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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데이트 기간별 공연 예매법 [No.123]

글 |배경희 2014-01-06 4,041

데이트 기간별
공연 예매법 

연애가 제일 어렵다는 요즘의 청춘 남녀들을 위해 준비했다.
사랑의 온도를 높여줄 스마트 공연 예매 가이드.

 

 

 

For Woman

?1주일 <레 미제라블>                                                                                    
‘장 발장’과 ‘레 미제라블’이 같은 작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렇다고 그의 교양 수준 테스트를 위해 <레 미제라블>을 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공연 시간이 세 시간을 훌쩍 넘기 때문에 ‘그린라이트’인지 판단하기 좋아서다. 지루해 보이는 고전 뮤지컬을 그가 흔쾌히 보자고 하면, 일단은 그린라이트. 그건 순전히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두 시간에 가까운 1막을 보고 나서 언제 끝나나 하는 초조한 기색이 없고, 공연이 끝난 후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바래다준다면, 그는 그냥 공연이 보고 싶었던 거다. 혹시 늦은 시간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러는 거 아니냐고? 설마. 상대를 배려한다고 ‘록’ 뮤지컬인 <헤드윅>를 고르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여자 천지인 객석에서 90분 동안 트랜스젠더 모놀로그 극을 보라니. 그런데 만약 그가 당신보다 <헤드윅>을 더 좋아한다면, 여자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먼저 의심해볼 필요가….


?1년 차 <톡식 히어로>                                                                                  
남자들의 로망은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솔직히 ‘지킬 앤 하이드’를 좋아하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은 이상한 취향이지만, 여자들도 때때론 대담하게 그를 리드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근데 문제는, 그게 또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반전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특별한 날, 그날을 바로 오늘로 정했다면, 그 전에 <톡식 히어로>를 볼 것을 권한다. 앞 못 보는 금발 미녀 새라가 쑥맥 멜빈에게 뜬금없이 게임을 하자며 그의 몸을 자연스럽게 팍팍 터치하는 걸 보면, 아하, 느낌이 올 거다. 물론 그녀만큼 능청스럽게 연기하진 못하겠지만, 어설픈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 보일 테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좀 더 과감해지기 위해 팜므파탈이 주인공인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 선택은 절대 하지 않길 바란다. 공연 내내 그의 시선이 무대를 쫓는 건지 에스메랄다(의 상반신)를 쫓는 건지, 신경 쓰다보면 심사가 뒤틀려 데이트를 망쳐버릴 수 있다. 


?5년 차 <애비뉴 Q>                                                                                        
밀당이 필요 없는 안정기에 이른 커플이라면, 무조건 재미있는 뮤지컬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남자들은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인데다, 배우들이 말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이 낯간지러운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게다가 과학적인 근거에 따르면, 남자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공연을 금세 지루해하기 십상. 그러므로 오랜 커플의 뮤지컬 데이트가 즐겁게 끝나기 위해선, 공연이 웃기고 재미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발칙하지만 사랑스러운 성인용 인형극 <애비뉴 Q> 이상으로 젊은 남녀가 동시에 웃음을 빵빵 터트리는 공연을 본 적이 없다. 무게 잡는 공연장에서 좀체 들을 수 없었던 거침없는 대사를 듣는 짜릿함이란.

 

?10년 이상 <넥스트 투 노멀>                                                                     
남들이 보기엔 별문제 없이 행복한 장기 연애 중인 당신. 하지만 실상은 오랜 연애 기간 때문에 쉽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결론이 두려워서 문제를 외면한 채 그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있을 게 뻔하지만, 그러는 동안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질 거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런 커플에겐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좋은 작품이 있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는 것. 그게 바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첫 단계라는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풋풋한 감정을 되살려보려는 마음에 첫사랑 뮤지컬 <김종욱 찾기>을 보려고 한다면, 두 팔 걷고 나서서 말리고 싶다. 첫사랑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게 한국 남자들의 보편적인 성향. 공연 중 그가 딴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면, 괜히 속만 부글부글 끓게 될지도 모른다.

