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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창작산실 <곤, 더 버스커> [No.137]

글 | 나윤정 사진제공 | 오픈런뮤지컬컴퍼니 2015-02-26 4,651

경쟁할 수 없는 가치



<곤, 더 버스커>는 <오디션>으로 주목받은 박용전 연출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그는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하고, 연출까지 도맡는 1인 3역에 도전했다. 작품의 컨셉은 다르지만, 이번 무대 역시 전작처럼 음악이 중심이 되고, 액터 뮤지션이 등장한다. 뮤지컬 창작자로서 박용전의 색깔을 명확히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버스커 경험이 있다는 그는 자신의 경험을 십분 살려 버스커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끌어들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곤, 더 버스커>는 버스커들의 이야기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곤, 후천적 청각 장애가 있지만, 아름다운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니나, 무엇이든 타악기로 만들어 두드리는 원석. 그들의 외침은 아직은 서툴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맨몸으로 세상에 부딪치는 청춘들에겐 자신이 곧 무대이고, 음악이고, 예술이 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버스커’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음악적 쾌감’을 선사한다. 누구나 한 번쯤 발길을 붙잡는 버스커의 노래를 마주한 경험이 있을 텐데, 이 무대에서도 바로 그런 순간들이 발견된다. 어쿠스틱 기타의 힘이 느껴지는 곤의 ‘왜냐하면’이나 ‘나에게’, 실제 넥스트 출신 기타리스트 데빈을 주축으로 한 3인조 버스킹 팀 스트라다킹의 현란한 연주가 돋보이는 ‘왕벌의 비행’ 등이 대표적이다.

드라마의 갈등은 ‘방송의 상업주의’와 맞물리며 시작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중심에 있는데, 버스커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게릴라버스커K’를 통해 드러난다. 곤과 이란성 쌍둥이인 니나와 원석은 ‘니나 잘해’란 팀을 결성한 후 방송사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게 되고,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내려는 방송사와 마찰을 빚는다. 과연 무엇을 잣대로 예술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을까? 무대는 상업주의에 저항하는 버스커들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경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이야기는 버스커와 방송국 사람들, 이 두 축에 의해 전개되며, 상반된 두 세계를 보여준다. 엄마를 찾기 위해 공연을 하는 니나와 원석, 잔잔히 사랑을 시작하는 곤과 니나 등 버스커들의 장면은 비교적 일상적이고, 특별한 무대 장치는 없지만 그 빈 공간은 음악의 잔상이 채워준다. 반면 방송국 사람들의 장면은 다소 과장되게 설정돼, 상업성의 세계를 풍자한다. 브라운관을 형상화한 듯한 상징적인 무대 아래, 시청률을 위해선 양심 따윈 개나 주라 외치는 그들의 말투와 몸짓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처절하다. 이러한 차이는 두 세계의 대조를 극명히 보여주며,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이들의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상업주의에 대한 버스커들의 분노는, 마지막 곡 ‘Puppet On A String’에 집약되어 있다. 비열한 세상을 향해 멋지게 한방을 날리는 장면인 만큼, 버스커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장기를 보이며 무대를 누빈다. 하지만, 무대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녹아 있는 장면인 만큼 더욱 폭발력이 전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장면에서 버스커들이 방송사 사람들의 불순한 의도를 알게 되고, 그것에 저항하게 되는 과정들이 디테일하게 보이면 좋겠다. 갈등의 증폭이 설득력을 지녀야, 이를 분출하는 에너지도 오랜 여운을 남길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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