 합쳐 공동제작에 나선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의 젊은 비영리 공연단체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rooklyn Academy of Music, 이하 BAM)과 케빈 스페이시가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기도 한 영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공연단체 올드 빅 시어터(The Old Vic), 그리고 샘 멘데즈(Sam Mendes)의 닐 스트리트 프로덕션(Neal Street Productions)은 지난 2009년 더 브릿지 프로젝트(The Bridge Project)를 런칭했다. 3년간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젝트는 국경을 넘나드는 공동 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주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비영리 공연단체와 세계적인 연출가가 함께 손을 잡고 제작하는 작품이니만큼 양국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고루 포진되어 있다.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과 <벚꽃동산(The Cherry Orchard)>이 공연된 첫 번째 시즌에 이어 2010년에는<당신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와 <태풍(The Tempest)>이 공연되었다. 공연일정은 상반기에 BAM에서 먼저 공연되고 다시 런던의 올드 빅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는 방식이다. 또한 이들은 해외 투어공연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3년 짜리 공동 프로젝트의 마지막 시즌은 보다 수준 높은 작품을 위해 한 해를 쉬고, 오는 2012년에 계속된다. 지난 시즌에 이어 샘 멘데즈가 연출을 맡을 <리차드 3세>에는 올드 빅의 예술감독이자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가 직접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BAM의 프로듀서 조셉 멜릴로(Joseph V. Melillo)는 `브릿지 프로젝트야말로 그의 일생에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야말로 BAM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고 덧붙이며, 이들과 함께 뉴욕과 런던은 물론 전 세계 어떤 무대에 내어놓아도 손색없는 프로덕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음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브릿지 프로젝트는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교류하는 것을 넘어선다. 런던과 뉴욕을 대표하는 공연단체들이 제작의 전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재능, 열정을 교류하는 국제적인 공동 제작 프로덕션의 모델이다. 공연을 제작하고,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보았을 가장 이상적인 국제협력의 모습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3D 스크린으로 본다

머지않아 브로드웨이 무대를 근처 영화관의 3D 스크린에서 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뉴욕의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푸고비(Fugobi)는 최근 공연 유통의 새로운 모델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3D 필름으로 촬영한 뒤 전 세계 시장에 유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대표인 데일 스미스는 “뮤지컬은 그 어느 때보다 대중문화에서 확고한 입지에 올라있으나, 브로드웨이 시장만으로 이윤을 내는 일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하며,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타파하는 길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하여, 이들은 기존의 브로드웨이 시장이나 투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 3D 필름으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촬영, 전 세계의 디지털 시네마로 유통시키는 방안을 고안 중이다. 이들은 이 방식이 나아가 브로드웨이의 경제적 가능성은 물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넓혀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에 옮겨질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일단 프로듀서와 투자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배우조합, 연출자/안무가 조합 등을 비롯해 각 노동조합의 허가를 얻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기존의 투어와 라이선스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과연 이것이 관광객이 전체 관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프로듀서와 투자자, 그리고 로컬 프리젠터, 라이센싱 에이전트 등 전체 공연시장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도 보다 깊이 있게 검토되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디지털 퍼포먼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공연계의 흐름으로 미루어보아 언젠가 우리나라 극장에 앉아서도 브로드웨이의 신작을 감상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듯 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브로드웨이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자 하는 프로듀서와 창작진들의 용기 있는 시도와 노력에 힘을 얻어 브로드웨이는 오늘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6호 2010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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