 

 


?

For Man      

?1주일 <위키드>                                                                                               
데이트 뮤지컬로 브로드웨이 메가 히트작 <위키드>를 예매한다면, 여자는 일단 그 센스에 반쯤 넘어갈 거다. 그런데 <위키드>를 골라야 하는 진짜 이유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라울이나 토니가 아닌 ‘엘파바’와 ‘글린다’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남자 배우가 좀 더 돋보일 수밖에 없는 장르라서 어떤 작품을 보든, 그녀의 입에서 주인공 멋있다는 감탄사를 듣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두 번은 몰라도, 그 이상의 칭찬이 계속되면 슬슬 화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데이트 초반에 그런 찌질함을 드러낼 순 없으니까,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위키드>는 보는 즐거움 또한 충분한 작품이니, 여러모로 최적의 선택. 근데 한 가지, 가끔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피에로가 단순하고, 힘세고, 여자 좋아하는, 여자들의 판타지적인 ‘남자’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1년 차 <맘마미아>                                                                                         
연애 기간별 남녀의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자의 마음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시기는 교제 기간 1년에서 2년 사이다. 연애 1년 차, 그녀의 말수가 부쩍 줄었는데, 왜 그러는지 도통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뭐가 잘못된 걸까 전전긍긍하는 대신, 그녀에게 기분 전환의 시간을 선물해 주자. 아주 신나고 경쾌한 <맘마미아!>로 말이다. 극장 지붕을 뚫고 나갈 것 같은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무대는 그녀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거다. 게다가 <맘마미아!>는 상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기에도 좋다. 결혼식 당일 결혼을 취소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꿈을 찾아 떠나겠다는 소피를, 스카이는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기꺼이 동행해주니까. 소피와 스카이가 무대 뒤로 퇴장하며 막이 내려올 때, 말없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시라. ‘네 옆엔 언제가 내가 있으니까, 어쩌고저쩌고’ 같은 구구절절한 말보다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올 거다.

 

?5년 차 <투모로우 모닝>                                                              
꽤나 장기 연애 중인 당신을 괴롭히는 문제는 ‘결혼’. <투모로우 모닝> 속 커플 존과 캣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결혼이다. 여자 친구를 사랑하지만, 단지 결혼이라는 구속이 두려운 영화감독 지망생 존. 그런 그의 사랑을 의심하는 피앙세 캣. 바로 당신 이야기 아닌가. 결혼 시기로 갈등을 겪고 있는 여자 친구와 함께 <투모로우 모닝>을 본다면, 그녀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수 있다. 골치 아픈 머리를 식힐 만한 좀 더 가벼운 뮤지컬은 없냐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해피엔딩 뮤지컬로는 <아가씨와 건달들>도 있긴 한데, 웬만하면 이 작품은 피하는 게 좋다. 남자는 결혼을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한방을 날리는 이 공연을 보고 나면, 역시 그런 건가, 하고 여자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 수 있다.

 

?10년 이상 <늑대의 유혹>                                                                           
남자가 10년 된 여자 친구를 위해 자발적으로 뮤지컬 티켓을 예매하려 한다? 그럴 리가 없다. 큰 잘못을 저질러서 여자의 마음을 풀어줘야 하는 경우가 아니고선 말이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남자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티켓 예매를 하려 한다면, 그는 아마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칠 게 분명하다. 티켓 예매 사이트를 연 다음, 곧바로 사이트 상단에 가장 큼지막하게 광고 중인 공연을 클릭한다. 하지만 이왕 점수를 따겠다고 마음먹은 거면, 여자가 뭘 보면 좋아할지 하루쯤 고민해보는 노력 정도는 하자. 선호하는 공연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라도 안전한 선택은 <늑대의 유혹>이다. 유치하게 웬 청춘 로맨스물이냐고? 익숙한 가요를 듣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물론 그것도 맞다. 그런데 그보단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상속자들>에 열광하는 세대가 고교생이 아닌 삼십대인 이유를 당신이 알면 좋으련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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