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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옳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연극 <와이프> 연습 현장

글 |이솔희 사진 |글림컴퍼니 2023-12-18 1,510

 

 

연극 <와이프>가 개막을 앞두고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와이프>는 1959년, 1988년, 2023년, 2046년 네 개의 시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어떤 형식으로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헨리크 입센의 연극 <인형의 집>의 마지막 장면(주인공 노라가 집을 떠나는 장면)을 인용해 각 시대 속 성소수자들이 겪어야만 했던 투쟁과,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그린다. 이를 통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관습과 새롭게 등장한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펼쳐낸다.

 

<와이프>는 2019년 서울시극단의 ‘창작 플랫폼-연출가’를 통해 첫 선을 보였고, 지난 2020년 재공연됐다. 그해 열린 제56회 동아연극상에서는 작품상, 연출상, 신인 연기상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에는 수잔나 역에 박지아, 김소진이, 데이지∙클레어 역에 김려은, 최수영이 캐스팅됐다. 피터∙아이바(58세) 역은 정웅인, 오용이, 로버트∙아이바(28세) 역은 이승주, 송재림이 연기한다. 에릭∙카스 역은 정환, 홍성원이, 마조리 역은 신혜옥, 표지은이 맡았다. 이날 연습 현장에는 이승주, 신혜옥을 제외한 전 배우가 참여했다.

 

 

 

 

 

1959년, 20대의 젊은 부부 데이지와 로버트는 연극 <인형의 집>을 관람한 후 노라 역을 맡은 수잔나의 분장실을 찾는다. 반가운 분위기도 잠시, 수잔나와 로버트는 연극 <인형의 집> 속 노라를 두고 날선 대화를 이어간다.

 

“안전한 세계를 마음껏 누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 주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 그저 자신이 있는 곳에서 편안하게 안주하는 이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극 중 ‘남편’이라는 말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을 명명하는 듯한 뉘앙스로 표현된다. 그와 반대의 위치에 있는 단어이자 작품의 제목인 ‘와이프’는 소리를 내고 싶지만 소리를 낼 수 없는, 옳음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와이프>를 선보이며 저 역시도 부채 의식을 느끼고,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신유청 연출가)

 

“<와이프>를 통해 연극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됐다. 모든 게 어렵고, 동시에 새롭다.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와이프>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정신, 각 인물이 빽빽한 논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뜨거운 정신이 좋았다. 신유청 연출님의 연극 <테베랜드>를 보러 갔다가 제안을 받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하고 싶다’는 설렘이 동시에 들었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도전 정신이 컸다.”(최수영)

 

“익숙함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던 때에 <와이프>를 만났다.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인간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연기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연극 무대에 선다고 생각한다.”(송재림)

 

 

 

 

 

1988년, 아이바와 에릭은 연극 <인형의 집>을 보고 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인형의 집>의 노라를 연기한 수잔나 역시 펍을 방문한다. 아이바는 수잔나를 발견하고 신나게 본인의 감상을 이야기하지만 에릭은 안절부절한다.

 

“수잔나는 네 시대에 존재하는 연극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건지,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한 건지 고민했다. 여전히 이런저런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김소진)

 

“세 시즌 째 <와이프>를 함께하고 있는데, 녹차를 우려 내듯이 시즌 별로 각기 다른 것을 우려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 출연이지만 기존에 해왔던 관성에 따르지 않고, 새롭게 호흡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정환)

 

 

 

 

 

2023년, 클레어는 파트너인 핀과 함께 극단 투자를 제안하며 아이바를 만난다. 그리고 아이바에게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꺼내지만 아이바는 모른다고만 답한다. 그떄, 아이바의 배우자인 카스가 이들의 만남에 끼어든다.

 

“작품을 준비하며, 대본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카스라는 인물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많은 영상 자료도 참고했지만, 결국 단순한 겉핥기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들을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홍성원)

 

“<와이프>의 초연부터 함께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두 시즌을 하며 아직 못 푼 숙제가 있지 않느냐’는 신유청 연출가의 말에 이번 시즌에도 참여를 하게 됐고, 나 스스로도 ‘세 번째 시즌을 함께하면 뭔가 더 풀리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다. 계속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오용)

 

“모두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공연을 보러 오시면 많은 메시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김려은)

 

 

 

 

2023년, 클레어는 아이바와 대화를 이어나가 보지만 아이바는 계속 모른 척 한다. 클레어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대화는 점점 흥미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신유청 연출가가 제안해서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나의 쓰임새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작품은 처음이다.(웃음) 많은 삶의 변화가 있었지만, 아이바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삶의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정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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