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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ZOOM IN] 제4회 국제뮤지컬워크숍 [No.83]

글 |이민선 사진 |박인철 2010-09-07 5,216

제4회 국제뮤지컬워크숍
노래와 연기의 조화, 뮤지컬 배우의 갈증을 해소시키다

 

드라마와 음악이 한 몸인 뮤지컬에서, 연기와 노래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물으면 당연한 대답이지만 둘을 조화시켜 모두 다 잘하는 것이 최고이다. 하지만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가 상충하는 경험을 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에 대한 처방전을 안겨 주고자 멀리 뉴욕에서 두 선생님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홀쭉이와 뚱뚱이 콤비의 강의는 뉴욕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통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국제뮤지컬워크숍이 지난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엿새 동안 충무아트홀에서 열렸다. 한국뮤지컬협회와 청강문화산업대학, 충무아트홀이 주최한 이번 워크숍에는 뉴욕대학교 보컬 퍼포먼스학과에서 강의 중인 윌리엄 웨스브룩스와 브라이언 길이 강사로 초청되었다. 오전 시간(10시~12시)에는 배우 지망 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오후 시간(1시~6시)에는 기성 배우들을 위한 수업이 이어졌다.
청강문화산업대학 이유리 교수는 “뮤지컬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전문 창작자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함을 느껴, 해외 강사진을 초청한 국제뮤지컬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행해지고 있는 이 워크숍이 이제는 어느 정도 연례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었다. 지난 두 해 동안 웨스트엔드에서 활동 중인 샘 케니언을 초빙했고, 올해에는 브로드웨이에서 온 두 강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보컬 교육을 진행했다. 윌리엄 교수는 연기에 중점을 둔 보컬 강의를 진행하는데, 노래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브라이언 교수와 콤비네이션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두 교수가 진행하는 뉴욕대학교 수업 방식을 그대로 워크숍에 적용하게 되었다.

 

 

INTRODUCTION
두 교수가 뉴욕대학교에서 하는 일은 학생들이 배우로서, 가수로서 조화로운 작업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노래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호흡에 대한 강의로 워크숍의 포문을 열었다. 브라이언 교수는 수강생들을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게 하여, “다리를 어깨 너비 정도로 벌리고, 실이 정수리를 당기는 듯이 꼿꼿이 서서 배꼽 아래에서부터 나오는 호흡을 유지하라”고 했다. 호흡은 목소리가 나오는 원동력이 되므로, 가슴 윗부분이나 옆구리를 팽창시켜 충분한 공기를 내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도록 지도했다.
기본적인 설명이 끝난 후에, 뉴욕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수학 중인 한국인 학생 두 명이 각각 노래를 하였다. 공에스더 학생은 <인어공주>의 ‘Part of Your World’를 불렀고, 신혜지 학생은 <레 미제라블>의 ‘On My Own’을 불렀다. 각자의 노래가 끝나자 브라이언 교수는 호흡과 공명의 정도, 소리가 어디에서 어디로 나아가는지 등을 질문하며 학생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쳐나가도록 했다. 윌리엄 교수는 노래 속에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끌어내어 자연스럽게 감정 전달력이 향상되게 만들었다. 뉴욕대 학생들의 시범으로, 앞으로의 강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있었다. 첫 수업 이후에는 두 그룹으로 분반, 연기 지도와 보컬 지도로 나누어 좀 더 집중적인 강의가 이루어졌다.

 

