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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vorite] 새해 첫날에, 난… [NO.100]

정리 | 편집팀 2012-01-25 3,519

새해 첫날이 밝았습니다. 특별한 날이지만 늘 특별하지 않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배우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1월 1일의 이야기, 함께해 볼까요?

 

 

 

 

 

 

 

 

 

 

 

 

고영빈                                       
지난해 연말엔 뉴욕에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일출을 어떻게 볼까 궁금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새해 일출도 볼 겸 아는 동생들과 롱 아일랜드로 해 뜨는 걸 보러 가기로 했다. 새벽 3시, 뉴저지에서 출발해 퀸즈에 들러 아는 동생을 픽업한 뒤 두 시간쯤 더 달려서 드디어 롱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카페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 부푼 기대를 안고 등대 몬탁에 올랐는데, 글쎄 주위가 환해지고 보니 온통 한국 사람뿐이 없는 거다. 거의 1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모였는데 전부 한국 사람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사람들은 12월 31일에 밤새 파티를 벌이며 노느라 1월 1일엔 다들 잠을 잔다고 했다. 해 뜨는 걸 왜 보냐고 그러더라. 그렇게 일출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차 안에서 잠만 잤다.

 

 

 

 

 

 

 

 

 

 

 

 

 

이일근                                       
음악 하는 사람들은(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연말에 일하느라 항상 더 바쁘다. 2년 전 연말도 마찬가지였다. 연말에 녹음 작업이 너무 많이 몰린 나머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도 어김없이 녹음실에서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창문도 없는 쪽방 같은 작업실에서 작곡가 형과 단 둘이서 말이다. 형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폐인 모드로 녹음을 하다가 새해를 맞이하기 5분 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제야의 종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녹음을 멈추고 인터넷 뉴스를 켰다. 그런데 그놈의 버퍼링! 동영상 끊김 현상 때문에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메시지가 오고 몇 분이 지나서야 앵커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거다.(웃음) 형하고 둘이서 우린 정초부터 뒷북친다고 씁쓸해하며 밤새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곽선영                                       
2004년의 첫날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밖에서 맞이했던 날! 남자 친구가 없었던 나와 친구는 그날 YG와 엠보트의 합동 공연이었던 ‘One Concert’에서 밤새 정신없이 춤추고 즐기기로 했다. 그 콘서트는 1월 1일 0시부터 6시간 동안 하는 대형 공연이었고, 관객도 6천 명 쯤 됐나? 여튼 친구랑 졸린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열기가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음악이 꺼지고 한 가수가 나와서 객석에 있던 자신의 연인에게 깜짝 공개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었다. 그 여인의 행복해하는 얼굴이란… 바로 션과 정혜영 씨였다! 당시 학생이었던 난 그 모습이 얼마나 부럽고 멋져보였던지, 흑흑.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와 내내 부러움을 토해냈다. 지금도 가끔 그 부부의 훈훈한 선행 소식을 듣거나 가족 소식을 들을 때면 참 기분이 좋다. 닮고 싶은 사람들이다.

 

 

 

 

 

 

 

 

 

 

 

 

 

정상훈                                     
음…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 새해인데, (심)태윤 형과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로 했지요. 그래서 12월 31일 밤에 태윤 형의 마티즈를 타고 두 남자는 정동진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고속도로로 빠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으로 가면 정동진, 좌측으로 가면… 다시 돌아 서울로 돌아오게 되는 거였죠. 한참 신나게 가고 있는데 갈림길 전에 갑자기 앞에 있던 세단이 급정거를 하지 뭡니까! 어이쿠. 깜짝 놀란 태윤 형이 클랙슨을 눌렀더니 앞차 운전자가 손을 들어 그 뭡니까, 뻑큐를  날리는 거예요! 피가 뜨거워진 태윤 형은 자신의 차가 무려 마티즈라는 걸 망각한 채, 그리고 원래의 목표를 상실한 채 분노의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차도 우리 차가 따라오는 걸을 느끼고 열심히 도망갔고, 우린 ‘지구 끝까지 따라가겠어!’ 하며 쫓아갔지요. 정신을 차려보니 우린 빙빙 돌아 다시 서울로 들어왔지 뭡니까. 이미 새해 첫 해는 우리 머리 위에 있고요. 우리 뭐한 겁니까. 큭큭큭.    

 

 

 

 

 

 

 

 

 

 

 

 

 

조휘                                        
제가 체육대학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체육과 관련된 각종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고요. 학창 시절엔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곤 했어요. 스키 강사를 하기도 했고요. 스물한 살 때였던가. 친한 친구들과 1월 1일에 해 뜨는 거 보자고, 전날 진탕 술을 마시고 잠도 몇 시간밖에 못 잔 채로 일어났어요. 젊었을 때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새벽에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 정상에 올라가서 해가 뜨는 걸 봤어요. 운 좋게도 새해 첫 태양이 구름에 가리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더라고요. 보통은 바다에서 일출을 많이 보잖아요. 바다에서보단 조금 늦게 뜬 해지만, 눈 쌓인 산에서 보니 분위기가 또 다르더라고요. 그때 본 일출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땐 뮤지컬을 하게 될지도 몰랐고 대학 내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할 때여서, 일출을 보며 막연히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때 빈 소원이 조금은 이루어진 것 같아서 기쁘네요.  

 

 

 

 

 

 

 

 

 

 

 

 

 

신의정                                         
스무 살 때, 같은 대학을 다니는 동네 친구랑 ‘12월 31일이고 새해고 간에 둘 다 애인도 없으니 우리 둘이 만나서 놀자’고 집에서 뒹굴던 차림 그대로 집 근처에서 만났어요. 사람 많은 곳은 가기 싫더라고요. 동네 카페에서 수다 떨다가 포켓볼 치러 갔다가 떡볶이 먹고, 그냥 그렇게 한심하게 놀았어요. 그런데 그다음부터 마가 꼈는지, 12월 31일만 되면 그 친구랑 만나서 재미없게 놀다가 새해를 맞게 되더라고요. 아, 한번은 저랑 언니랑 친구들과 함께 몇 달 전부터 예약해놓은 호텔에서 새해 파티를 하려고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싱글즈> 공연을 할 때였는데 12월 31일에 특별 공연이 추가돼서 하루에 네 번 공연했어요. 저희 언니는 승무원인데 막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3일간 잠을 못 잔 상태였고, 한 친구는 병원에서 당직을 서느라 전날 밤을 샜더라고요. 장 봐온 음식들도 엄청 많았고 큰맘 먹고 고급 호텔을 예약했는데, 다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만나서 이야기도 거의 안 하고 와인 한잔씩 마시곤 한 시간 만에 다 뻗어버렸지 뭐예요. 다음 날 일어나서 호텔 조식 먹곤 다시 또 출근했고요. 1월 1일은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해도 어쩐지 제대로 되지 않네요. 그냥 하던 대로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며 놀아야 하나 봐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9호 2012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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