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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뉴욕 밖의 브로드웨이 공연들 [No.98]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1-11-10 4,719

반드시 ‘그 순간, 그 곳’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점은 공연의 희소가치를 높여주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내려온 공연이 투어나 다양한 라이선스 프로덕션의 형태로 미국 내 도시들은 물론 세계 곳곳의 극장에 올라가는 것은 아쉽게 관극의 기회를 놓친 관객들은 물론 프로듀서나 창작자들에게도 여간 다행인 일이 아니다. 뉴욕이 아닌 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 더 반가운  브로드웨이 작품들에 대해 정리해본다.

 

 


브로드웨이를 벗어난 브로드웨이 작품들
대개의 뮤지컬이 오픈런으로 공연되기에 브로드웨이에 가면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20년 이상 같은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10년 이상 브로드웨이를 지키고 있는 <맘마미아>, <라이온 킹>과 같은 공연들도 있으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캣츠>, <아이다>,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 중 아쉽게도 브로드웨이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작품들도 많다. 브로드웨이에서 한번 막을 내린 공연이 다시 뉴욕 무대로 돌아오는 데에는 짧게는 4-5년, 길게는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브로드웨이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이전 공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옷을 입고 재탄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그 주기가 긴 편이다. 심지어 초연에서 그리 만족스런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한 작품은 종영과 함께 그대로 뉴욕 무대와는 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관객 입장들은 한번 놓친 공연을 투어나 라이선스 형태가 아니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1982년 10월부터 무려 18년 간 브로드웨이 무대를 지키던 뮤지컬 <캣츠>는 2000년 9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해 3월 여행길에서 아쉽게 관극의 기회를 놓친 필자가 4년 후 다시 뉴욕에 둥지를 틀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는 걸음을 서두른 것이다. 아쉬움을 늘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중, 2006년 <캣츠>의 투어 팀이 뉴욕 근교 뉴저지의 공연장 엔제이팩(New Jersey Performing Arts Center, NJPAC)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달음에 달려간 기억이 난다. 언제든 볼 수 있었던 브로드웨이 공연들과 달리 뉴욕 밖에서 어렵게 만나서였을까? 이미 웨스트 앤드와 국내에서 여러 차례 관람한 작품임에도 오랜만에 만난 고양이들은 더없이 반가웠다.
  


투어와 싯-다운 프로덕션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흥행작들
브로드웨이에서 어느 정도 관객몰이를 한 작품들은 투어 팀을 꾸려 미국 내 투어공연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직접 제작에 관여하는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 투어 프로덕션의 경우 프로듀서·극장주 협회인 더 브로드웨이 리그에서 공연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프로덕션들은 브로드웨이 원작과 거의 흡사한 형태로 배우조합에 소속된 배우들만을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통은 한 개의 투어 프로덕션이 다양한 도시를 돌며 공연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위키드>와 같이 어느 곳에서든지 흥행 보증수표인 인기작품은 두 개 이상의 투어 프로덕션이 각기 다른 도시를 돌며 공연하는 경우도 있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위키드>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주 흥행 성적 상위에 랭크되는 공연이다. 2005년 토론토를 시작으로 첫 북미 투어 팀이 공연을 한  <위키드>는 방문하는 모든 도시마다 큰 관심을 받으며 원작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프로듀서들은 2009년 플로리다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두 번째 북미 투어 팀을 출범하였고, 현재까지도 두 개의 투어 팀이 보다 많은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공연시장이 활성화된 시카고나 LA의 경우 흥행작품은 투어의 형태가 아니라 보다 장기간 공연되는 싯-다운 프로덕션(sit-down production)의 형태로 공연되기도 한다. <위키드>의 경우 시카고 관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05년 6월 투어 팀의 공연이 끝난 다음날부터 포드 센터 오리엔탈 극장에서 첫 번째 싯-다운 프로덕션을 개막했다. 이어 2007년에는 LA의 팬테이지스 극장에서, 2009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오르페움 극장에서 또 다른 프로덕션의 막이 올랐다. <위키드>의 싯-다운 프로덕션들은 각각 약 4년, 2년, 1년 반 동안 지역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공연을 했다. 현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두 개의 북미 투어 팀과 함께 웨스트 앤드, 네덜란드, 싱가폴 등지에서 공연 중이다.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웨스트엔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보통 1-4주 간격으로 다른 도시를 돌며 공연하는 일반적인 투어 공연과는 처음부터 다른 행보를 택했다. 프로듀서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큰 시카고와 토론토, 샌프란시스코 등에서의 장기간 공연을 결정함에 따라 2010년 3월 시카고 포드 센터 극장에서 첫 번째 투어 팀 공연의 막을 올렸다. 2011년 1월까지 공연한 뒤 투어 팀은 토론토로 자리를 옮겨 지난 9월 3일까지 약 7개월을 더 공연하였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10월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막이 오른 두 번째 투어 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투어 팀’의 공연과 더 가까운 형태로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도시를 돌며 공연하고 있다. 한편 <빌리 엘리어트>의 프로듀서들은 지난여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공연을 예정보다 4주 앞서 막을 내린 후 대대적인 투어 프로덕션의 수정, 보안 작업에 돌입하였다. 투어 공연에 적합한 보다 콤팩트한 사이즈로 작품을 수정하기 위해 캐스트와 세트 디자인의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이었다. 약 두 달 간의 수정 작업을 거친 뒤 <빌리 엘리어트>의 투어 팀은 11월 1일 세인트 루이스에서 공연을 재개할 예정이다. 2012년 1월 8일 <빌리 엘리어트>의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3년여 간의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기에, 관객들은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될 투어 팀의 공연으로만 아쉬움을 달래야 할 전망이다.


