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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청춘에게 바치는 송가 - 브로콜리 너마저 [No.87]

글|배경희 | 사진|표기식 | 장소협찬|바이헤이데이 2010-12-15 9,727

최근 10년간 인디 밴드의 음반 발매 소식에 이토록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던 적이 또 있던가.

거의 모든 매체가 이들의 새 앨범에 대해 앞 다퉈 소개 했으며 음반의 타이틀곡은 빠르게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했다. 오로지 ‘음악’만으로 다수의 청춘들을 팬으로 만들어버린 후 2년 만에 신보 「졸업」을 가지고 돌아온 브로콜리 너마저에 대한 얘기다.

(왼쪽부터) 덕원, 류지, 향기, 잔디

 

얼마 전 2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했는데 단독 3일 공연은 할 만하던가요? 남는 티켓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던 데요.
덕원
다행히도 무사히 잘 끝냈습니다.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나서야 이번 앨범 작업이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향기 이틀 공연은 몇 번 해봤는데 3일 동안 공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생각보다 할 만하더라고요.


앨범이 나온 소감은 어때요?
덕원
이번 앨범은 ‘우리가 이런 소리를 내고 싶구나, 낼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첫 앨범을 낼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어떤 소리를 낼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그림이 없었어요. 그냥 시간에 맞춰 ‘후다닥’ 만들었다면 이번 앨범은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만들었고, 그런 점에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잔디 소감을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정식 앨범이 발매된 날보다는 파이널 데모가 나왔을 때에요. 5월 중순쯤 파이널 데모가 나왔는데, 그걸 들었을 때 기분이 뭉클했다고 해야 하나. 여름밤에 걸으면서 듣는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의 반응을 일일이 모니터링을 했다면서요. 블로그에 찾아가 댓글도 달고.(웃음) 요즘도 그래요? 2집에 대한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다면 뭐예요?
향기
이야기의 양이 워낙 늘어나서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검색은 요즘도 가끔씩 해봐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되게 이상한 이야기. ‘얘네 해체한 줄 알았는데 다시 뭉쳤구나.’ 예전엔 사람들 반응에 신경이 많이 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별로 안 그래요. 즐길 수 있게 됐어요.(웃음)
잔디 이제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 이렇게 생각하시군요’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달까요.
덕원 “생각하시는군요”가 아니고 “생각하시는(강세를 두고)군요”인 건 뭐야.(전원 웃음)


이번 앨범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좀 더 직접적인 목소리로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부터 ‘이번엔 이런 이야기를 해보자’ 라고 정하고 작업한 거예요, 아니면 곡을 쓰다 보니 하나의 주제로 모인 건가요?
덕원
어떤 계기에 따른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런 것에 대해 노래해야겠다고 작정했던 것도 아니에요. 다만, 앨범을 하나의 덩어리로 느낄 수 있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수십 곡의 데모를 만들어 놓고 고른 게 아니라 처음부터 12곡만 만들고 그걸로 작업을 했어요. 최종적으로 정말 부족하고 안 맞는 것 같은 한 곡을 뺐고요. 그리고 오히려 어떤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만들었다기보다 가사를 쓰고 작업을 완성하고 나서 들었을 때, ‘아, 내가 그동안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느꼈어요. 되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우리의 노래로 사회를 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또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나요?
향기
노래로 직접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이런 노래를 부르면 세상이 이렇게 변할 거야’ 이건 아니잖아요. 그냥 좀 더 마음에 깊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덕원 마음속에서 느끼고 있는 건데 나오지 못하는 것들이 어떤 계기로 봇물 터지듯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런 계기가 됐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노래로 세상에 변화를 준다는 건 좀 과한 얘긴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속에 뭔가를 줄 수 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은 적든 크든 누구나 있겠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결국은 자기 자신이 만족하고 느끼고, 그걸 통해서 얻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점에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어요.


인터뷰를 위해 이번 앨범을 듣다가 새삼 느낀 건 요즘엔 오로지 음악만을 듣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였어요. 예전엔 음악을 들으면서 보내는 시간이 참 많았는데 말이죠. 주로 이동 중에 노래를 들으니까 한참 뒤에 “이 노래가 이런 가사였어?” 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아쉽진 않아요?
덕원
요즘은 워낙 보고 즐길 게 많잖아요. 인터넷이나 영상 매체가 막강한 게 사실이니까. 저도 그런 데 시간을 많이 뺏기는 편이고요. 오히려 음악은 좀 내면적이 된 것 같은데, 그 시간을 잘 파고들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요. 옛날엔 이랬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고 해서 힘들어, 이러고 말 건 아니니까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아요. 멜로디를 즐기는 사람, 가사에 주목하는 사람, 각자 음악을 듣는 포인트가 다 다른데 어느 하나에 맞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 표현하고 달라질 수 있는 폭이 좁아지잖아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긴 힘들지만 창작을 하고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매 곡마다 ‘영감’이 떠올라서 쓰는 건 아니겠지만, 몇몇 곡은 이 곡을 쓰게 된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덕원
가사를 쓸 때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영향을 받고 쓰는 편은 아니에요. 소리를 만들고 편곡하는 방식에도 어떤 것에 영향을 받고, 이렇게 해야지 하고 확실히 잡고 갔던 적은 없어요. 저희는 그런 점에서 좀 자유로운데 어떻게 보면 저희의 장점일 수도 있죠. 


