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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TERVIEW] 밴드 검정치마 - 계속 지켜봐 주세요 [No.95]

글 |이민선 사진 |- 사진제공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2011-08-31 6,079

 

일요일에 태어나서 본명이 조휴일이고, 정말로 별 의미 없이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밴드 이름을 검정치마라고 지었다. 그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아서 생각하고 대화하듯이 만든 음악으로 두 번째 앨범을 냈다. 그는 노래할 때처럼 이야기할 때도 멋있어 보일 법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긴 휴학 동안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쌓인 학교 후배처럼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청년이 대체 그동안 뭘 했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새 음반 제목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은 어떤 의미로 지은 것인가요?

단순하고 흔한 비유인데, 검정치마가 배라면 제가 그 배의 선장이잖아요. 작년 봄 즈음, 1집 때 함께했던 멤버들과 헤어지고 또 이전 소속사에서도 나왔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고 막막했어요. 말 그대로 망망대해에 나 홀로 떠 있는 느낌이었죠. 2009년 한 해를 회상하니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짧은 시간에 거쳐 갔던 몇몇 연인들과 친구들에 대한 애정, 표면적으로만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등. 걱정할 것 없어, 난 바다를 항해하는 중이야. 여기서 바다라는 게 아무리 크게 봐도 홍대 인디씬이잖아요. 2009년 한 해 동안 제가 기록한 항해일지를 노래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가요. 아무튼 곡을 쓰고 미국으로 돌아갈 때(그는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음악 활동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으며, 얼마 전 부모님과 영구 귀국했다) 내가 타고 있는 검정치마라는 배가 난파해서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았어요. 걱정 말라고 했지만, 사실은 걱정해달라는 반어법적인 의미죠.


2008년에 첫 번째 앨범을 내놓은 뒤 햇수로는 3년 만이네요. 새 앨범이 나온 소감을 전해주세요.

그동안 집에 돌아가서 놀기도 많이 놀았지만 앨범 작업도 열심히 했어요. 새 앨범이 나와서 기쁘고, 작업 중에도 팬들이 꾸준히 응원해주고 기다려줘서 좋아요. 1집이 어느 정도 사랑을 받았고, 그래서 2집에 대한 기대치가 있겠지만 그게 전혀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그 기대치 덕분에 2집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 사업으로 치자면 밑천이 생긴 셈이니까요. 검정치마를 모르는 사람에게든 좋아하는 사람에게든 저의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생겼으니 그게 정말 감사하고 좋죠.

 

새 앨범을 통해서 전과는 달리 어떤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1집은 처음 음악을 시작해서 혼자서 기타 코드 짚어가면서 쓴 곡부터 포함해 거의 10년 만의 결과물이었어요. 미성숙한 부분도 많았고 송 라이터로서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장르에 대한 욕심이 많았어요. 제가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멜로디도 더 대중성 있게 만들려 했고. 1집 때는 다양하고 재밌는 팝 앨범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결국 그렇게는 안 받아들여졌겠지만.(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노래를 되게 편안하게 만들었어요. 깜짝 놀랄 만한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 없이. 검정치마의 1집 음반이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것도 아니고 아주 무명 밴드로 남은 것도 아니고 제 위치가 어중간해서, 사람들이 저의 새 앨범을 외면한다고 해도 전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게 없는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자는 생각이었죠. 실제로 2집에 실린 노래들도 거의 2주 만에 다 썼고요.

 


곡을 굉장히 빨리 쓰네요.

어떨 땐 그런데, 또 안 쓸 땐 일 년 동안 한 곡도 안 쓰기도 해요. 2집에 실린 곡들은 1집 활동 끝내고 작년 봄에 쓴 건데, 전 소속사에서 나오고 소니뮤직에서 1집을 재발매하면서 힘든 일도 많고 피로할 때였어요. 갑자기 클래식 기타가 정말 치고 싶어서 클래식 기타 장인이 있다는 곳에 찾아가서 가장 싼 모델을 충동구매 한 후에 그 기타로 2집의 곡들을 모두 썼죠. 당시 제가 처했던 불안했던 상황과 감정들이 그대로 노래로 배출됐어요. 한국에 와서 일 년여간 활동하면서 겪은 사랑과 이별, 다시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불안감,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 등 제 안에서 나오는 대로 노래하며 곡을 썼어요.


1집 음반이 나왔을 때 평론가들이 그런 평가들 했잖아요. 서구적인 한국 인디 팝이니, 신선하고 세련된 사운드니, 장르가 다양하다 등. 이런 평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는데, 치기 어리다는 표현이 제 상황과 가장 맞았던 것 같아요. 덜 성숙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고, 내가 한국 가서 음반을 내면 충분히 잘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때는 제가 뭘 하는지도 몰랐고, 제 자신에게 갖고 있는 기대치에 상관없이 반응이 온다는 게 즐거웠어요. 지나고 보니까 그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찌 보면 별 탈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던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흥분되는 일이었죠. 제가 좀 더 처신을 잘했으면, 또는 자기 관리를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땐 처음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다 좋은 경험으로 남았어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인데 외부에서 반응을 보이면 재밌지 않나요?