디즈니의 최고 흥행작 <라이온 킹>은 보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공연의 형태를 띠며 전 세계에서 여러 프로덕션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라이온 킹>은 1996년도에 개막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과 1999년 막이 올라 여전히 인기몰이 중인 웨스트앤드 프로덕션 이외에도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토론토에서 약 5년 여간, LA에서는 2000년 9월부터 2년 여간 공연되었으며 호주에서도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각각 약 2년, 1년 간 공연한 바 있다. 1998년 이후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극단 시키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부터 1년 간 공연했던 <라이온 킹>은 이외에도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프랑스 파리, 대만의 타이페이 등 다양한 도시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는 라스베가스 프로덕션이 상시 운영 중이며 올 봄에는 싱가폴에서도 막이 올라 10월 말까지 약 8개월 가량 공연되었다. 인터네셔널 프로덕션과 함께 북미 투어 팀의 공연도 활발한데, <라이온 킹> 역시 한 때는 <위키드>나 <빌리 엘리어트>처럼 두 개의 투어 팀이 운영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한 개 팀이 미국과 캐나다 등지를 돌며 공연 중이다. 투어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원작을 거의 똑같이 재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무대 디자인의 소소한 부분(예를 들면 첫 장면에 등장하는 태양의 사이즈를 축소한다거나)은 다소 간소화되었으며 이동의 편이를 위해 무대와 오케스트라의 규모 역시 축소된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 현재 <라이온 킹>은 뉴욕을 비롯한 북미 지역 이외에 런던, 독일의 함부르그, 스페인의 마드리드, 일본의 도쿄와 삿포로 등지에서 공연 중이다.

 

 

 

세컨드 클래스 투어공연으로 새로워지는 브로드웨이 작품들
브로드웨이에서 종영한 작품 중에는 전문 투어 공연 제작사에서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재탄생한 작품들도 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과는 연출과 디자인 부분에서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 이러한 투어 공연은 세컨드 클래스(Second Class) 투어공연으로 구분되는데 배우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배우들의 고용이 자유롭기 때문에 논-에쿼티(Non-Equity) 프로덕션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사실 이들에게 브로드웨이 작품과 똑같은 퀄리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기에, 간혹 기대에 못 미치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을 찾기는 어려운데다, 이렇게나마 현재 공연되지 않는 예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관객들에게 반가운 기회임은 분명해 보인다. 


