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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라흐마니노프> 정동화 [No.154]

글 |박보라 사진 |김영기 2016-07-28 6,735

말이 주는 힘


정동화는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쓰릴 미>에 벌써 세 번째 시즌을 함께했고, 천재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와 그의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정신의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초연에 참여한다. 이후에는 강렬한 록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트레이스 유>의 무대에 오른다. 오는 7월 공연을 앞둔 <라흐마니노프>에서 ‘진심을 담은 말의 힘’을 전하는 정동화를 만났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천재 라흐마니노프와 정신의학자인 달 박사의 이야기인 <라흐마니노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라흐마니노프>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메시지인 ‘말이 주는 힘’이에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위로를 주는 대본은 처음이거든요.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의 병을 고친 건 “당신은 뛰어난 작곡가입니다. 당신이 새로운 곡을 쓰면 관객들은 당신을 사랑해 줄 것입니다”라는 말이었대요. 실제로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 곁에서 끊임없이 “걱정하지 말라. 당신은 잘할 것이다”라고 용기를 줬죠. 마침내 라흐마니노프가 슬럼프를 극복한 뒤에는 달 박사에게 새로운 곡을 헌정하기도 했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위로가 되는 말의 이야기잖아요. 관객도 이런 부분에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잖아요, 어떤 작품이에요?
우리는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잘 모르지만 ‘봄의 왈츠’를 들으면 “아, 이 노래!”라면서 다 알잖아요.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중에도 그런 몇몇 곡들이 있거든요. 귀에 익은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공연에서 많이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가 연주하는 것도 있고, 실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도 있고. 사실 작품의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졌어요. 피아노 한 대의 연주와 녹음 본을 듣는 것 그리고 실제 오케스트라의 연주, 다 체감이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연주의 매력과  클래식이 전하는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의 유대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 같아요. 중점은 무엇인가요?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의 처지가 바뀌어요.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대화를 통해서 반전되기도 하죠.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약점을 알게 돼요. 사실 달 박사의 연구가 입증된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당신은 실패했어”라고 날카롭게 말을 하며 갈등을 드러내죠.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돼요. 그리고 마지막 결말을 향해서 달려가요. 서로의 레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가 대화 속에 재미있게 녹아있어요. 이런 부분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요. ‘밀당’처럼 뭔가 될 것 같다가도 안 되는 지점이 너무 많아요.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집중력이나 긴장감이 엄청날 거라 생각해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천재 라흐마니노프 곁에서 달 박사는 어떻게 치료를 이어 나갔을까요?
제가 달 박사 입장이라면 딱 부러진 해결책보다는 문제의 상황을 들어주고 같이 마음을 공유할 것 같아요. 사실 나이를 차츰 먹어가고 일을 해보니 이제야 깨닫게 된 점이 있는데, 어떤 사람의 상태를 섣불리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더 좋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심지어 달 박사는 박사이자 정신의학자이기 때문에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라흐마니노프를 이끌어가기도 해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작품은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했던) 말을 전제로 한 연구 과정을 풀어 나간 거죠. 전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에게 밥도 떠먹여 줬을 것 같고 같이 산책도 했을 거라는 상상까지도 했어요. 내가 치료해야 하는 환자의 가장 행복하고 기뻤던 때를 생각하게 하고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고 작은 게임도 하는. 그렇게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는 공감대를 넓혀갔을 거에요.


실존 인물이잖아요. 표현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라흐마니노프>는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 사이에서 벌어진 커다란 사건 하나를 다루어요. 인물의 연대기나 역사를 그려야 한다면 분명 부담감은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말하고 싶은 한 가지를 생각해요.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죠. 그것은 위로의 말이자 긍정의 말이에요. 이것을 제가 생각한 방식으로 작품에 잘 녹여내고 싶어요.




위로가 되는 말

힘들었을 때 용기를 얻었던 말들이 있나요?
팬이 제게 해주는 말을 통해 용기를 얻어요. 공연계의 구조가 비슷하잖아요.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고 끝나고. 길어야 4개월 정도 한 작품에 참여하죠. 이렇게 반복되는 큰 구조 안에서 제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관객의 사랑이나 응원이에요. 진짜로. (웃음) 그래서 좋은 기회가 생겨 팬들과 만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무리 길어도 기분이 좋아요. 팬들을 통해 제가 힘을 받으니까요. 제게 달 박사는 팬과 관객이에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잖아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은 없나요?
제가 연기한 모든 작품 속의 캐릭터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다작을 하면서 ‘똑같이 보이면 어떻게 하나’라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본이 좋고, 작품에서 인물이 확실한 성격을 지녔다면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고 각기 다른 캐릭터로 보였다면 그것은 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간절한 희망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거예요.


지금까지 출연작을 보면 상당히 의외였던 작품들이 있어요. 혹시 작품을 고를 때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나요?
저는 매력적인 배역이 좋아요. 제가 맡게 될 배역의 특별함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캐릭터에 아주 작은 특별함이라도 있다면, 거기에 저만의 해석과 개성을 넣고 싶어요. 그래서 다양한 연기와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솔직히 말하면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죠.



<쓰릴 미>, <라흐마니노프>, <트레이스 유>에 이르기까지 2인극을 특별히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인극은 배우 두 사람이 무대를 채워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 정동화를 믿어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전 2인극이 좋아요. 작품 속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으니까요. 작품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이걸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 생각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공연을 쉬지 않는 배우로 유명해요. 이걸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에요?
원동력은 다양해요. 관객도, 작품에 대한 열정도, 사랑하는 아내와 6개월 된 딸도,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죠.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축복받은 일인 걸 잘 알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저는 앞으로도 행복한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작품마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참여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관객들이 극에 완전히 빠져드는 순간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무대 위에 있는 배우로서, 웃음을 유도한 장면에서 웃음이 나올 때도 너무 좋고 숨이 막힐 듯이 집중하는 장면에서는 그 긴장감이 느껴지면 그것도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났을 때 박수를 받으면 정말 행복하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4호 2016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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