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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아마데우스> 미켈란젤로 로콩테 [No.149]

글 |이민선(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이배희 장소제공 | 서머셋팰리스호텔 2016-03-02 6,399

모차르트의 현현


2009년 프랑스 초연 후 유럽 전체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2011년 3D 영화와 2012년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 관객에게 소개됐다. 이후 재공연되지 않은 아쉬움은 ‘마니아가 뽑은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더뮤지컬> 2015년 11월 호 참조)라는 결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응답하듯 오는 2월 말부터 대구와 용인, 서울에서 <아마데우스>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 열린다. 공연을 올리기 전부터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모차르트 역의 미켈란젤로 로콩테가 공연에 앞서 한국을 찾았다. 그는 공연 실황 영상에서 익히 보았던 모습 그대로, 짙은 눈 화장과 화려한 액세서리로 장식하고 한눈에 봐도 비범한 뮤지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솔직한 감정 표현과 미소 뒤에는 의외로 진지한 생각들을 드러내 보였는데, 그와 <아마데우스>는 서로에게 큰 빚을 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공연 실황 영상에서 독특한 모차르트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크린 속 인물이 그대로 뛰어나온 듯해서 놀랐습니다. 왠지 처음 캐릭터 구축할 때도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네요.
모차르트를 연기하기 전부터 그게 내 모습이었어요. 올리비에 다한과 도브 아띠아가 내게 처음 모차르트 역을 맡겼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마. 너인 그대로 있어’라고 했죠. 그들이 제 위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요. 심지어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기도 전에 걷고 움직이는 것만 보고도 ‘모차르트를 발견했다’고들 했죠. 그 당시 저는 모차르트처럼 살고 있었어요. 록 공연을 하러 다니고 야생적으로 생활하며 정리되지 않은 채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살았죠.


이탈리아 출신의 뮤지션으로 살다가 프랑스 뮤지컬과 만나게 된 건 삶에서 무척 큰 사건이었을 텐데, 그때 무엇이 당신을 이 작품으로 이끌었나요?
뮤지컬 제의를 받고 처음엔 거절했어요. 모차르트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모차르트를 연기하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어요. 그런 다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이 역을 맡겠구나.’ 다른 사람이 연기한다면 그저 가볍게 미치광이 천재로 그릴 텐데, 그것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역사가들이 모차르트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도 반대하는 부분이 있어요.


어떤 점에서요?
한 인물을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예를 들면,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그와 실제로 만나본 그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모차르트가 살았던 시대에는 언론이 덜 발달해서 아마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기사를 썼을 겁니다. 풍문들이 기록으로 남고요. 모차르트가 사고 친 얘기들만 남아서 그런 행적이 더욱 강조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모차르트가 남긴 작품 수를 보면, 노는 것보다 일을 훨씬 많이 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죠. 모차르트는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인물인데 그만큼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마치 피카소처럼요. 피카소 그림을 위대하다며 높게 평가하지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모차르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가 왜 위대한지 제대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당신이 생각하고 연기한 모차르트는 어떤 사람인가요?
처음 모차르트 역을 맡았을 때 사람들이 제게 요구한 건 그저 뛰어다니고 놀라는 거였죠. 하지만 제가 음악을 듣고 생각했던 모차르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제게 모차르트는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매우 영적인 존재로 느껴졌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뛰어난 영성을 지닌 사람이란 게 느껴져요. ‘밤의 여왕 아리아’ 같은 걸 들어봐도 지구의 소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온 듯한 음악이잖아요.




그렇다면 제작진의 요청과 자신의 의견 차이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어떻게 보면 타협을 했다고 볼 수 있죠. 제가 느끼는 모차르트를 중심에 두고 잊지 않으면, 표현은 다양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모차르트는 영원한 아이, 피터 팬 같은데요. (양팔을 환영하듯 벌리고 한쪽 다리를 사선으로 뻗은 피터 팬 특유의 동작을 취하며) 공연에서도 이런 동작을 보실 수 있어요. 한편, 어떻게 보면 <아마데우스>는 고통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 모차르트가 겪는 패배와 좌절 등을 다루고 있고 그가 느꼈을 감정들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극 중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장면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를 뵙기 전에 모차르트가 알로이지아를 찾아가 청혼하는 장면에서 바닥에 누운 채 기어요. 모차르트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몸으로 표현하는 거죠. (사람들은 어머니가 죽었는데 아버지에게 가지 않고 여자에게 청혼하는 게 모차르트답다고, 미쳤다고들 하죠. 모차르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주 뒤에야 아버지께 편지를 써 어머니의 죽음을 알립니다. 아버지를 어떻게 만날지 두려웠던 거죠. 그래서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이가 있다면, 그제야 홀로 서서 아버지를 마주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연인의 지지를 통해 자유와 해방감을 얻을 수 있달까요.


