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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세월이 흘러 <몬테크리스토> 신성록, 조정은 [No.158]

글 |박보라 사진 |김호근 스타일링 | 박선용(신성록) 이민규(조정은) 헤어/메이크업 | 이창은(브랜드M) 2016-11-30 6,796


복수극의 대명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온다. 신성록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 만에 감옥에서 탈출해 복수를 감행하는 에드몬드이자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6년 만에 돌아와 한층 성숙한 모습과 풍부한 감정을 예고했다. 또 작품에 새롭게 합류하는 조정은은 그동안 무대에서 쌓아온 신뢰감을 바탕으로 연약하지만 강인한 새로운 메르세데스를 탄생시켰다. 두 사람이 보여줄 가슴 아픈 사랑과 지독한 그리움의 모습은 어떨까.





 이 세상 하나뿐인 당신 신성록 


“벌써 6년 만인가요? (웃음) <몬테크리스토>에는 아주 조금이나마 제 손길이 닿아 있으니까요. 이젠 예전과 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봐요.” 신성록은 군 복무 중에 공연한 <몬테크리스토>의 세 번째 시즌을 제외하고는 초연과 재연에 참여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가 올해 <몬테크리스토>에 참여한 이유는 단연 ‘처음을 함께한 애틋함’이다. 6년 사이 신성록은 무대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꽤 많은 경험을 쌓아왔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선물해 준 군 복무까지 마쳤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차근차근 단련된 마음은 그에게 다시 에드몬드이자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완성하는 데 용기를 불어넣었다. “남을 평가하는 것은 건방질 수 있지만, 제가 스스로를 평가할 수는 있잖아요? (웃음) 저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예전보다 조금은 올라간 것 같아요.” 신성록은 시원한 웃음으로 ‘자신만의 성장’을 이야기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는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신성록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고, <몬테크리스토> 속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은 그를 망설임 없이 이번 공연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군 복무 이후 유난히 악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이번 <몬테크리스토>를 통해 제대로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로 매력을 풍길 예정이다. 작품은 통쾌한 권선징악이 담겨 있는 복수극으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단순한 작품은 아니다. 에드몬드가 억울하게 누명을 써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에게 보물 지도를 얻어 큰 부를 축적하며 복수와 정의를 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다채로운 모습이 드러난다. 기쁨, 슬픔, 사랑, 그리움, 복수, 후회, 용서 등 극적인 감정을 모두 담은 작품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몬테크리스토>는 정말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작품이잖아요. 사람들이 보면서 여전히 감동하기 때문에 늘 곁에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의 힘이 엄청나니까 저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웃음)”



특히 신성록은 복수보다는 ‘용서’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에드몬드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겪죠. 복수를 다짐하고, 울분을 쏟고, 슬프고, 웃고. 그런 감정이 다 지나가면 그가 결국 얻는 것은 용서와 화해예요.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가면 스스로가 편안하게 된다는 메시지가 있거든요. 그때 공감이 참 많이 돼요.” 신성록은 누군가를 미워하고 저주하면 결국은 스스로가 괴로워진다는 깊은 생각을 내놓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몬테크리스토>에서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악의 무리를 향해 복수를 다짐하거나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의 섬이자 감옥이었던 샤또 디프에서 탈옥을 도와주던 파리아 신부와 함께하는 장면이다. “애틋하고 보기 좋은 장면도 많지만 파리아 신부에게 모든 것을 배우고, 그가 죽고, 에드몬드가 감옥을 떠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이 감동적이면서 짠하죠. 마치 제가 다시 태어나는 것만 같아요.”


특히 2016년은 그에게 정신없이 바쁜 한 해다. 뮤지컬 <마타하리>를 시작으로 영화 <밀정>,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드라마 <공항 가는 길> 그리고 이제 <몬테크리스토>로 마지막 점을 찍는 것. 사실 신성록은 지금까지 상당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고, 이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마타하리>의 라두 대령이나, 의열단 단원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안타깝게 변절한 <밀정>의 조회령도, 같은 회사 동료이자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르는 <공항 가는 길>의 박진석까지 그는 유달리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공감을 자아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할 때 뭔가 날것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전 뻔하게 표현되는 부분을 싫어하죠. 항상 남들이 했던 그대로 답습하지 말자. 나만의 생각을 캐릭터에 담아야 한다. 이것을 기본으로 간직하고, 매 순간순간 ‘저’를 출발점에 놓고 시작해요.”


