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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순간에 최선을, 김재범 [No.138]

글 | 배경희 2015-04-13 5,922

배우 인생 그래프를 90점 일직선으로 그리고 싶다는 김재범. 
데뷔 11년째 성실히 자신의 경력을 쌓아오고 있는 그는  지난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꿈같은 데뷔 <지하철 1호선>

“<지하철 1호선>을 생각하면, 새벽 여섯 시에  학교에 가서 연습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던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 

한예종 동기 (전)병욱이하고 (최)재웅이가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해서 공연을 봤다가  완전히 반해서 재학 중 오디션을 본 거였어요. 

제 첫 번째 오디션이었죠. 제가 원했던 역할은  주인공인 ‘안경’이었지만, ‘제비’라는 역할에  합격하면서 정식으로 데뷔하게 됐어요. 

제비는 저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하하. 

여섯 달 동안 공연하면서  내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아무런 생각도  못할 만큼 정신없이 무대에 섰던 것 같아요. 

그저 주어진 몫을 열심히 하려고 했죠.  그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어요.”



마음속 깊이 새겨진 <공길전>
“공길은 학창 시절 연극 <이>를 보고 욕심이 났던  역할이에요. 

하지만 <이>와는 도통 인연이 없다가 서울예술단에서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왕의 남자>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공길을 연기하게 됐죠. 

당시 <공길전>은 초연 창작뮤지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남자>가 워낙 흥행했던 터라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어요.  신인 배우였던  저 역시 덩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요. 

연습하는 동안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개막 후에는 많은 악평에 더 큰  마음고생을 했죠. (웃음) 

2주 남짓한  짧은 공연 기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하루빨리 공연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마지막 공연 날 공길이라는 역할에게  미안하고 다신 이 작품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남아요.”



후회 없는 기억 <쓰릴 미>
“<쓰릴 미>의 2010년 출연진은 지금 생각해도  굉장해요. 김무열, 최재웅, 지창욱, 강하늘…. 

제 파트너였던 (조)강현이와 둘이서 꽃미남과  상남자들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우린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죠.  하하. 

그런데 다행히 <쓰릴 미>의 ‘나’는 제 이름을 좀 더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지난해 <쓰릴 미>  재공연이 올라가면서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이왕 다시 하는 거 ‘나’가 아닌 ‘그’를 해보겠다고  했죠. 

제가 생각한 ‘나’는 감정을 꾹꾹 억누르는  캐릭터였다면, ‘그’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미친놈이었어요.  사랑을 많이 못 받아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제 생각에는 ‘그’보다는 ‘나’가 제게 더 어울리는  역할인 것 같지만, 지난 선택을 후회하진 않아요.”



감정의 깊이를 알게 해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베르테르는 학창 시절부터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서 신인 때 오디션을 본 적이 있어요. 
당시 3차 오디션까지 올라가서 기대가 컸는데,  앙상블도 괜찮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실망해서 대답을 얼버무렸던 기억이 나요. (웃음) 

그런데  거의 7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서 베르테르를  하게 된 거죠. 정말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하면서 참 많은 걸  배웠는데, 특히 이 작품을 통해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해봤어요. 

롯데가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해달라는 베르테르를 외면하고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단호히 말하면  마음이 저려서 움직일 수 없었죠. 

연습도, 공연도, 감정적으론 정말 힘들었지만, 공연이 끝나는 게  아쉬웠어요.”


치열한 고민 <아가사>

“제 배우 인생에서 <아가사>처럼 오랜 시간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재공연은 초연에 비해 작품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작품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습 내내 수정 작업을  반복했거든요. 

욱이 제가 맡은 역할 로이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라서, 이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저만의 답을 찾느라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새벽 두세 시까지 미친 사람처럼 대본을 읽고  또 읽다가 두통이 와서 약을 먹을 정도로요. 

지금까지 살면서 두통약을 먹은 건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데 공연 연습 때문에 그걸 먹게 되다니 스스로도 놀라워요. (웃음) 

새롭게 달라진  <아가사>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됩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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