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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SALTNPAPER』 솔튼페이퍼, 따뜻하게 울려퍼지는 멜로디 [No.117]

글 |배경희 사진 |배임석 2013-07-10 4,110

에픽하이 제4의 멤버라 불리는 래퍼 MYK가 솔튼페이퍼라는 이름으로 새 앨범을 발표했다. 네이밍에서 감수성이 물씬 느껴지듯, 이번 앨범의 장르는 힙합이 아닌 어쿠스틱 록이다. 힙합 뮤지션에서 모던 록 싱어송라이터로 새로운 변신을 일궈내 호평을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2010년 첫 EP 앨범을 발표한 이후 약 2년 반 만에 새 미니 앨범이 나왔어요. 이번 앨범은 전과는 음악 색깔이 확실히 달라요.
1년 전쯤부터, 힙합에서 벗어나 좀 다른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힙합을 하기 전에 록 음악도 했었는데, 최근엔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노래들이 나왔어요. 솔튼페이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그전 제 음악을 생각했을 때, 색깔이 너무 확 바뀐 느낌이 들까봐 MYK와는 따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솔튼페이퍼는 이번 앨범의 제작을 맡아준 이승환 형이 추천해주신 건데 마음에 들어요.

 

앨범에 대한 반응은 어떤 것 같아요?
아직 그렇게 큰 반응은 없었으니까 조금 더 열심히 홍보를 해야죠. (웃음) 그래도 앨범 리뷰 중에서 나쁜 리뷰는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이쪽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좋아서 한번 해보자는 거였기 때문에, 평가가 이렇게 좋을진 몰랐어요. 그건 너무 좋죠.

 

 

사실 첫 EP 앨범도 그랬지만, MYK 음악은 힙합이다, 록이다, 장르를 구분 짓는 게 별 의미가 없어 보여요.
록, 힙합, 컨트리, 이런 저런 음악의 영향을 받았어요. 이번 앨범 노래들은 90년대 중후반 음악 느낌이 많이 날 거예요. 90년대 록 밴드들을 제일 좋아해서 그 음악들의 영향이 커요. 아, 어떤 사람들은 이번 앨범 장르를 포크(Folk)라고 하는데, 그건 좀 부끄러워요. 포크는 정말 진지하고 깊이 있는 장르잖아요. 포크보단 어쿠스틱 음악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MYK와 이승환은 의외의 조합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곡 작업은 다 돼있었고, 제가 데모 테이프를 보냈어요. (앨범 발매와 상관없이 평소에도 꾸준히 곡을 써요?) 네, 전 그거 밖에 하는 일이 없어요. 아는 사람을 통해 세 군데 정도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는데, 이승환 형한테만 연락이 왔어요. 나머지 두 곳은 ‘좋다’ 정도의 반응이었고, 형은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바로 계약하자고 하셨죠.

 

이번 앨범 녹음 작업에서도 많은 파트를 담당했죠?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서요?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피아노 정도 다뤄요. 피아노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시켜서 배운 거고, 다른 악기들은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에요.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이거 이렇게 치면 되겠다’ 혼자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방법을 알아간 거예요. 그래서 전공자 수준이 아니라 머릿속에 생각하는 걸 칠 수 있는 정도예요. 악보도 못 읽고요.

 

악보를 볼 줄 모르면, 세션이 참여할 땐 어떡해요? 직접 노래를 불러주면서 설명하나요?
네, 악보를 아주 심플하게 그린 다음 입으로 설명해야 해요. 물론 배워볼 생각은 했죠. 지금도 악보를 그릴 줄 알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글쎄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나중에 커서 음악을 하는 게 예정에 없는 일은 아니었겠네요.
그렇죠. 음악의 완전 팬이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의 그 기분, 감동이 어마어마하게 컸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흉내 내고 싶잖아요. 흉내 내다보니 너무 재미있었고요. 어렸을 때 스케이트보드 타는 거 좋아했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음악보다 더 좋아하는 건 없었어요. 다른 것보다 잘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음악 말고는 제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밴드를 하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작은 클럽이나 오픈 마이크(원하면 누구든 노래를 부를 수 있다)가 있는 펍 같은데서 공연을 했지만, 그런 걸로는 전혀 기회가 오지 않죠.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냥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어요. 좀 바보처럼요. (웃음)

 

그러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를 만난 거고요. 두 사람은 성장 환경이나 음악 취향 등 공통점이 많아서 잘 통했겠어요.
사촌형이 타블로 형이랑 같은 학교를 나와서, 제가 한국에 왔을 때 사촌 형이 타블로 형한테 저를 한번 만나봐 달라고 한 거죠. 처음 만난 날 노트북을 들고 가서 제 노래를 들려줬는데, 그날 바로 에픽하이 3집 「스완송」(2005)을 같이 작업하자고 했어요. 좀 놀랐죠.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 메이킹 과정을 다 지켜보고 미국에 돌아가서 음반을 듣는데, 뭔가 미래가 보이는 느낌? 그때 한국에 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전엔 한국에 와서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음악으로 모험을 해봐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거예요?
에픽하이 형들이 앨범 작업하는 걸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감이 생겼다고 생각했고, 형들을 통해서 음악 관계자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에픽하이 3집이 정말 잘 됐잖아요. 그래서 저도… (웃음) 생각해보면 그때 전 한국말로 랩도 못했는데, 그 나이에도 제가 좀 순수했어요. (웃음)

 

에픽하이 제4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MYK로 앨범을 내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결국 이 일이 좋아서겠죠?
네, 좋아서 하는 거죠. 그리고 다행히 공연을 하거나, 다른 밴드와 콜라보를 하거나, 이런저런 작업들이 꾸준히 생겨서 한국에 있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항상 노래를 만들고 있고요. 물론 가끔 제 음악이 한국 시장에선 안 될 것 같다고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요.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 맞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예전에 다른 기획사에 잠깐 있었을 때, 대중적인 댄스 노래에 피처링을 한 적이 있어요. 댄스 음악을 만드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그걸로 방송에 나가는 건 못하겠더라고요. 춤도 못 추고, 제가 너무 어색해서요. 억지로 하면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그렇겐 안 하고 싶어요. 음악을 할 거면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죠. 사실 예전엔 앨범이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면서도, 현실적으론 잘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에게 많이 들릴 수만 있다면 언젠간 잘 통할 거란 믿음이 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7호 2013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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