신성록은 지금 자신이 제일 기대되는 때라고 말했다. 데뷔 초창기,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고 이 과정에서 호된 채찍질과 평가를 받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군 복무 이후엔 빨리 연기를 다시 하고 싶은 조급함도 느꼈지만 이젠 아니다. “이젠 원하는 걸 찾아가는 단계에요. 스스로가 작품 외에서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스스로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바로, 지금 이 순간 조정은


“사실 작품을 하면서 즐겁고 좋은 순간보다는 부담스럽고 걱정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배우라면 누구나 ‘잘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잖아요. 막상 작품을 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웃음)” 나긋하고 조용하게 입을 여는 조정은에게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성격이 묻어났다. 매사 신중하고 섬세한 그녀는 벌써 14년 동안 뮤지컬 외길을 걷는 중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싶어 건넨 질문에, 조정은은 스스로 “한 번에 다양한 일을 하지 못하는 ‘미련한’ 스타일에 누구랑 가까워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수줍게 웃어 보인다. 그래서 조정은이 한 작품에 마음을 빼앗기는 데 다른 사람보다 오래 걸린다. 그녀는 조금씩, 천천히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 대본을 읽고, 노래를 들으며 작품에 가까이 다가간다. 데뷔 후 지금까지 20편도 채 안 되는 작품에 참여한 이유다. 그래서일까, 조정은은 느리지만 완벽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 일이 제일 좋으니까요. 느리게, 느리게 걸어왔는데 벌써 이렇게 왔어요. 어렸을 때보다 어떤 작품이나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은 옅어졌어요. 대신 선택을 하는 시간은 짧아졌고, 작품과 가까워지는 시간은 길어졌죠.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해요.”


큰 눈망울의 가녀린 체구,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의 조정은은 마치 모든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그녀는 겁도 많다. 무언가를 맡으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먼저 나서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대부분 배우가 홀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솔로 곡에 대한 욕심을 마음 한구석에 숨겨놓기도 하지만 조정은은 좋은 노래를 들으면 ‘누구랑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녀는 데뷔 초기엔 “너 이래서 배우 하겠냐”라는 말도 들었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이런 심성을 투영하듯 조정은은 무대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앙상블’이 잘 이루어지는 때를 꼽았다. “솔로 무대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합이 중요하고, 상대 배우와 함께 있으면 그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해요. 배우뿐 아니라 관객, 스태프 모두가 조화롭게 잘 이뤄지면 어느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공연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때가 정말 행복해요.” 



조정은은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성 뮤지컬 배우 중 하나다. 안정적인 연기력과 풍부하고 섬세한 가창력을 기반으로 두꺼운 팬층을 쌓아온 그녀는 작년 <엘리자벳>을 통해서 처음으로 한 작품을 끌어가는 타이틀롤을 맡았다. 한 작품을 홀로 이끌어 간다는 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을 갖게 했을까. “<엘리자벳>으로 고된 훈련을 받은 것 같아요. 작품 하나를 끌어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다시 깨달았어요. 왕관의 무게를 느꼈죠. (웃음) 작품을 거쳐 간 모든 배우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말이죠. 사실 지금도 제가 <엘리자벳>을 받아낼 만한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곁에서 도와주셨죠.”


오스트리아의 황후로 굴곡진 삶을 살아온 엘리자베트에 이어 조정은은 이번에도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내는 <몬테크리스토>의 메르세데스를 선택했다. 메르세데스는 선원 에드몬드의 연인으로, 감옥에 끌려간 그를 기다리지만 몬데고의 거짓말에 속아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간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온 에드몬드를 알아차리고 마음 아파한다. “제가 살아온 시간이 이젠 메르세데스를 하기에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어요. 이제야 그녀가 선택을 하고 그 시간을 살아내는 과정이 마음에 와 닿아요.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때에 이 작품이 왔어요.” 사랑, 이별, 그리움 그리고 재회로 점쳐진 메르세데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때를 드디어 만난 것이다. 그리고 조정은은 특히 “음악이 주는 감동을 믿는다”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몬테크리스토>의 음악에 대해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요즘 작품의 선율에 마음이 뺏겨버린 상태다. "메르세데스를 상징하는 멜로디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온 세상 내 것 같았을 때’의 멜로디인데 메르세데스가 출연할 때마다 연주되죠. 그 멜로디가 참 좋아서, 요즘엔 항상 흥얼거려요.“


조정은은 지금 천천히 메르세데스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고 했다. “연습하면 할수록 참 쉽지 않아요. 메르세데스는 자기만 알고 있고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여인이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만의 이유가 있잖아요. 메르세데스의 비밀을 찾아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비밀을 계속 열어보면서 ‘이거였어?’ 놀라면서 꽉 묶인 매듭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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