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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연출가 이지나 & 배우 이자람 , 두산아트센터에서 [No.87]

글 |이민선 사진 |이맹호 2010-12-20 5,397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뮤지컬 <서편제>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인지도는 높지만 고루하게 느껴지는 원작이 뮤지컬 소재로 매력적이라고 느낀 이는 많지 않았다. 그나마 <서편제>에 대한 기대를 바닥에서 위로 끌어올려 준 것은 극작과 음악에 참여한 조광화, 윤일상, 김문정 등의 이름이었고, 여기에 <서편제>로서 가능한 완벽한 마침표를 찍은 이가 연출가 이지나와 배우 이자람이었다. <바람의 나라>와 고궁 뮤지컬 <대장금> 같은 전작을 통해 전통 콘텐츠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이지나 연출의 <서편제>는 단순하게 상징화한 무대 위에 전통 예술을 이어가는 소리꾼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풀어냈다. 젊은 판소리꾼 이자람의 연기와 노래는 때론 곰살맞고 때론 애처롭게 흰 무대를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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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속에 막을 올리고 내리기까지, 두 사람에게는 2010년이 <서편제>로 기억될 한 해임은 분명하다. “올해에 이지나 선생님을 만나고 뮤지컬을 했다는 것은 사실 제 인생에서 계획되지 않은 일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서편제>로 인해서 판소리 완창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을 것이라는 데서 의미가 커요. 이지나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판소리를 존중해주셨고 판소리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뮤지컬을 만들어 주신 덕이죠.” 판소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보다는 올바르게 전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서편제>를 통해서 좀 더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지나 연출은 <서편제>의 결과를 이자람의 덕으로 돌렸다. “판소리가 제게는 정말 좋은 소재였지만 관객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지금 이런 작품을 맡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이상 잘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이자람 양이 꼭 필요했어요. 워낙 판소리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에게 스타성도 보였으니까요. 언젠가는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는데, 저 역시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왔네요.”


연출과 배우의 관계가 으레 스승과 제자 같은 느낌인데, 서로 보기만 해도 좋은 듯 환히 웃는 두 사람은 자매 같았다. 나이를 고려한다면 이 연출이 언니이고 이 배우가 동생이어야 하지만, 가끔은 “이자람은 정말 양파처럼 까도 까도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 같이 놀고 싶은 친구”라고 말하는 이지나 연출이 동생 같고, “알고 보면 정말 귀엽고, 여리고 예쁜 마음을 가진 선생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자람이 언니 같아 보이기도 했다.

<서편제>는 판소리 장면에 20여 분을 할애했다. 이지나 연출은 다음에는 40여 분으로 늘린 작품을 선보이면 어떨까, 다시 이자람을 꼬셔볼 생각이라며 신난 어린애처럼 웃었고, 이자람은 양 눈을 내리깔며 한숨지었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이 콤비의 인연이 <서편제>로 끝은 아닐 것 같아 다행이다. 

 

 

`이자람의 행보를 늘 지켜보고 있었어요. 전 어느 장르에서든 천재를 좋아하거든요. 뛰어난 사람이 혜성같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쾌감을 느끼죠.` - 이지나

 

`이지나 연출님은 정말 깔끔하고 세련된 감각을 지닌 데다가,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화려한 색채를 가미할 줄 아는 신기한 분이세요.` - 이자람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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