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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뮤지컬 밀녹·밀캠과의 전쟁에 나선 알앤디웍스 [No.192]

글 |안세영 사진 |알앤디웍스 2019-09-28 16,205

뮤지컬 밀녹·밀캠과의 전쟁에 나선 알앤디웍스

 

지난 6월, 뮤지컬 제작사 알앤디웍스의 SNS 공식 계정에 다음과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공연 중 허가 없이 녹음하거나 촬영한 자료 및 DVD, OST의 리핑 파일 등 공연과 연계된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무단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현재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판매가 확인되는 경우 신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공연 콘텐츠 불법 거래에 강경 대응을 예고한 알앤디웍스는 실제로 13명의 불법 판매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공연 실황을 몰래 녹음하거나 촬영한 자료가 ‘밀녹’, ‘밀캠’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제작사가 이렇듯 전면전에 나선 일은 유례가 없다. 

 

저작권 피해의 심각성

알앤디웍스는 자사 뮤지컬의 OST 앨범과 DVD를 꾸준히 발매해 온 제작사로, 올해 상반기에도 <더데빌> OST 앨범과 DVD를 발매했다. 그러자 팬들로부터 2017년에 발매된 버전의 OST와 DVD도 재발매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제작사는 재발매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앨범과 DVD를 불법 복제한 파일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가 계속 등장하자 알앤디웍스는 이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SNS 공식 계정에 공지를 올리고 공개적으로 불법 판매에 대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현재 고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알앤디웍스 관계자는 “처음에는 경고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보를 받아 보니 생각보다 저작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불법 거래는 보통 판매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보유 중인 뮤지컬 자료 목록을 올리고 댓글로 구매 문의를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렇게 거래되는 자료 중에는 제작사에서 모니터링용으로 촬영한 리허설 및 공연 실황 영상, 일명 ‘컴퍼니 영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작품당 평균 열 번 정도 영상을 촬영하는데, 그때마다 수십 명의 배우와 소속사 관계자, 공연 스태프가 이 영상을 받아 본다. 그러다 보니 영상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규제하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링크로 영상을 보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삭제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알앤디웍스 측이 불법 판매자를 제보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800명의 서로 이웃을 거느린 전문 판매업자 수준의 밀캠 블로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뮤지컬 OST와 DVD 리핑 파일이 만 원 미만의 소액에 거래되는 것과 달리, 이 블로거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공연 실황 영상을 해당 작품의 R석 티켓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알앤디웍스의 최신작 <킹아더>의 R석 티켓가가 12만 원이었다면 밀캠도 비슷한 가격인 10만 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해당 블로그의 판매 목록에 올라온 영상은 수백 편에 이른다. 같은 작품도 날짜별, 캐스팅별로 여러 버전의 영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영상의 퀄리티다. 알앤디웍스가 확보한 <킹아더> 밀캠 영상은 VIP석에서 촬영되었으며 파일 용량이 30GB를 넘을 만큼 화질이 좋았다. 심지어 장면에 맞춰 줌을 당기기까지 했다. 이처럼 불법 촬영이 전문적으로 이뤄지자 알앤디웍스 측은 고소를 마음먹었다. 해당 블로거는 고소를 당한 뒤 블로그를 닫았지만 곧 새로운 블로그를 개설해 재판매에 나섰다. 새 블로그의 판매 목록에는 알앤디웍스 작품이 빠져 있다. 그러나 대리 판매자를 통해 여전히 알앤디웍스 작품의 밀캠을 판매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알앤디웍스 측은 해당 블로거를 불법 거래뿐 아니라 불법 촬영 죄로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불법 행위를 막기 어려운 이유

명백한 범죄 행위인 밀녹과 밀캠 판매가 어쩌다 이렇게 만연하게 되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현장 단속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극장 안내원이 공연 중 의심스런 행동을 하는 관객을 포착해도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까봐 그 즉시 제지하기 힘들고,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개인 소지품을 확인하기도 힘들다. 최근에는 핸드폰으로 몰래 녹음하거나 촬영한 파일을 인터넷 클라우드에 저장한 뒤 기기에서 바로 삭제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불법 판매 글을 신고하는 일도 간단치 않다. 저작권 위반 신고를 하면 불법 판매 글을 올린 블로그가 폐쇄되는 것이 아니라 불법 판매 내용이 적힌 해당 게시 글만 삭제된다. 만약 어떤 블로그에 불법 판매 글이 열 개 올라와 있다면 열 건을 일일이 신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신고를 해도 며칠 뒤면 블로그에 똑같은 글이 다시 올라온다. 최근에는 작품 제목을 약자로 표기하거나 블로그를 서로 이웃 공개로 전환하는 등 판매 수법도 점점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 판매가 아닌 교환 글은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도 없다. 

알앤디웍스는 지난 6월 판매 자료 목록이 유독 방대했던 불법 판매자 9명을 추려 경찰에 고소했고, 뒤이어 4명을 추가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 과정에서도 난항이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판매 글은 정황 증거에 해당하는 탓에, 실제 판매 기록 확보를 위해 알앤디웍스 측에서 직접 불법 판매 블로그에 접촉해 구매를 한 뒤 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출해야 했다. 공연 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 또한 수사의 걸림돌이 되었다. 동일한 작품이더라도 시즌별, 날짜별, 캐스팅별로 여러 버전의 불법 영상이 거래되는데, 경찰 측에서는 영화처럼 한 편을 한 건으로 묶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각심의 목소리를 높일 때

알앤디웍스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불법 판매자 고소에 나섰지만, 막상 뛰어들어 보니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둔 상태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경찰에서 공연 제작사끼리 연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라는 조언을 듣고 몇몇 대형 제작사와 뮤지컬협회 쪽에 고소 진행 사실을 알린 상태다. 하지만 어쩌면 다른 제작사는 이 정도로 전문적인 판매가 이뤄지는 줄 모를 수도 있다. 우리도 그 전까지는 심각성을 몰랐으니까.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밀캠이 촬영된 극장 측에도 알리려고 한다. 불법 녹음과 촬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극장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불법 판매자 고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 회의감에 젖은 적도 있지만, 공연계에 제대로 된 선례를 남기기 위해 끝까지 합의하지 않겠다는 게 알앤디웍스 측의 입장이다.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벌금형에 그치고, 그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목적은 돈이 아니라 그들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리는 데 있다. 불법 거래 시장이 이렇게 커진 데는 그간 공연 제작사의 안일한 대응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이 첫 시도인 만큼 원하는 수위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장기전을 꾀하려 한다. 앞으로 다른 제작사나 뮤지컬협회와 협력해 대처해 나간다면 관련 법규도 차차 강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2호 2019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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