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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고래고래> 김재범 [No.144]

글 | 배경희 사진 | 김호근 2015-10-12 5,471

순수한 남자의 외침

고교 시절 밴드 동아리를 하며 진한 우정을 나눴던 네 남자, 영민, 호빈, 민우, 병태. 
각자 다른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난 네 사람이 어렸을 적 꿈이었던  음악 페스티벌 출전을 위해 국토 횡단 버스킹 여행을 떠난다는 게 <고래고래>의 줄거리다. 
오는 9월 관객과 처음 만나는 <고래고래>에서 김재범이 맡은 역할은 허세남 드러머 호빈. 
공연 개막에 앞서 <고래고래>의 영화 버전인 <마차타고 고래고래>로 영화 신고식을 치른 그를 만났다.  



영화라는 새로운 경험

올해도 벌써 하반기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데, 계획했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나요?
네, 정신은 좀 없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가고 있습니다.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요즘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고래고래>를 보고 힐링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올 초부터 정신없이 달려와 벌써 올해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고래고래>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지치지 않는 체력인가 봐요?
아뇨, 지금 좀 지쳐있어요. 그래서 연습하고 공연하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해요. 가만히 앉아있거나 천장을 바라보면서 누워있죠. 마치 손오공이 원기옥(손오공이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만물의 기운을 모으는 기술)을 쓰려고 기를 모을 때처럼. 평소에 조용히 있으니까 사람들이 저보고 무기력해 보인다고 하는데, 오해예요.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거죠. 
평소엔 가만히 원기옥을 모으고 있다니 재미있는 말이네요. 이번에 <고래고래> 한 콘텐츠로 두 장르 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됐는데, 처음부터 영화하고 뮤지컬을 같이하자고 제안받은 거예요?
작년에 처음 이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제작사에서 내년에 이런 프로젝트를 할 건데 같이하자고 해서 저야 감사하다고 했죠. 영화는 지난 5~6월 두 달 동안 찍었고, 아마 뮤지컬을 개막하고 나서 상영될 거예요. 
영화 촬영은 처음이었죠? 어땠어요?
아무래도 영화는 처음 해보는 거라 첫 촬영 때는 떨렸죠.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오디오 사운드는 어떻게 맞춰야 할지, 또 애드리브 수위 조절은 얼마나 해야 할지, 촬영 첫날은 사소한 부분에 신경이 쓰여서 나는 영화에 안 맞나 싶었는데, 금세 촬영에 익숙해져서 주눅 들지 않고 즐겁게 찍었어요.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울 만큼. 스태프분들하고 동료 배우들이 편하게 대해 준 덕분이죠.
흔히 다른 장르를 경험하면 새로운 걸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이번에 영화 촬영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새롭게 느낀 게 있어요? 
글쎄요, 아직 한 편밖에 안 해봐서…. 그리고 그냥 늘 무대에서 하던 대로 연기해서 특별히 다른 점을 못 느꼈어요. 처음에 다르다고 느낀 걸 굳이 얘기하자면, 카메라 앵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었던 건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첫 촬영을 정말 마음 편히 했는데 만약에라도 다음 기회가 왔을 때 이만큼 즐겁게 못할까봐, 그게 괜히 걱정이에요. 
아까 관객들이 <고래고래>를 보고 힐링이 되면 좋겠다고 했는데, 스스로는 이 작품을 통해 힐링이 됐어요?
그럼요. 일단 저희 작품 컨셉이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어렸을 때부터 꿈꿔 온 일을 하는 거잖아요. 주위에서 누가 뭐라 하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이야기부터 힐링이었죠. 누구보다 스스로 원하고 바라던 일을 하고 있으면서, 연습하기 힘들다, 공연하기 힘들다, 하고 불평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도 됐고. 그리고 영화는 목포에서 가평까지 국토를 횡단하는 로드 무비이다 보니, 촬영하는 게 꼭 여행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밤에 야외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우리끼리 캠프파이어 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인데도 안 피곤하고 진짜 노는 것 같았어요. 당나귀와 함께 자연을 걸어 다니는 것도 재밌었고요.
당나귀하고 같이 국토 횡단을 한 거예요?
네, 영화 속 제 캐릭터 병태가 승마 클럽을 운영하다 망해서 갈 데 없는 당나귀 짱아를 데리고 여행에 합류하거든요. 그래서 제목이 <마차타고 고래고래>예요. 혹시 당나귀 울음소리 들어보셨어요? 저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엄청나요. 당나귀가 울면 온 동네가 다 울려요. 뮤지컬도 컨셉은 같지만, 만약 당나귀가 무대에 등장해 울기라도 하면…. 그래서 뮤지컬 제목은 그냥 <고래고래>예요. 당나귀가 안 나오니까. 저희 작품 보고 고래 잡으러 가는 내용이냐, 고래는 잡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 고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다 같이 외쳐보자, 고래고래! 뭐 이런 의미죠. 설마 공연 때 고래는 언제 나오는 거냐고 하시는 분들은 없겠죠? 그럼 안 되는데…. 
하하. 그런데 제가 아는 김재범은 어디 돌아다니고, 멀리 여행 가고 이런 거 싫어했던 것 같은데, 달라진 건가요?
맞아요. 예전엔 사람들이 여행을 왜 가는지 몰랐어요. 여행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죠. 스물여섯 살엔가, <지하철 1호선> 공연을 하러 처음으로 독일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독일에 도착해서 받은 인상은 ‘독일이구나’. 공연할 때 빼곤 거의 방에만 있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같이 갔던 (전)병욱이는 한숨을 쉬었지만. (웃음) 그런데 몇 년 전에 <유럽 블로그>라는 연극을 하면서 거기 출연하는 배우들끼리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주제가 여행인 작품이라 공연 준비차 가게 된 건데, 사실 그때도 별로 유럽에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스위스에서 여행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새벽,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거대한 산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던 그 풍경! 와,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자연이 나를 덮치는 것 같은 기분? 이래서 어디든 직접 가봐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때 여행의 의미를 알게 됐죠. 이런 기분도 모르고 살다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변하지 않는 믿음