수록곡 중 ‘이젠 안녕’하고 ‘할머니’는 좀 다른 분위기예요. ‘이젠 안녕’은 이별 노래라고 생각하기 딱 좋은 곡인데 실제로는 어떤 곡이에요?
덕원
‘이젠 안녕’ 같은 경우는, 자살에 관한 노래에요. 
류지 근데 아무도 몰라. 정말 아무도 몰라요.
잔디 ‘브로콜리 음악은 이별에 대처하는 노래’ 이런 공식이 있어서 그냥 정말 이별 노래로 읽혀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덕원 첫 EP 앨범부터 끝나고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성에 대해서 많이 썼는데 사랑 노래로 들렸더라고요. 재밌는 건 제가 비가역성에 대해 강하게 강조를 하면 ‘아, 좀 진솔한 사랑 노래구나’ 라고 생각해요.(웃음)


예전에 덕원 씨가 어떤 인터뷰에서 우리 노래는 사랑 이야기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 적도 있죠.(웃음)
덕원
그건 제가 좀 웃겼던 것 같아요. 돌이킬 수 없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느낀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건데, 그게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심정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관될 수 있는 단어나 가사가 충분히 있었고요.


음악에 대한 해석은 온전히 듣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이렇게 들어주길 바라는 편이에요?
덕원
듣는 사람이 자유롭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지만, 너무 확신하고 말하면 아쉽기는 하죠.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저렇게 생각하기도 한다면 별 무리가 없는데 보통은 이런 거구나, 이런 거래, 이렇게 얘기가 퍼지니까 그건 좀… 꼭 그렇진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앨범 발매 직후에 인터뷰를 안 했던 것도 선입견 없이 사람들이 듣는 대로 느끼면 좋겠는데, 인터뷰나 리뷰에 나온 말에 따라 규정되고 갇힌 상태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더라고요. ‘그게 아니에요’ 라고 얘기하는 건 꼭 이렇게 들어달라는 건 아니고 가능성을 열고 들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예요. 사실 ‘마음의 문제’도 사람들이 네 마음의 문제라고 하지만 당신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맞아, 내 마음의 문제였어!’ 라고 받아들이는 분이 많아서 좀 걱정이 돼요. (웃음)   


좀 오래된 얘기지만 라디오헤드가 「In Rainbow」를 발매하면서 했던 이벤트 알고 있어요? 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한 건데, 중요한 건 가격이 ‘내고 싶은 만큼’이었잖아요. 앨범으로 출시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뮤지션이, 브로콜리 너마저가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덕원
저희가 생각했던 부분이긴 해요. 음… 5년 전만 해도 모든 사이트에 음원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느 유통사를 통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다 비슷하고 특색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쟁은 가열되고 가격 덤핑이 나오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자체 제작을 하고 있으니까 새로운 유통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요. 다만, 라디오헤드가 그렇게 했다고 해도 전체 음악계 측면에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듯이 쉽지 않은 일인데 외부에서는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케이스가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지 않느냐 너흰 왜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죠.


아, 라디오헤드가 음원 수익 구조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여전히 음악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부분이 좀 희망적이지 않나 싶었거든요.
덕원
방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실제로 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고요, 어떤 가능성에 대해 실험을 한 거고 그런 케이스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로컬의 많은 팀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식의 변화에 대한 욕심이 있고, 음원 사이트에 대한 구상이 있긴 하다는 거예요.

 

 

문득 궁금해졌는데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어요?
향기
저는 모범생이었어요. 모범생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반항기를 품고 있는, 선생님하고 사이 안 좋은 모범생.
덕원 그런 애들이 자기를 쿨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웃음) 저는 많은 일탈을 하고 자랐는데요, 그 일탈의 범위가 “이건 잘못한 거니까 혼나야 돼” 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것들이었어요. 뭐, 도시락을 빨리 먹는 다거나(“그건 일탈이 아니지!” 다른 멤버들의 야유가 쏟아짐), 수업 시간에 뒷산에 가서 논다거나 이상한 동아리를 만든다거나, 밴드를 결성했는데 아무도 악기가 없는. 별거 아닌데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지만 하여튼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저도 참 신기해요.


2집 얘기를 하다 이야기가 좀 샜네요. 앨범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뭐예요? 언제 발매를 하겠다는 계획 없이 작업한 건가요?
덕원
원래는 올 초에 발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1월에 마무리 작업 들어가서 2월에 나오는 걸로. 80퍼센트 정도 완성됐다고 생각했을 땐 언제쯤 나오겠구나 하고 발매일을 잡아 놓기도 했지만 미뤄지고, 미뤄지고, 미뤄지고, 그렇게 됐죠.
향기 1집 때 날짜를 정해놓고 작업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엔 날짜의 구애를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늦어지더라도 최대한 좋은 걸 만들어 보자고 했죠.


1집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만족감에 대한 이야긴가요?
덕원
실제로 완성된 음반 퀄리티가 떨어져요.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확실히 좀 더 나아졌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어요.
향기 물론 그 순간에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였지만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인 거죠.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자신 있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앨범인 거죠?
덕원
네, 그럼요.
잔디 떳떳해요. 1집 땐 떳떳하지 못했어요.
덕원 (쓴 표정을 지으며) 아, 그 이야기는 뭔가 좀…
향기 떳떳하지 못했다기보다 더 큰 그림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엔 그런 면을 가지고 작업을 했고, 아쉬움은 없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7호 2010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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