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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뮤지컬 토크 콘서트 <후 엠 아이>, 나눔의 감동 [No.123]

사진 |이배희 정리 | 배경희 2013-12-12 3,635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뮤지컬 토크 콘서트 <후 엠 아이>가
어느덧 7회를 맞았다. <후 엠 아이>는 매회 한 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노래와 이야기를 진행하는 토크쇼 공연.
MC로 나선 배우들이 주축이 돼 기획했다는 점과,
수익금이 소외 계층 교육 지원금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다. 길성원 단장이 들려주는 공연 기획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후 엠 아이>의 숨겨진 이야기들.

 

 

 

 

# 어느 밤, 재능 후원을 결심하다

뮤지컬 배우 생활을 그만둔 건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종종 뮤지컬과 관련된 상담 요청을 받곤 한다. 상담은 대개 이런 내용이다. “우리 애가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지 한번 봐줘.” 유난히 많은 지인들이 자녀의 진로에 대해 조언을 구해 오던 지난여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계 종사자들도(내게 상담을 요청하는 지인들 대부분이 무용이나 성악과 교수이기에) 이런 고민을 겪는데, 평범한 부모가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뒷바라지하는 일은 얼마나 힘들까? 나 역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어렵게 성악 공부를 했던 터라 그 어려움을 잘 알기에 문득,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때 퍼뜩 떠오른 생각 하나. 소외 계층 아이들이 적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뮤지컬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자.

 

# 후원금 마련 콘서트를 기획하다

혼자서 이런 큰일을 벌일 수는 없는 법. 노숙자 재활쉼터 건립금 마련 행사를 함께해 온 (양)준모에게 이러한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선뜻 함께 도와주겠다고 했다. 오랜 후배 (이)진희도 흔쾌히 뜻을 같이해줬다. 멤버가 구성되자, 멘티 선정 방식과 예산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멘토링에 대한 구상이 점점 구체화되어 갔다. 기금 마련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을 때, 가장 쉽게 떠오른 게 콘서트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계획한 일이기 때문에, 일회성 행사가 아닌 시리즈 콘서트를 기획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기존의 다른 이벤트성 공연과의 차별화를 위해 떠올린 컨셉은 자아 찾기 토크쇼. 배우가 자신의 아픔을 나누는 진솔한 시간은 분명 관객에게 힐링의 시간이 되리라.

 

 

 

 

# 꿈을 펼칠 아이들과 만나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의 멘토로 나서겠다고 마음먹었으니, 그다음 문제는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 그 대상을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후원 대상 선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 진행하는 일이다 보니,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을 돕는 게 더욱 의미가 있을지 고민 끝에 소년원 청소년들을 후원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소년원은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 여타의 사회 소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기 때문이다.
오디션을 통해 일정 인원을 선발해서 한 편의 뮤지컬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의 가닥을 잡아갔다. 그런데 과연 청소년들이 뮤지컬에 관심을 보일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오디션 공고를 냈지만, 100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인원이었다. 나와 진희, 준모, 우리 셋을 비롯한 아홉 명의 심사위원들은 다들 적지 않은 감동을 받은 기색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인원은 총 18명. 오디션 종료 후 기존의 공연이 아니라 아이들만을 위한 뮤지컬을 새롭게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주일에 네 시간씩 노래와 연기, 춤 수업이 이뤄진 지 한 달째. 아이들은 빠르게 바뀌어갔다. 실력이 나날이 향상하는 것을 보는 보람도 있지만, 그보단 사람을 대하는 달라진 태도에 뿌듯하다. 사람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 그 사소한 일이 아이들에게는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고마웠다.

 

 

 

 

#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다

<후 엠 아이>의 개막 예정일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와 마음이 맞는 후원사를 찾지 못했다. 결국 외부의 후원 없이 우리끼리 공연을 올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이미 많이 지연된 일정을 더는 미룰 수 없었을뿐더러, <후 엠 아이> 콘서트 티켓 판매액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회의 콘서트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예상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최소한의 금액으로 책정한 5만 원 상당의 입장료가 결코 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무대를 준비하려다 보니 예상 금액을 초과한 것이다. 이는 비전문가들이 모여 공연을 기획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기도 했다. 공연 횟수를 거듭할수록 제작비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예산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 엠 아이>를 진행해 오는 동안,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많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계속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의 눈빛 때문이다. 물론 내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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