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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어쩌면 해피엔딩> 음악회[NO.166]

글 |배경희 사진제공 |우란문화재단 2017-07-31 4,999

고마워요, 천만에요!



지난해 연말,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여름밤의 작은 음악회로 관객과 만났다. 작품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창작자와 관객들이 특별한 공유한 시간, <어쩌면 해피엔딩>의 음악회 현장을 찾았다.




지난 12월에 첫 정식 무대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두 로봇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연말을 대표하는 소극장 뮤지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재공연 소식이 기다려지는 작품인 만큼 <어쩌면 해피엔딩>의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공연이 1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치열한 예매 전쟁을 예고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3회차 티켓이 매진 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출발을 알린 프로젝트박스 시야라는 장소, 내부 리딩 공연부터 정식 공연까지 작품 개발의 전 과정을 함께한 오리지널 캐스트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참여. 여기에 미국 버전의 연출가 노아 히멜스타인과 뉴욕 리딩 공연에서 각각 올리버와 클레어를 맡았던 조슈아 델라 크루즈, 에피 알데마가 특별 게스트로 자리를 빛내준 <어쩌면 해피엔딩>의 음악회는 ‘어햎’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확인하는 작은 축제 그 자체였다. 공연 날짜를 6월로 정한 이유도 작품의 중요한 요소인 ‘반딧불’을 볼 수 있는 달이라는 의미였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각각 직접 대본과 편곡 작업을 맡고 콘서트의 연출까지 담당했는데, 삼 일이라는 짧은 공연을 위한 것이라고 믿기 힘든 무대 세트만 봐도 두 사람이 이번 콘서트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 음악회가 관객에게 더욱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던 데는 무엇보다 음악의 힘이 컸다. 작품이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었기에 정식 공연에서는 제작 여건상 넣을 수 없었던 금관 악기를 추가한 10인조 밴드로 음악 팀을 꾸렸다. 제임스의 재즈 풍 뮤지컬 넘버나, 극 중 피아노로만 진행됐던 연주곡들이 풍성해진 사운드로 펼쳐지자 관객들은 콘서트만의 색다른 재미에 높은 음악적 만족감을 표했다.


“‘Goodbye, My Room’은 저희가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이에요. 방 안에서 혼자 제임스를 쓸쓸히 기다리는 올리버를 상상하며 쓴 곡이죠. 처음엔 오프닝 곡으로 생각하고 썼는데, 대본을 완성해 갈수록 첫 곡에서 올리버가 어떻게 그 방 안에 혼자 있게 됐는지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재 작품의 오프닝 곡인 ‘나의 방 안에’가 탄생하게 됐어요.(박천휴)”  “<어쩌면 해피엔딩>에 많은 연주곡을 넣은 이유는 대사나 가사뿐 아니라 멜로디만으로도 작품의 정서를 전달하는 게 저희 목표였거든요. 이번 콘서트에서 곡 편성을 키워봤는데, 더욱 풍성해진 밴드 규모로 연주곡을 들려 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윌 애런슨)” 두 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박천휴와 윌 애런슨, 두 사람이 직접 진행자로 나서 들려준 작품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는 공연의 보너스! 작품에 대한 창작자들의 뜨거운 애정과 관객에 대한 감사함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어쩌면 해피엔딩>의 음악회는 말 그대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공연이었다.




숲 속의 턴테이블처럼 꾸며진 세트와 반딧불을 연상시키는 조명이 돋보였던 <어쩌면 해피엔딩>표 콘서트 무대. 




<어쩌면 해피엔딩>의 음악을 들려주는 시간인 만큼 용기를 내어 직접 진행자로 나서게 됐다는 박천휴와 윌 애런슨. 두 사람은 콘서트 내내 <어쩌면 해피엔딩>의 모든 여정을 아낌없이 후원해 주는 우란문화재단에 감사를 표했다.




처음 트라이아웃 공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다른 작품에 참여하고 있던 터라 출연을 고민했다는 전미도. 아무리 생각해도 클레어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소 무리해서 참여했는데, 그런 결정을 내린 스스로가 자랑스럽단다. 올리버 역 정욱진 역시 지난 3월 공연을 끝내고 지금까지 <어쩌면 해피엔딩>을 앓으며 살고 있다고.




극 중 직접 피아노 연주를 했던 고훈정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실력을 뽐냈다. “다른 작품할 때도 연습실에서 피아노가 보이면 한 번씩 ‘우린 왜 사랑했을까’를 쳐봤어요.  <더 데빌>과 <비스티>, 그리고 최근엔 <록키호러쇼> 연습실에서 이 곡을 쳤죠.” 




중간 토크 시간에 한자리에 모인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프로덕션 팀과 뉴욕 프로덕션 팀. 지난 4월 뉴욕 리딩 공연에 참여했던 에피 알데마와 조슈아 델라 크루즈는  이날 영어 버전으로 모두 네 곡을 들려줬다.