1집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가사에 초점을 많이 맞추더라고요. 저로선 그게 너무 의외였어요. 고민해서 쓴 가사도 아니었는데…. 독서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한다는 문화생활이 MP3로 음악 조금 듣고 TV 많이 보고 그 정도예요. 가사를 잘 쓰기 위해서 책이라도 읽어야 하나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내가 이런 반응을 의식하면 거기에 말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전히 내 맘속에 있는 그대로 써내려 갔어요. 그래서 노랫말이 더 진실됐다고 생각하고요.

 


반대로 외부의 평가 중에서 자신이 의도했던 부분이 있다면 뭔가요?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요. 한국 평론가들은 이런 걸 백화점 음반이라고 하면서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한 앨범을 꿰뚫는 유기적이고 뚜렷한 사운드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전 다양하게, 재밌고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앨범 전체에 대한 구상은 없었고, 곡 하나하나가 좋았으면 했어요. 1번부터 10번까지 듣는 동안 넘기는 트랙 없이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도록. 1집 때는 그런 점을 염두에 뒀는데 2집 때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노래가 어떻게 흘러가고 중간에 넘기는 트랙이 있건 없건. 그냥 편하게 제 감정을 배출하듯이.


요즘 인디 밴드들의 인기와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십센치나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밴드는 인디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알려졌어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굉장히 좋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요즘 통기타가 없어서 못 판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전 어릴 때부터 TV에 기타리스트가 나오거나 밴드가 나오면 그저 좋아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겠지만, 누군가는 우연히 기타가 치고 싶어질 수도 있거든요. 미디어에 노출됨으로써 음악적 다양성이 더 부각될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좋겠어요.


검정치마도 더 많은 대중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죠?

그건 음악 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거예요. 1집 활동 끝나고 했던 인터뷰에서 검정치마가 인디와 대중음악의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땐 그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심지어는 인디 밴드들이 구석에 몰려 있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좀 더 대중을 향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대중음악도 많이 듣지만 정말 좋아서 듣는 것은 고전 음반이나 비주류의 음악임을 생각했을 때, 무조건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서 음반을 많이 팔고 TV에 자주 나오고, 그래서 돈을 버는 게 저에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여전히 대중을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검정치마에게는 일부 고정 팬도 생겼고 더 큰 대중성을 지향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전 음악에서 음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밴드 중에 라이브 공연을 정말 잘하는 밴드들은 그들의 음악 인생에서 공연할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고 이야기해요. 공연이 음악을 들려주는 데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겐 기록된 상태의 음반이 더 중요해요. 저 역시 좋은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곤 하지만, CD를 사서 포장을 뜯고 혼자서 운전하거나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때, 그때 음악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거든요. 지금은 동영상을 통해 언제든 공연 실황을 볼 수도 있지만, 음반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이잖아요. 공연은 외부의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음반은 온전히 아티스트 본인의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검정치마는 음반에 대한 욕심이 크겠군요.

시간이 흐른 뒤에 뒤돌아봤을 때 제가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앨범 다섯 장을 갖고 싶어요. 그게 열 개나 스무 개라면 더 좋겠지만 일단 목표는 다섯 개. 제가 좋아하는 밴드가 낸 음반들 중에 정말 좋아하는 것을 골라냈을 때 그중에서 최소한 세 장은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을 정도로 좋거든요. 제 목표도 그런 거예요. 정말 골라낼 수 없을 만큼 좋은 음반을 유산처럼 남기는 것. 지금 당장 이 음반이 나를 어떤 위치에 놓건 간에 상관없이, 후에 돌이켜봤을 때 기념비적인 음반이 되는 것 말예요. 동시대에 굉장한 반향을 일으키건 화석이 된 후에 후세대에 의해 발견되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도 검정 치마의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텐데요. 저도 공연하는 거 좋아요. 항상 좋지는 않지만요. 솔직히 제가 라이브에 강한 것도 아니고요. 사람들이 우연히 공연에 와서 제 음악을 처음 접하는 것보다 제 음반을 충분히 듣고 가사와 감성을 흡수한 상태에서 그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따라 부르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공연에 오는 게 좋아요. 관객과 제가 함께 즐긴다는 측면에서 그게 더 재밌고 좋더라고요.


검정치마의 2집이 청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길 바라나요?

그냥 과정으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어요. 2집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했거든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제가 가진 자양분만으로 만들었어요. 다음 앨범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사실 3집도 이미 다 만들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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