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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ANNIVERSARY] <그날들> 10주년 잊을 수 없는 그날 [No.226]

글 |안세영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23-07-25 587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이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지금,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가고 있을까? 창작진과 출연진이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장소영 편곡·음악감독

무대 장치에 문제가 생겨 잠시 공연이 중단된 적이 있어요. 무대에는 막이 쳐지고 관객은 정적 속에서 공연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때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기타 연주자가 ‘서른 즈음에’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요한 공연장 안에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바이올린 소리가 더해졌어요. 정적만이 감돌던 공연장에 ‘음악’이 채워진 순간이었죠. 연주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자연스럽게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기다려야 했던 관객분들에게 음악이 흐르던 그 순간만큼은 뜻밖의 작은 선물로 다가갔기를 바랍니다. “음악은 거짓말을 안 해요.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하고.” 저는 <그날들> 속 ‘그녀’의 이 대사를 참 좋아합니다. <그날들>의 음악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해 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0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신선호 안무감독

<그날들>은 ‘안무가 신선호’의 이름을 공연계에 각인시킨 저의 ‘인생작’입니다. 초연이 아닌 재연부터 참여했기에 처음에는 많은 걱정과 부담을 안고 임하였죠. 그 시절을 돌아보니 무엇보다 앙상블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연습실에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제가 안무한 동작을 성실하게 따라주었던 배우들의 모습이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계속해서 안무를 수정하고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배우들의 열정이 저에게 늘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주조연부터 앙상블까지 모두 함께 장면을 만들어나갔던 그 시간들을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서정주 무술감독

<그날들>의 모든 앙상블 배우는 경호원을 연기하기 위해 오와 열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훈련을 받습니다. 수백 번 발차기를 하고, 송판을 깨고, 검도와 총검술을 익히고, 무거운 삼단 봉을 휘두르고,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레펠 훈련과 아크로바틱까지 소화하죠. 종종 이곳이 군대인지 뮤지컬 연습실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갓상블’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무대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던 배우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에 <그날들>이 10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도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오종혁 배우 (2013, 2014, 2016, 2017, 2019, 2023년 무영 역)

초연 첫 공연을 사나흘 앞두고, 극장을 지은 건설사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자 극장 입구를 막아버리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작사, 스태프, 배우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지 못할 위기에 처했죠. 하지만 누구도!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어요. 당시 극장 내부에 있던 장유정 연출님과 스태프들은 한번 극장을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할까 봐 아예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감금 상태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첫 공연을 위한 세트 업을 마무리 지었죠. 배우들은 근처 연습실에서 새벽까지 리허설을 반복했고, 제작사 직원들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모두의 간절함에 하늘이 감동한 걸까요? 법원으로부터 건설사가 공연을 방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제야 모든 공연 팀이 극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모두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울었습니다. 그렇게 <그날들>은 무사히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답니다. 

 

 

 

 

오만석 배우 (2013, 2016, 2017, 2023년 정학 역)

서울에서 초연을 마치고 지방 투어 공연을 갔을 때 일어난 일이에요. 공연 도중 음향 케이블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20여 분간 공연이 중단되었습니다. 다행히 관객분들은 너그럽게 이해하고 기다려 주셨지만 저희는 감사하고도 죄송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김광석 님의 노래 중 몇 곡을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불렀습니다. 그때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무대 위에 뮤지컬 <그날들>이 아닌 또 다른 ‘그날들’이 펼쳐진 멋진 순간이었습니다.

 

 

 

 

김지현 배우 (2014, 2016, 2017, 2023년 그녀 역)

그날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어요. 여느 때처럼 유준상 선배님과 공연을 잘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정학과 ‘그녀’가 20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글쎄… “그 사람 어디 있어요?”라는 대사를 뱉고 선배님을 바라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그런데 선배님도 저 못지않게 엄청 우시더라고요! 돌아가는 턴테이블 위에서 둘이 어깨를 들썩이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퇴장하면서 “우리 왜 이러죠?”라며 멋쩍은 대화를 나누었을 만큼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죠. 그런데 그날의 그 떨림이 진하게 남아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떠오르더라구요. 공연 중에 감정이 과해지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제가 준비한 것 이상의 무엇을 경험한 그 순간은 선물처럼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 이번 시즌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때도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순간이 있어요. 촬영장에서 유준상 선배님과 오종혁 배우가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나지 뭐예요. 활짝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 10년의 세월이 다 담겨 있었거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6호 2023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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