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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키다리 아저씨>의 제르비스 [No.156]

글 |박보라 사진제공 |달컴퍼니 2016-09-19 5,268

사랑이란 두 글자



여기 동화 같은 예쁜 사랑이 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든든하게 제루샤의 곁을 지켜준 제르비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두 사람은 달콤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데요. 키다리 아저씨이자 제르비스인 그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야기했습니다.


* 이 글은 제르비스 역 배우 강동호와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제루샤를 후원할 마음을 가졌나요?
존 그리어 고아원은 주기적으로 들르는 곳이었어요. 우연히 학생들이 쓴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중 제루샤의 독특한 글을 읽었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녀의 모든 글을 읽었어요. 마치 원석을 만난 기분이랄까요. 여자아이를 한 번도 후원한 적이 없지만 제루샤의 재능을 묻혀둘 순 없었어요.


제루샤가 보낸 많은 편지를 받으면서 한 번쯤 답장을 쓸 만도 했을 텐데요.
하하, 답장을 안 썼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키다리 아저씨가 아닌 스미스 씨의 비서나 제르비스로 편지를 썼잖아요.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나는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야. 대머리 노인도 아니고, 늙지도 않았어’라는 편지를 쓰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는지 몰라요. 사실은 저 편지 쓰는 걸 정말 좋아해요. 재미있는 제루샤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당장이라도 답장을 쓰고 싶었다니까요.


그래서 제루샤를 직접 만나러 간 건가요?
제루샤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호기심이 일었어요. 제루샤는 밝고 유쾌한 아이잖아요. 설렘을 느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단언하건대 첫 만남부터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러 간다고 여기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제루샤를 사랑하게 됐나요?
제루샤가 ‘사랑을 보내며’라고 썼을 때부터요. (미소) 사실 그 전까지 제게 제루샤는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기는 아이었어요. 그런데 그녀가 쓴 ‘사랑’이라는 말이 제 마음속에 콕 박혔죠. 하루 종일 ‘왜 나에게 사랑을 보내지?’ 고민했다니까요. 자꾸만 그 말이 생각나 아픈 제루샤에게 꽃다발을 보낸 거예요.



연애에 많이 서툴렀나 봐요. ‘사랑을 보내며’라는 말에 그렇게 흔들릴 정도라니.
처음부터 여자와 연애에 관심이 없던 건 아니었어요. 집안에서 기대하는 제 짝의 모습이 있었죠. 집안 어른들은 제가 당연히 귀족 집안의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사랑에 신분이나 재력을 따지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제루샤에게 비밀이지만, 선도 몇 번 봤어요. 그렇게 만난 여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답답하고 말이 안 통했어요. 오히려 자꾸만 제루샤의 편지가 생각났어요.


제루샤가 당신의 어떤 모습에 반했다고 하던가요?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미소) 제루샤는 제가 펜들턴 집안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대요. 하하. 어느 날 그녀가 그러더군요. 후원자들은 후원을 핑계로, 또 귀족들은 지위와 재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요. 그런데 저는 그 편견을 깨트린 사람이었대요. 절 보고 ‘이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편안한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하더군요.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렸죠.


제루샤와 지미가 친해지는 걸 느꼈을 땐, 당신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어요.
아, 그때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어요. 정말 열이 받았어요. 이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술을 얼마나 마셨는데요. 제루샤랑 저는 그 사건을 ‘편지전쟁’이라고 해요. 아직도 그때 보낸 제루샤의 편지를 소리 내서 읽으면 정말 얄밉다니까요. 하하.


사소한 오해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루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잖아요.
제루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흠흠, 사랑에 눈이 멀었어요. 제가 좀 없어 보이긴 했죠? 전 스스로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어리석은 질투심이 튀어나왔어요. 제루샤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었는데 돌아보니까 그녀가 하고 싶다고 한 것들을 못하게 하고 있던 거예요. 제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그래서 처음 제루샤의 글을 읽었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 했어요. 제루샤의 앞날을 막을 순 없잖아요. 



당신은 제루샤만 생각하는 바보네요. 그럼 제루샤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무엇인가요?
제루샤로 인해 진실된 사랑을 찾았어요. 사실 저와 제루샤의 사랑이 엄청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랜 시간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제루샤를 속여 왔던 건 물론 큰 사건이지만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사랑, 그 자체를 바라본 거죠. (미소)


제루샤에게 받은 편지 중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편지는 뭐에요?
일단 귀여운 편지들은 너무 많죠. 혹시 그거 읽어보셨어요? 거미를 창밖으로 내보내 주면서 오늘 하루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는 편지. 제루샤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거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저절로 생각나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사랑스러운 편지는, 음… (미소) 제루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제 청혼을 거절한 이유가 쓰인 거요. ‘너무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읽는 순간, 당장 제루샤를 찾아가고 싶었어요. 그녀가 절 사랑한다니! 진짜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어요.


만약 제루샤가 당신이 키다리 아저씨임을 알고도 거절했다면 어땠을까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처음에 제루샤가 제 청혼을 거절하고 나서 그 이유를 알 때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청혼을 거절한 이유가 적힌 편지를 읽는 순간 제루샤도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용기를 얻었어요. 안도감도 생겼고, 가슴도 아팠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제루샤에게 제가 키다리 아저씨라고 밝힐 수 있게 됐죠.


청혼 이후엔 어땠어요?
저 맞았어요. 하하. 오랜 시간 키다리 아저씨인 걸 속인 저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거예요. 저희 이야기를 들은 어떤 분들은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시던데, 저도 충분히 이해해요. 제루샤의 화가 풀릴 때까지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감당했다니까요. (미소)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스러운 제루샤는 모든 걸 용서해 주고 제 볼에 사랑스러운 뽀뽀도 해줬어요! 그때도, 지금도 그녀와 함께 있어서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6호 2016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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