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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알앤디웍스 대표 오훈식, 젊음이 빚어내는 뚝심 [No.185]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9-02-27 8,830

알앤디웍스 대표 오훈식, 젊음이 빚어내는 뚝심 

 

2008년 출발한 알앤디웍스가 일반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6년 후 본격적인 창작뮤지컬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에 나서면서다. 2014년 한 해에만 <라스트 로얄 패밀리>를 시작으로 두 편의 <셜록홈즈> 시리즈를 제작했고, 그해 4월부터는 리사와 차지연을 영입하며 새로운 사업의 시작을 알린다.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마마, 돈 크라이>, <더데빌>, <록키호러쇼>라는 히트작을 내놓은 제작사로 우뚝 서고, 모두 19명의 소속 배우를 관리하고 있는 대형 매니지먼트로 거듭났다. 더욱이 올해는 전문 아카데미를 개설해 사업 확장을 준비할 예정. 이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알앤디웍스의 오훈식 대표를 만났다.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회사

지난 2012년 알앤디웍스의 대표 이사직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했던 터라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로 공연계에 입문했다. 첫 프로덕션 경험이 <난타> 1997년 초연이었는데, 당시 내 역할은 공연 진행에 필요한 일을 두루 챙기는, 요즘 말로 하자면 컴퍼니 매니저였다. 그땐 그런 명칭이 없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들어간 회사가 제작사 설앤컴퍼니다. 설앤컴퍼니는 대형 라이선스 작품을 주로 하던 곳이다 보니 제작 파트에서 일하면서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다 제작PD 경력이 10년 정도 됐을 때 점차 새로운 작품 개발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됐는데 때마침 알앤디웍스의 대표 이사직을 맡게 된 거다. 알앤디웍스는 2008년에 창작 작품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대표 이사직을 맡게 됐을 때 알앤디웍스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나.

당시 내가 세운 사업 플랜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회사 설립 의도대로 창작극 제작에 힘쓸  것, 두 번째는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펼칠 것. 정확한 사업 롤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니지먼트는 일본 극단 시키처럼 배우들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다행히 이 두 가지 사업은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고 앞으로도 많은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배우와 스태프를 양성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거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아카데미 사업은 오는 5월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 기간만 일 년 반을 거쳤다.   
 

아카데미 사업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공연 시장은 앞으로 점차 창작뮤지컬과 배우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배우의 파워가 세진다면 작품 제작에 캐스팅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인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인 배우를 발굴하고 키울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싶더라. 그 결과 아카데미라는 플랫폼을 통해 직접 체계적인 배우 양성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 생각 중인 명칭은 알앤디아카데미로, 프로 무대에서 활동할 전문 인재를 배출하는 훈련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도 나왔나.

물론이다. 우선, 배우 트레이닝은 아직 학생 신분인 지망생들과 학교 졸업 후 활동 활로를 찾지 못한 사람들, 이렇게 크게 두 그룹으로 대상을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기수별로 수강생을 모집할 예정이고, 강사진 섭외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강사진에는 뮤지컬뿐 아니라 영화감독 등 다른 업계 종사자들도 있다. 현업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최고 스태프들로 팀을 꾸렸다고 자부한다. 또, 아카데미 사업의 제일 큰 이슈는 중국에서 우리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아카데미가 동시에 오픈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 진린그룹과 손을 잡고 사업을 추진 중인데, 우리 강사들이 직접 중국에 가서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오르면 내후년에는 대구나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역에도 분점을 오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배우 매니지먼트와 공연 제작사라는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훌륭히 트레이닝된 아카데미생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할 수 있도록 돕는 배우 양성소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중국 진린그룹과는 어떻게 아카데미 사업을 추진하게 된 건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함께 뮤지컬 갈라쇼와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한 것도 이런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나.  

그렇다. 진린그룹은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부동산 사업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그러다 최근 진린문화라는 문화 사업 자회사를 설립해 공연 사업 전개에 나섰다. 중국은 아직 뮤지컬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의 많은 공연 제작사들과 접촉했던 걸로 아는데, 아마 그중 알앤디웍스가 사업 방향성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이번 아카데미 사업은 우리 시스템으로 중국 배우들을 트레이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아카데미생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연계를 펼치려고 한다. 물론 우리 소속 배우들이나 창작뮤지컬 작품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방향도 함께 모색할 것이다. 
 

다시 초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마 알앤디웍스가 일반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창작뮤지컬 <셜록홈즈> 시리즈나 <더데빌> 등을 제작하면서일 것이다. 창작뮤지컬 제작에 주력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잡은 이유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준다면?

일단 국내 시장에 너무 많은 해외 뮤지컬들이 소개돼서 좋은 작품을 찾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다. 그리고 해외의 훌륭한 작품들을 가져오는 것도 좋지만, 라이선스 작품은 결국 우리 것이 아닌 그들의 것이라는 한계가 있지 않나.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체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만 회사를 유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다. 창작뮤지컬을 만들어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아니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권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 과거에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창작뮤지컬의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이제는 그 수준이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에 계속 제작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간 꼭 좋은 작품이 나올 거란 확신이 있었다. 
 