ACTING THE SONG
윌리엄 교수는 노래를 통해 ‘연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강의를 진행했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는 스스로 극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상황을 온전히 믿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문제를 가진 주인공이 있고,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엔 방해물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를 얻어낼 상대, 상대에게서 얻어낸 목적, 이 세 가지가 이야기의 요소라는 설명을 하고, 개인 레슨을 위해 배우들에게 각자 준비해 온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조순창이 <몬테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불렀다. 그의 노래 후에 강사는 누구에게 하는 노래인지, 그들이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물었다.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지만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한 가지 감정 말고도, 상대가 용서를 빌기 바라는 마음과 왜 그랬는지 묻고 싶은 마음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런 유의 노래들은 배우가 분노한 채 소리 지르며 부르는 덫에 걸리게 만든다며, 윌리엄 교수는 반대로 화를 참아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최면을 걸 듯이, 턱에 힘을 빼고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요구했고, 조순창은 같은 곡을 다시 불렀다. 그의 행동과 표정은 처음보다 차분했지만 오히려 더 무서워 보였다. 노래가 끝나자 강사 역시 “굉장히 파워풀했다”며 동료들의 느낌을 물었다.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듯한 모습이 처음보다 더 위험해보였다든가, 지금의 억누른 감정이 더 큰 폭발력을 가진 듯이 보였다는 의견이 오갔다. 노래한 배우 스스로도 “처음에는 가사를 인지하지 못하고 불렀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더욱 명확해졌다”며 변화에 놀라워했다.
윌리엄 교수는 배우들에게 상황을 연기하지 말고, 그저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머릿속에 정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원하는 것을 위해 노래하다보면 저절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는데, 관객들은 후자의 경우를 진짜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의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배우들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며 “진실하게 보이려면 현실의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강의를 들은 강필석은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서 과도한 힘을 내뿜지 않고도 더 큰 에너지로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 수업이 인상적이었다”며 흥미를 보였다.

 

 

SINGING THE SONG
브라이언 교수는 보컬 지도 첫 수업에서 가창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이론 설명을 했다. 호흡, 발성, 공명, 조음에 대한 설명은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사진과 음성,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이해를 도왔다. 횡격막과 흉부의 움직임으로 호흡하는 법, 공기로 성대를 진동시켜 발성하는 법, 조음을 통해 전달력을 높이는 법과 고음역대에서 이루어지는 파사지오 전략까지 설명했다. 양준모의 추천으로 수강한 최현주는 “새로운 이론도 배우고 이전에 배운 내용을 상기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더 과학적이고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진 개인 레슨에서 먼저 노래를 준비해온 사람은 박혜나였다. 그녀는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를 불렀다. 브라이언 교수는 좋은 소리를 내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었다. 먼저 입술 사이를 손으로 막고 소리를 내면 호흡 조절과 공명 유지가 가능하다. 또한 입술 양쪽에 양손을 대어 소리가 옆으로 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습관을 갖도록 했다. 그의 지도에 충실히 따르자 그녀의 소리는 확연하게 달라져,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른 배우들은 안정감 있고 풍부해진 소리에 만족감을 표하고, 가창 실력이 향상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박수로 격려했다. 브라이언 교수도 개인 레슨 내내 ‘great’, ‘beautiful’, ‘excellent’를 연발하며 수강생들을 고무시켰다.
낮은 음으로 시작하여 고음으로 진행되는 노래의 경우, 낮은 소리에서 공명이 부족한 채 목을 누르는 소리를 내면 좋은 고음으로 옮겨갈 수가 없다. 그런데 낮은 음역대에서는 말할 때와 같이 울림이 적은 소리를 내기 쉽다. 저음에서부터 울림에 치중하여 충분히 목을 연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고음에서 시작하여 저음으로 내려오는 발성을 한 후에 노래를 시작해보라는 강사의 말에 따르니 신기하게도 충분한 공명으로 저음을 낼 수 있었다. 저음의 공명을 유지하면 힘을 덜 들이고도 안정적인 고음을 낼 수 있고 목에 힘을 주어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닌, 벨팅(Belting)이라고 불리는 창법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MINI INTERVIEW
Q :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본 소감은?
브라이언 : 적극적으로 강의에 임해서 좋았다. 한국 배우들은 호기심 많고 재능 있고 자신을 시험해보기를 즐겼다.

Q : 이번 워크숍의 강의 목표는 무엇인가?
윌리엄 : 노래와 연기, 각각에 연연하지 않고 호흡 훈련을 통해 노래와 연기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Q : 뮤지컬 배우들에게 연기의 요점을 알려준다면?
윌리엄 :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들은 다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에 상상하는 이야기에 자기 자신을 넣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Q : 강의 내내 공기의 흐름과 소리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강조했다.
브라이언 : 그것이 목에 부담 없이, 힘들이지 않고 좋은 소리를 내는 방법이다. 공기가 충분하고, 그것이 정확한 공간에 위치할 때 건강하게 노래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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