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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배우라는 종착지 <실비아, 살다> 주다온 [No.221]

글 |이솔희 사진 |맹민화 2023-03-09 816

배우라는 종착지
<실비아, 살다> 주다온

 

기나긴 삶의 여정 끝에 마주하게 될 종착지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주다온은 소박하지만 원대한 포부를 담은 답변을 내놨다. “제 종착지에는 ‘배우’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으면 좋겠어요. 죽는 순간까지 배우로서 존재하고 싶거든요.” 단 두 글자가 적힌 종착지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많은 정거장 중, 주다온이 이번에 만난 정거장은 <실비아, 살다>이다. 

 


성악도의 꿈을 키우던 중 우연히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된 주다온은 그 길로 방향을 틀어 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입학 첫날 생각했다. ‘아, 너무 힘든데?’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내내 성악 실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다가 갑작스레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가르침을 받게 되니 각오했던 것보다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그가 고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정면 돌파다. 다른 지름길을 찾는 것보다 연기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자,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갈고닦던 주다온은 지인의 추천으로 뮤지컬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바로 데뷔작인 <인터뷰>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주다온은 오디션에서 심사 위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그토록 꿈꿨던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 당찼고,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어요. 가진 거라고는 열정 하나뿐이었죠. 그래서 <인터뷰>는 정말 행복했던 기억으로만 남았어요.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매회 공연이 제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거든요.”

 

2018년 <인터뷰>로 첫발을 뗀 주다온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배우의 기반을 다졌다. “매 작품 새롭게 배우는 점이 있었어요. 한 작품에서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배웠다면, 또 다른 작품에서는 공연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를 배웠죠. 다양한 작품을 만나면서 배우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주다온을 거쳐 간 여러 작품 중 그의 존재감을 관객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2020년 공연된 <마리 퀴리>다. “<마리 퀴리>는 초연부터 함께했는데, 배우들과 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때그때 수정되는 부분을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도 배웠고요.” 지난해 출연한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무대에서는 배우로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기도 했다.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의 우먼은 일상생활에서 꺼내 쓰지 않는 분노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제 안에 갇혀 있는 감정들을 전부 터트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주다온의 다음 스텝은 <실비아, 살다>다. <실비아, 살다>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실비아 플라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주다온은 2022년 초연에서 주인공 실비아 역을 맡아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에는 실비아와 실비아의 곁을 맴도는 인물 빅토리아를 번갈아 맡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초연 당시 긴 오디션 과정을 거치며 지칠 때도 있었지만, 작품이 지닌 매력에 사로잡혀 출연이 확정되기도 전부터 홀로 캐릭터 연구에 매진했을 정도로 주다온에게 <실비아, 살다>는 특별한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는 실비아와 빅토리아를 함께 준비하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한층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두 인물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두 역할을 동시에 도전해 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실비아와 빅토리아는 확실한 연결 고리가 있는 캐릭터잖아요. 빅토리아에 도전하게 되면 그제야 이 작품이 제 안에서 완성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신 빅토리아는 한 발자국 뒤에서 실비아를 바라보는 인물이기 때문에 빅토리아로 무대에 설 때는 실비아의 감정에 너무 빠져들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한 작품에서 두 캐릭터를 번갈아 가며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주다온은 그 도전 덕분에 더욱 큰 힘을 얻고 있다. 빅토리아가 실비아에게 건네는 포근한 위로의 말들이 곧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빅토리아가 실비아에게 ‘세상은 모를지라도 내가 너의 글을 안다’고 위로해 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 대사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저에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세상이 너의 가치를 알아봐 주지 못해도 내가 너의 노력을 알고 있다는 말은 누구나 듣고 싶은 위로 아닐까요?”

 

<실비아, 살다>는 실비아의 삶의 여정을 기차 여행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주다온의 기차 여행은 이제 어떤 방향으로 달려가게 될까? “지금 이 자리까지 오면서 제가 타고 있는 기차는 정말 많이 흔들렸어요. 저 자신 때문에 흔들릴 때도,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흔들릴 때도 있었죠. 앞으로도 많이 흔들리겠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두 다리로 거뜬히 서 있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배우로 거듭나게 해주는 여러 정거장을 거치고 싶어요. 그리고 그 종착지에 ‘배우’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1호 2023년 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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