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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한국 뮤지컬 음반 2 [No.69]

글 |김영주 사진 |` 2009-06-29 6,256

뮤지컬 산업이 낳은 작은 황금알, 혹은 계륵

 

2009년 현재, 대중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은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음원을 MP3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시키거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장르 불문하고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라고 해봐야 3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뮤지컬 음반 시장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옹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관객들을 거느리고 있고, 음반 구입의 동기를 꾸준히 제공해주는 뮤지컬은 결코 가볍게 여길 시장은 아니다. 

 

 

뮤지컬 음반, 얼마나 팔릴까
국내 주요 음반사 중 뮤지컬 관련 음반 제작과 유통에 가장 많이 관여하고 있는 유니버설 뮤직의 이인섭 팀장은 “사라 브라이트만과 마이클 크로포드가 참여한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의 경우 15만 장이 팔렸다. 뮤지컬 공연의 경우에는 라이선스 공연이 투어 공연보다 잘 되기도 하는데, 음반을 구입할 때는 오리지널 레코딩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히 높다. 소니 BMG에서 나왔던 영화 <오페라의 유령> OST는 7만 장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의 판매량에 비하면 라이선스 판의 판매량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팝/클래식 음반의 경우 1만 장 판매를 기준으로 플래티넘 앨범으로 공인이 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약 2만 장이 판매된 <오페라의 유령>과 <맘마미아>의 한국 캐스트 음반이나, 각각 1만 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린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싱글 앨범과 <맨 오브 라만차>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뮤지컬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머천다이징을 통한 수익 창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비단 뮤지컬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공연 장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한국 관객의 특징이다. 관객이 공연장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것은 두 가지 경우인데, 첫 번째는 프로그램을 살 때이고 두 번째는 공연 음반을 구입할 때이다.
같은 수량을 판매했을 경우, 프로그램보다는 음반 쪽의 수익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음반의 경우 초기 제작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공을 들여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기대하고 만들 경우에 4,5천만 원 선의 기본 제작비를 감당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오페라의 유령>이나 <맘마미아>, <노트르담 드 파리>처럼 오리지널 공연에 대한 선호도와 인지도가 높아서 어느 정도 후광효과를 확신할 수 있을 경우는 그나마 불안 요소가 적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간판 레퍼토리인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의 초연과 재연을 모두 음반으로 제작했는데 이는 작품의 완성도와 롱런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을 위해 만들어지나
하지만 작품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예상할 수 없는 창작뮤지컬은 음반의 초기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창작뮤지컬의 경우 실황 녹음 방식으로 제작되는 음반이 많다. 공연 실황 앨범이라고 해도 진행 방식에 따라 제작비가 한없이 올라갈 수 있지만, 어쨌든 연주비와 스튜디오 대여비 등 몇 가지 부문에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 마음의 풍금>의 경우 공연을 시작하기 전 사전 홍보를 위해 디지털 싱글로 내놓을 4곡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을 때와, 더블 캐스팅된 배우들의 공연 실황을 레코딩해서 2CD로 만들었을 때 제작비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제작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쇼틱의 경우 이렇게 만들어진 음반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작곡가와 작사가, 프로듀서와 컴퍼니에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배우들에게는 간혹 가창료가 지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공연 계약금 안에 포함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창작뮤지컬 제작사들은 수익에 대해서는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쇼틱의 담당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을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반을 통해서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더 오래 기억하고, 애착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종연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무대에 올려졌을 때 예전 공연을 보고 음반을 구입했던 관객들이 재관람을 하거나, 음반을 통해 작품을 처음 접한 청자들이 미래의 관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황 녹음이든 스튜디오 레코딩이든 간에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 음반의 가장 특이한 점은 더블 캐스트인 배우들이 모두 녹음에 참여를 한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수십 번씩 공연을 관람하는 열성 팬들이 있지만 뮤지컬 음반이 만들어지지 않는 작품도 있다. <쓰릴 미>의 경우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작품에 참여한 많은 배우들과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마이 스케어리 걸>로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을 내놓은 뮤지컬해븐의 안샘 과장은 “음반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곡이 잘 나와 주기도 했고, 컴퍼니의 첫 창작뮤지컬이니만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이 났다. 스태프와 연주자들 모두 금전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음반 제작에 참여해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우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냥 음반 녹음이 아니라 뮤지컬이기 때문에 스튜디오 안에서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대사를 하면서 연기를 하기도 했고, 공연과 레코딩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2회 공연을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레코딩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 하는 것은 뮤지컬 음반을 제작할 때 부딪히게 되는 딜레마 중 하나다. 유니버설 뮤직의 이인섭 팀장은 특히 화제작의 경우, 최소한 공연 오픈에 맞춰 음반이 발매되는 것이 홍보 마케팅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을 하게되는 맹점이 있다. 공연 기간 중에 녹음을 할 경우에는 <마이 스케어리 걸>이 겪은 것과 같은 어려움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질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의 한국판 음반을 낼 때 계약조건은 제작사마다 다르다. 가령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일 경우, RUG 안에 음반과 악보의 해외 판매를 관리하는 계열사가 따로 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라이선스 음반을 낼 때는 세계 어디서나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그들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해외 공연의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과정은 어떨까? 이 경우는 작품의 국내 공연권을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와는 별개로 원 제작사와 다국적 음반회사의 계약관계에 따라 진행된다. 일반적으로는 유통을 맡고 있는 음반회사와 국내 공연을 진행하는 제작사가 협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음반회사와 뮤지컬 제작사 모두 뮤지컬 음반이 가장 잘 팔리는 곳은 공연장이라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음반 시장이 위축되기 전 레코드숍이 많았던 시절에는 공연장과 레코드숍에서의 뮤지컬 음반 판매 비율이 6대 4 정도였는데, 현재는 8대 2 정도로 공연장 쪽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막이 내린 후 관객들이 극장을 빠져나가면서 뮤지컬 음반을 구입하는 판매량만 보아도 그날 공연의 완성도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관객들은 객석에서의 벅찬 감동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는 욕심에 눈앞에 보이는 음반을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좀더 시간이 지나면 ‘어서 집에 돌아가서 멜론이나 엠넷뮤직에서 다운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어렵잖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 음반 제작이 앞으로 늘어날지, 줄어들지 예상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어느 제작사보다도 충실하게 뮤지컬 음반을 만들어왔던 서울예술단은 지난 3년간 음반 제작을 중단하고 디지털 싱글을 내놓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통을 책임질 거대 음반사와 함께 음반을 제작하는 경우가 아니면 공연 기간 외에 판매처를 찾을 수 없다는 중소규모 제작사의 고민도 디지털 음원이라면 해결된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네이버 블로그,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뮤지컬 넘버가 판매될 경우, 당장의 수익도 좋지만 그로 인해 작품이 노출될 기회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원 판매의 경우 수익의 상단 부분을 대행사 측이 가져가게 된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69호 2009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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