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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5) <광화문 연가> 양요섭 [No.90]

글 |김영주 사진 |김호근 2011-03-22 5,070

100퍼센트의 청춘 

 

양요섭이 처음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위용 넘치는 극장에 발을 들였던 것은, 예전 소속사 엠보트의 선배 윤형렬이 콰지모도 역으로 출연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늘 봐왔던 형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무대를 채우는 것에 경탄하면서도 나도 저런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좋은 곡이 많으니까 나중에 불러봐야겠다 생각했던, 노래밖에 모르던 소년은 불과 몇 년 후 바로 그 무대에 뮤지컬 배우로 서게 되었다.

 

이름 앞에 소속 그룹명이 붙는 아이돌이 <광화문 연가>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이 의외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비스트의 양요섭이라는 이름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래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젊다기보다는 어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1990년생, <광화문 연가>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을 법한 세대인 데다가 이제 갓 미성년자 꼬리표를 뗀 그에게 프로듀서 지용 역은 쉽지 않은 과제가 아닐까. “음반을 만드는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게 지용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예전에 엠보트에 있을 때 먼데이 콘서트라는 공연을 정기적으로 했는데, 그때 이문세 선배님의 곡들을 부르면서 처음 이영훈 작곡가님의 음악을 접했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 밴드를 해서 그 전까지는 록이나 팝 음악 위주로 많이 들어서 예전 가요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영훈 작곡가님의 곡들은 일렉 위주인 요즘 음악과 다르게 클래식 기타, 피아노로 소박하게 만들어졌더라고요.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지금 기준으로는 좀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도 곡 자체의 감정이 진실하게 와 닿는 게 참 좋았어요.”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에 대해 불만이 쌓여있는 마니아들의 의심에 찬 시선에 위축되지는 않을까, 심술궂은 의문이 생겼다. “사실 저희가 데뷔를 할 때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다른 그룹을 따라한다는 비난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방송국에 가는 게 좀 무서울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저희의 모습을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니까 그런 편견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 오히려 더 응원을 해주시더라고요. 뮤지컬도 똑같을 것 같아요. 아이돌이 뮤지컬을 하는 것에 대해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다르게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시선이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츠학을 연기했던 김영지와의 인연으로 보게 된 <헤드윅>이 무척 멋있어서,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예상 밖의 꿈을 이야기하는 이 ‘아이돌’은  <광화문 연가>의 넘버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곡으로 먼데이 콘서트에서 부르면서 반해버렸던 ‘난 아직 모르잖아요’나 ‘깊은 밤을 날아서’가 아니라, ‘가을이 오면’을 손꼽았다. “제작 발표회 때 그 곡을 불렀는데요. 그때 만큼 무대에서 떨어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지금도 그 곡을 들으면 제작 발표회 때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떨려 와요. 그 느낌을 생각하면 정말 잘하고 싶어요.”  무조건 나를 편들어줄 것 같고, 내가 잘되기만을 바라는 팬들이 아니라 얼마든지 냉정하고 신랄한 반응을 쏟아낼 수 있는 일반 관객들 앞에 서는 부담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처음 리딩을 갔을 때 이지나 선생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말 다정한 말씀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부드러운 이야기가 화내는 것보다 더 무서울 때가 있잖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단체 연습에 들어가면 한번 호되게 혼나봐야 할 것 같아요. 물론 혼날 때는 무섭고 힘들겠지만, 아직까지 제가 뮤지컬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렇게 배우고 싶어요.” 잠 잘 시간은 없어도 꿈 꿀 시간은 충분한 청춘다운 말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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