대표적인 세컨드 클래스 투어 프로덕션 제작사는 네트웍스(NETworks), 트로이카 엔터테인먼트(Troika Entertainment), 빅 리그 프로덕션즈(Big League Productions) 등이다. 네트웍스는 현재 디즈니가 공연했던 <미녀와 야수>와 드림웍스가 제작했던 뮤지컬 <슈렉> 등의 세컨드 클래스 투어 프로덕션을 운영 중이다. 2008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막이 올랐던 <슈렉>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흥행성과를 기록하며 1년여 만인 2010년 1월 막을 내렸다. 이후 브로드웨이 크리에이티브 팀이 크고 작은 수정을 한 첫 번째 내셔널 투어 팀의 공연을 시카고에서 선보인 바 있다. 약 1년간 공연된 퍼스트 클래스 투어 프로덕션은 LA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고, 지난 9월부터는 두 번째 투어 프로덕션이 논-에쿼티의 형태로 네트웍스에 의해 새롭게 꾸려져 공연 중이다. 트로이카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여 년 간 꾸준히 <캣츠>의 투어 공연을 제작, 운영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에비타> 등 자체 제작 프로덕션의 탄탄한 레퍼토리를 구축해 매 시즌 마다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하는 전문 투어 프로덕션 제작사다. 빅 리그 프로덕션은 <아이다>, <42번가>, <마이 페어 레이디> 등의 작품의 논-에쿼티 프로덕션을 제작해왔다.

 

프로듀서들이 투어 프로덕션 제작사에게 공연권을 양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많은 비용을 들여 퍼스트 클래스 투어 프로덕션으로 제작할 만큼 해당 작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로드웨이 흥행 성적이 저조한 작품일수록, 종영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일수록 투어 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새롭게 프로덕션을 제작해 투어 공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작품이 모두 논-에쿼티 투어 프로덕션인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빌리 엘리어트>, <메리 포핀스>, <새장 속의 광인> 등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투어 전문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제작하는 에쿼티 투어 프로덕션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관여하며 작품의 질을 컨트롤 하기는 하지만 투어 프로덕션 제작에 노하우가 있는 전문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투어 프로덕션 제작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페셔널도, 아마추어도 함께 하는 브로드웨이 클래식
뉴욕 외의 지역에서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투어 공연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나 전문 투어 프로덕션 제작사가 관여되지 않은 라이선스 프로덕션들이 쉬지 않고 제작된다. 지역 비영리 공연단체가 주체가 되기도 하고, 크고 작은 아마추어 공연단체나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브로드웨이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 2005년 여름 뉴저지에서 한 아마추어 극단의 뮤지컬 <아이다>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디즈니가 선사하는 화려한 무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동네 공원의 작은 야외무대에서의 소박한 프로덕션이었지만 삼삼오오 짝지어 공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오천 원 남짓한 입장료를 내고 편안하게 관람하는 모습은 어느 극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헤더 헤들리도, 아담 파스칼도 없었지만 아마추어 배우들이 공연하는 <아이다>를 관람했던 밤은 여전히 기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꼭 멋진 극장에서 브로드웨이라는 이름표를 단 프로덕션들만을 통해서 공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애니>, <인투 더 우즈>, <미녀와 야수>, <그리스> 등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은 학교나 교회, 작은 지역 공연단체의 단골 레퍼토리들이다. 이들의 편이를 돕기 위해 공연의 라이선스 판매를 중계하는 엠티아이(Musical Theatre International, MTI)와 같은 에이전트에서는 아예 아마추어 공연에 맞는 라이선스 버전을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MTI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보다 쉽게 공연할 수 있도록 축약 버전의 <아이다>, <레 미제라블>, <스위니 토드>, <렌트>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애니>, <페임>, <아가씨와 건달들>, <갓스펠>, <숲속으로>, <인어공주> 등의 작품을 60분짜리 주니어 버전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대본과 음악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연출 가이드와 스터디 가이드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으니 아마추어 공연단체에서는 이 패키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한 편의 신작 뮤지컬이 탄생하기까지는 프로듀서들과 창작자들의 노력이 오랜 시간 요구된다. 그러니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린 공연들이 다양한 형태로 각 지역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들은 ‘브로드웨이’ 공연이 아니다. 따라서 브로드웨이에서와 같은 종류의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다소 축소된 규모의 투어 공연, 배우조합 소속의 배우들이 공연하지 않는 세컨드 클래스 투어 공연, 또는 학생들의 아마추어 프로덕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만큼이나 관객들과 감동을 주고받는 모습도 제 각각이다. 어떠한 공연이건 간에 배우와 관객들은 그 순간, 그 곳에서의 감동을 함께 나눈다. 이것이 바로 이들이 공연이 반가운 이유이자 공연이라는 장르가 지니는 매력일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8호 2011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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