고교 시절 친구들끼리 버스킹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아뇨, 저는 잊지 못할 학창 시절 추억이 별로 없어서 그런 생각은 그다지…. 고등학교 때 특별히 막 친했던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 물론 친한 친구는 있었는데, ‘너 없으면 안 돼! 죽을 때까지 함께하자! 우린 하나야!’ 이런 우정을 나눈 친구가 없었을 뿐이죠. 성격상 뭐랄까, 그런 요란한 관계가 부담스러워요. 누군가 너무 다가오는 것도 부담스럽고. 하하. 성격이 이래서 사람들한테 오타쿠 아니냐, 히키코모리 같다, 이런 얘길 듣곤 하는데 가슴이 아픕니다. 저도 대학교 때는 댄스 동아리에서 ‘김미 김미’ 추고 그랬는데. 뭐 어쨌든 <고래고래>는 학창 시절에 관한 추억이 없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럼 영화 촬영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은 건 뭐예요?
영화에 계곡에서 노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올봄 가뭄 때문인지 가는 계곡마다 물이 다 말라있는 거예요. 비 내리길 기다렸다 초여름이 시작된 6월 말 촬영 마지막 날에야 그 장면을 찍을 수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기억에 나요. 특히 계곡 신은 저희의 짱아가 도망치는 연기 혼을 발휘해야 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NG도 여러 번 나고, 재밌었어요.
영화와는 다르게 뮤지컬에서는 고교 시절 드러머였다 배우의 길을 걷는 호빈 역을 맡는다죠? 호빈은 진짜 속마음을 밖으로 잘 안 드러내는 캐릭터니까 비슷한 점이 있겠는데요?
저나 호빈이나 배우가 꿈이고 성격이 좀 소심한 건 비슷한데, 다른 부분은 좀 달라요. 호빈은 허세가 강하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 자꾸 자기 의도와 다르게 어긋난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거든요. 진심과 달리 사람들한테 자꾸 상처주는 말을 하죠. 그런 면이 저하고 좀 다르죠. 저는 말도 잘 안 하고, 속마음 이야기는 더 안 하는 사람이니까. 하하. 이런 성격 때문에도 오해를 종종 사곤 하지만. (웃음) 
호빈을 표현하는 데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면?
호빈은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괜히 투덜대고 자꾸 남의 상처를 쑤셔대고, 현실에서 만난다면 그야말로 제가 불편해할 타입. 자기 딴에는 친구들 위한다고 그러는 건데, 속마음이야 어떻든 팀에서 자꾸 불화를 일으키는 인물이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밉지 않게 보일 수 있으려나 고민하고 있죠. 처음부터 끝까지 비호감 밉상으로 보이면 안 되잖아요. 관객들이 호빈을 보면서 ‘아이고, 저 귀여운 놈’ 이렇게 느끼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예요. 사실 저희 작품은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라 거창한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어서 관객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고래고래>에서는 뭐가 가장 큰 도전일까요?
일단 드러머 역할 자체가 굉장히 큰 도전이죠. 제가 드럼은 못 치지만 장구 치는 건 좋아하는데, 장구나 드럼이나 같은 타악기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농담이에요. 하하. 만약 작품에서 드럼을 치는 게 정말 중요했으면 드러머를 캐스팅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드러머가 아닌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테니, 제가 드럼을 속성으로 확실히 배워서 관객들이 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게, 저런 사람이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죠. 제가 연기할 때 항상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4호 2015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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