알앤디웍스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마마, 돈 크라이>나 <더데빌>, <록키호러쇼>처럼 대중성보다는 마니아성이 강한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이는 의도한 것인가.

아니다.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을 개발해야 한다거나 특정 장르와 분위기의 작품을 고집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올해 첫선을 보인 <호프>만 따져봐도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과는 굉장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나. 내가 작품을 볼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이 작품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는가’이다. 어떤 작품이든 확실한 미덕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객들 역시 개성과 매력이 있는 작품에 반응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주로 색깔이 뚜렷한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 것 같다. 다행히 그런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고. 다만 개인적으로 록 음악을 좋아하긴 한다. 
 

그럼 대표작 가운데 알앤디웍스가 제작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나.

아무래도 <더데빌> 아닐까. <더데빌>은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데 의의를 두고 만들어서 개인적인 애착이 크다. 애초에 수익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초연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악평을 받든 호평을 받든, 이런 문제적인 작품이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세 번째 공연까지 이어오니 이 작품을 사랑해 주는 관객들이 조금씩 생겨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조금 더 용기를 갖게 됐다. 뭐든 도전해 봐야 기회가 오지 않나. 앞으로도 시장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 위해 도전 정신을 잃고 싶지 않다.
 

2016년에는 <마마, 돈 크라이>로 창작뮤지컬 최초로 공연 실황 DVD를 발매한 바 있다. 이런 이례적인 시도를 한 이유는 뭔가.

우리나라 공연 시장은 히스토리 기록이 잘 안 되어 있다. 특히 영상 기록이 거의 없다.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영상을 찍긴 하지만, 내부 기록용이다 보니 외부에 공개할 수준이 못 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공연 실황 DVD 발매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공연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이 무척 부럽더라. 일각에서는 공연 실황 DVD가 발매되면 공연 관람객이 줄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상품은 일종의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개념이라 관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2016년 <마마, 돈 크라이> 공연 당시 우리나라도 이제 공연 실황 DVD나 OST가 제작될 시점이 됐다 싶었고, 제작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앞장 서야 하지 않나 생각했던 것이다. 솔직히 비교 대상을 해외 공연 실황 DVD로 삼자면 그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우리 제작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었고, 다행히 관객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용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DVD와 OST를 발매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약 앞에 서다 

올해 라인업을 공개한 제작사들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알앤디웍스가 제일 흥미로웠다. 창작뮤지컬 <호프>부터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나 웨스트엔드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까지, 올해 공개할 세 편의 신작 모두 하나의 특징으로 묶이지 않는 작품들이다.  

아마 알앤디웍스에 대해 정보가 많이 없는 분들은 우리가 마니아성이 강한 중소규모의 창작뮤지컬만 제작한 회사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앤디웍스의 출발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같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제작 대행을 맡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극장 공연, 소극장 공연, 콘서트 등등 장르와 규모 구분 없이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탄탄하다.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올해는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으로 라인업을 짰다고 보면 된다. 가령 <킹아더>는 규모 있는 대극장 작품을 제작하는 저력을, <아메리칸 사이코>는 마이너한 작품을 세련되게 만드는 우리 스타일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사이코>의 원작 영화를 보고 큰 울림을 느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심리 요소들을 잘 그려내고 싶다.
 

<킹아더>는 대중적인 화려한 스케일의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가장 뜻밖의 작품이었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킹아더>는 록 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작품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작품이니까 프랑스 뮤지컬로 불리는 것은 맞지만, 나한테는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정체성보다는 작품이 지닌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지난 2016년에 <아더왕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공연 실황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적이 있는데, 마침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해외 쪽이랑 이야기가 잘 진행돼서 라이선스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다만, 작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관객 정서에 맞게 재창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본과 음악만 사오는 스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지널 공연과는 다른 비주얼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다. 드라마보단 쇼적인 요소가 강한 프랑스 뮤지컬의 취약점인 서사성을 보완하기 위해 대본 역시 많은 각색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창작산실 선정작 <호프>는 드물게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어떤 가능성을 보고 제작을 결심했나. 

사실 <호프>가 창작산실 심사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은 아니다. 또 신인 창작자들이 쓴 30분가량의 워크숍 공연을 보고 제작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이 어떻게 완성될 것인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독창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가능성을 봤다. 과거와 현재가 굉장히 연극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신인 작곡가들은 곡을 어렵게 쓰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은 점이 특히 좋더라. 두 신인 창작자가 이미 좋은 콤비를 이루고 있으니 우리 제작 시스템을 만난다면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좀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작품 또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적인 계산이 아니라 필연처럼 다가오는 작품들이 있고, 그럴 때 더욱 큰 시너지가 난다고 본다.    
 

올해는 알액디웍스가 재도약의 기로에 선 중요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프로듀서로서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나.

공연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상황 자체가 수년째 침체기를 겪고 있지 않나. 하지만 제작사에서 불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 사실상 이게 유일한 방법 아닐까. 마케팅 전략으로 작품을 포장한다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대안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알앤디웍스를 두고 너무 계속 비슷한 배우와 스태프 들과 작업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익숙함에서 나오는 새로움이 있고 지금은 그것을 취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올해도 서로에 대한 탄탄한 믿음을 바탕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5호 2019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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