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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무대 뒤 조력자들 - 김정하 음악조감독 [No.177]

글 |나윤정 사진제공 |SMG 2018-07-04 6,860
음악이란 예술을 만드는 시간 
 
김정하 음악조감독은 2012년 <젊음의 행진>을 시작으로 <마마, 돈 크라이>, <페스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화문 연가> 등 다수의 작품에서 김성수 음악감독의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이끄는 팀 23 Celluloid의 일원으로, 작곡, 편곡, 재즈 피아노 등에 다재다능한 창작자다. 


 
2012 <젊음의 행진>  
2016 <애드거 앨런 포> 
2016 <페스트> 
2017 <꾿빠이, 이상> 
2018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2년부터 김성수 음악감독과 함께 음악조감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어떻게 뮤지컬계에 입문하게 되었나.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다녔는데, 당시 연기나 뮤지컬 전공과 연계된 수업이 있어 경험 삼아 듣게 되었다. 그때 이나오, 박윤영 작곡가님 등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CJ아지트 리딩 공연 등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성수 감독님 또한 서울예대 교수님이셔서 처음에 사제지간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감독님이 작업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 주셨다. 그게 2012년 <젊음의 행진>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린 나이에 운 좋게 음악조감독이 됐다. 사실 처음엔 뮤지컬을 좋아했다기보다는 감독님의 음악 취향이나 추구하는 음악 세계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음악조감독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음악조감독의 주된 역할은 무엇인가. 
음악 팀마다 조금씩 다를 텐데, 우리 팀의 경우 김성수 감독님이 창작 작품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작곡이나 편곡에 많은 힘과 시간을 쏟으신다. 그래서 음악조감독이 연습 초반 현장 진행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감독님이 큰 방향을 잡아주시면, 조감독이 음정을 잡아주는 등 기본적인 음악 연습을 진행한다. 그런 후 드라마 연습에 들어갈 때 감독님이 다시 캐릭터와 드라마의 디테일한 디렉션을 잡아주신다. 또 나는 악보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감독님이 직접 쓰신 곡이나 라이선스 작품의 악보를 받아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하나하나 악보 작업을 한다.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편성일 경우 악보의 마디나 음정이 정확해야 커뮤니케이션이 꼬이지 않고 원활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프로그램 파일로 만들어 놓아야 다음 시즌에 수정하기도 쉽다. 또,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텐투텐 연습 후에 밤 10시부터 음악 녹음을 하고, 테크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진행한다. 그리고 공연이 올라가면, 가끔 부지휘나 연주를 할 때도 있다. 
 
음악조감독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였나. 
조금씩 일을 배워 나가면서, 다양한 음악적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직접 언더스코어를 만들고 스트링 녹음을 하러 가서 공연장에서 들어볼 때 보람을 느낀다. 혼자서만 음악 작업을 했다면 이렇게 큰 극장에서 내가 쓴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부지휘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2016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첫 지휘를 해봤고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광화문연가> 등 대극장 무대에 서게 되었다. 그때마다 감사함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가? 
나 같은 경우 개인주의적인 면도 있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숫기가 없고 낯설어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기가 센 배우들을 컨트롤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경험을 쌓다보니 점점 익숙해지더라. 또 사람들과의 선을 지키는 일도 어려운 부분이다. 열정이 과다해지다 보면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 가끔 조심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감독님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행동해, 감독님의 기대에 못 미칠 때도 있다. 그래서 일을 그르치게 되면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다.


 
음악조감독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일단 베이스가 탄탄해야 한다. 우선 음악조감독이라면 피아노를 다 잘 쳐야 한다. 라이선스 작품은 바로 악보가 나오니까 초견 연주(연습 없이 악보를 처음 보고 바로 연주하는 것)가 가능해야 한다. 라이선스가 아니더라도 악보를 빨리 익히고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아노 초견 실력이 필요하다. 또 악보 작업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보 작업을 하는 사람을 한 명 더 써야 하기 때문에 음악조감독이 악보 작업까지 겸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오늘 연습한 것을 즉각적으로 악보에 반영해야 하다 보니 그만큼 악보 작업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청각도 좋아야 한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 때 틀리는 음정, 또 오케스트라가 합주할 때 이상한 음을 음악조감독이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약간의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많은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자신을 따라올 수 있게 믿음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감독님뿐 아니라 각 분야 감독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시너지도 중요하다. 뮤지컬은 전체적인 일들이 빨리빨리 진행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이 오래 걸리고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그만큼 음악감독님과의 합을 신경 써야 한다. 
 
평소 작업할 때 김성수 음악감독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나. 
일단 정말 자주 뵙는다. 보통 감독님이 먼저 레퍼런스를 주시고, 그 안에서 이런 느낌으로 작업해 보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주신다.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고, 또 우리 팀의 조감독들이 다 감독님의 제자였다 보니,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감독님도 조감독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려고 신경을 써주신다. 특히 우리들이 좀 더 창작자로서 커 나가길 바라신다. 그래서 언더스코어나 편곡 작업을 맡기시며, 경험을 쌓도록 힘써 주신다. 그런 만큼 감독님께 더욱 믿음을 드리기 위해 뮤지컬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음악조감독으로 뮤지컬계에 입문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특정 배우를 좋아하거나 특정 작품을 좋아해서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후배들을 종종 봤다. 그럴 경우 창작자로서 작품에 참여하겠다는 생각보단 단지 작품 속 한 일원이 되기를 더 바라더라, 그런데 실제로 뮤지컬계는 생각하는 것만큼 녹록지가 않다. 물론 정말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일단 현장에 들어와서 어떻게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배워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자신이 소모되는 일에만 안주해선 안 된다. 그 틀을 깨고 좋은 창작자로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음악조감독으로서의 경험을 쌓은 후, 다음 계획은 뭔가.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 감독님도 유학을 다녀오면 시야가 넓어지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거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실용음악을 전공했으니까, 이번에는 정통 클래식 혹은 새로운 음악들을 배워보고 싶다. 당장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어야겠다는 계획보다는 우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 감독님과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꾿빠이, 이상>이었는데, 이런 작품들도 많이 작업해 보고 싶다. 감독님도 항상 창작자로서 더 발전하려면 계속 내 작품을 쓰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틈틈이 영화나 책, 전시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곡도 쓰고 글도 써본다. 결국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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