이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섰던 날,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더욱더 죽음에 다가가는 느낌이었어요. 당연히 즐겁기도 했지만, 박수 치는 관객들 앞에서 매번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모차르트의 고통을 느껴야 했으니 늘 신 나는 경험은 아니었죠. 마치 공동묘지에 가는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박수 치고 있지만 나는 늘 죽음과 마주하고 죽음과 춤을 추는 느낌이었죠. 그걸 매일 저녁 반복하다보니 그 느낌이 더욱 깊숙이 구체화되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경험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래도 이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함께하는 것이리라 생각되는데요.
무척 좋아하는 뮤지컬이죠.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 그것들과 <아마데우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우애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보통은 늘 적으로 그리는데 여기선 친구로 나옵니다. 두 번째로, 모차르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늘 모차르트가 미친 천재로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데, 여기서는 다른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죠.






모차르트와 로콩테


모차르트에게 살리에리가 어떤 존재였다고 생각하나요?
모차르트는 아이 같기 때문에 살리에리를 매우 친한 친구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 같이 음악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살리에리도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친구로 생각했을 것 같은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쓰러뜨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살리에리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자신의 명성을 위협하자, 모차르트를 방해하는 거죠.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음악가예요. 그는 빈에서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어떤 어린애가 나타나서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니 그에겐 실로 두려워할 만한 일이죠.


그렇다면 실제로, 당신과 살리에리 역 배우와 관계는 어땠나요?
(내한 공연에서 살리에리 역은 로랑 방이 연기하지만, 초연 때부터 오랫동안 살리에리를 연기한 배우는 플로랑 모트이다. 최근 플로랑 모트가 출연한 <아서왕의 전설> 음반을 가방에서 꺼내며) 같이 술 마시고 정말 친하죠. 그런데 플로랑 모트와 나는 무척 다릅니다. 마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같다고 할까요. 둘 다 배역과 많이 닮았죠. 저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거절했어요. 그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성적인 선택은 아니었죠. 그 친구는 좀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해서 실제 커리어에 많이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타협할 줄 알고 그 친구가 좀 더 자유롭게 음악을 했다면, 우린 완벽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예술가로서 당신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모차르트를 연기한 후에 겪은 변화가 있나요?
가장 크게 영향받은 부분은 모차르트와 같은 삶을 추구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앞서 말했듯, 공연하면서 많은 방송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거절했어요. 모차르트도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겠다며 왕궁과 주교의 제의를 거절했죠. 모차르트를 연기하면서 그와 반대되는 길을 걸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명성을 많이 포기했죠. <아마데우스>를 하기 전에 그런 방송 제의를 받았다면 했을 텐데, 이젠 모차르트 같은 삶을 추구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제게 용기를 준 거죠.



그 용기는 자신을 믿기 때문에 얻은 거겠죠?
그렇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요. 늘 머릿속에 이런 질문들을 담고 살아요. 지금 어떻게 살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늘 묻고 생각합니다. 마치 자신이 이길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전혀 방어하지 않는 복싱 선수처럼요. 무하마드 알리는 가드를 올리지 않고 경기했죠.


모차르트 역으로 프랑스 뮤지컬에 출연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으리라고는 상상 못했을 텐데, 어릴 적 꿈은 뭐였습니까?
어려서부터 이렇게 성공하리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꿈도 여전히 같은가요?
여전히 같은 꿈을 갖고 있는데요. 제가 원하는 건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음악가로서 이해받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놀라고 미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데요. 더 이상 그런 반응을 안 봤으면 좋겠어요. 저를 올바로 이해해 주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활동에 대해 좀 알려주시겠어요?
음, 비공개 작품이 매우 많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엔 미쳤다고 할 수도 있는 록 심포니, 아, 한국에 영감을 받은 곡도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무척 놀랍고 인상적이었거든요. 지인들에게 들려줬더니 ‘와우!’ 하는 걸 보니 아마 좋은 곡이지 않나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은 다른 아시아 사람들과 다른 데가 있어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무엇. 주목받고 있는 K-POP과 한국영화, 그런 콘텐츠가 불모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거든요. 한국인은 다방면에서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때론 ‘내가 있을 곳이 여기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바로 수락했죠!


곧 만나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해주시죠.

모차르트의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어떤 해방감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다른 뮤지컬들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벼운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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