콘서트 마지막, 올리버와 클레어의 대사로 작별 인사를 나누자는 박천휴 작가의 제안에 “고마워요”, “천만에요”를 외쳐준 관객들. 극 중 흐름을 그대로 따른 구성상,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보였다.  





MINI INTERVIEW

노아 하멜스타인 · 박천휴·윌 애런슨  



지난 5월에 열린 리처드 로저스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소감은?
박천휴  사실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리처드 로저스 어워드는 미국에서 1980년대에 시작된 상인데, 한국인 수상자는 내가 처음인 것 같더라. (웃음) 다시 한 번 파트너 윌에게 고맙다.


윌 애런슨  나는 천휴한테 감사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쓰자고 한 것도, 이 상에 응모하자고 한 것도 천휴였다. 나는 성격상 만약 상을 못 받으면 속상해할 타입이라, 이미 한국에서 공연했고 뉴욕 프로덕션도 진행 중이니 지원하지 말자고 했는데, 천휴의 고집 덕분에 상까지 받게 됐다. (웃음)


뉴욕 프로덕션의 연출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노아 히멜스타인  6년 전에 뉴욕에서 다른 작품 워크숍을 하면서 윌 애런슨을 알게 됐다. 2년 전쯤 처음으로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관계에 대해 심플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이 흥미롭더라.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함이나 고독감을 솔직 담백하게 전달하는 게 좋았다. 이후 종종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미국 버전의 연출가로 합류하게 됐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리딩에 대한 소감은?
노아 히멜스타인  지난 4월에 열린 리딩 공연은 이미 프로듀서가 정해진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초대해 여는 세 번째 자리였다. 어떤 작업에 참여하든 대본에 담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가 작품을 쓴 의도를 확실히 파악하면 리딩 공연에서 작품의 깊이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리딩 공연은 비주얼적인 요소가 빠지기 때문에 대본과 음악 자체의 힘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리딩 공연은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덕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윌 애런슨  노아의 제안으로 리딩 공연에 앞서 셋이서 각자 역할을 하나씩 맡아 대본을 읽었는데, 그게 공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여기서 이 대사가 왜 나오는지, 이 말을 어떤 의도로 하는 것인지, 모든 대사의 의미를 정확히 짚은 다음에 배우들과 만나서 소통이 훨씬 수월했다. 연출가로서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가의 관점에서 우리가 어떤 이유로 이런 작품을 썼는지 알려고 하는 점이 좋았다.      


이야기는 보편적이지만, 가까운 미래의 서울이라는 공간 설정은 한국적이다. 미국에서도 같은 설정을 유지하나?
박천휴  맞다, 장면에 세세한 변화가 생길 수는 있지만 기본 설정은 한국 공연과 같다. 한국인 작가와 미국인 작곡가가 같이 쓴 작품인 만큼 처음부터 양쪽 관객에게 모두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히 설정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는 미국의 특성상 각각 다른 인종의 배우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 분위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또 현재 미국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우리에게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노아 히멜스타인  특정한 곳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어디에서나 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린다는 점이다. 외부와 단절된 채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주인공 올리버를 두고 일본 말로는 ‘히키코모리’라고 표현하던데, 이건 비단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나이 들수록 타인과의 교류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 작품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쉽게 가볼 수 없는 색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오히려 미국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지 않을까 싶다.


뉴욕 공연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나.
박천휴  현재 제프리 리차드라는 프로듀서와 계약을 마친 단계다. 제프리 리차드는 브로드웨이의 삼대 프로듀서 중 한 명인데, 국내에 잘 알려진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그가 프로듀싱했다. 2014년에 공연된 연극 <올 댓 웨이>나 2009년에 올라간 <헤어> 리바이벌 프로덕션 등으로 토니상도 여러 번 받았다. 그런 유명한 분이 우리 리딩 공연을 보러 왔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계약까지 하게 돼서 사실 좀 얼떨떨했다. 현재로선 내년에 미국 내에서 첫 번째 프로덕션을 올릴 계획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차후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윌 애런슨  제프리 리차드는 우리 작품이 살아 있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점이 좋다고 했다. 계약에 앞서 천휴와 내가 각각 따로 미팅을 했는데, ‘Goodbye, My Room’을 들으면서 자기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고 하더라. ‘Goodbye, My Room’은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좋아할 만한 큰 규모의 곡이 아닌 소소한 곡인데 그 곡을 좋다고 해서 인상적이었다.


이번 음악회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박천휴  우리 작품이 우란문화재단에서 해외 개발을 지원해 준 첫 번째 작품으로 알고 있다. 한국 공연과 뉴욕 공연 모두 기대 이상으로 빠른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이쯤에서 작품의 개발 과정을 관객분들에게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비’한국인 노아나 윌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 공연을 정말 많이 사랑해 준 관객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선뜻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우란문화재단에 정말 감사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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