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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 소품의 세계 - 소품디자이너 4인에게 듣다(2) [No.85]

글 |정세원 사진 |정세원 2010-11-04 7,007

소품은 무대 위에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모든 것이다 임희정
올해로 6년차 소품디자이너인 임희정이 무대에 발을 디딘 것은 14년 전의 일이다. 소품디자이너를 꿈꾸며 무대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가 처음으로 택한 일은 무대 장치, 기술 운영 파트였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여자로서 할 수 없을 일”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공연 제작사 쇼텍라인의 기술 팀에 소속되어 <델라구아다>, <미녀와 야수>,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등의 무대 운영을 하던 중에 소품 팀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소품 디자인에 뛰어들었다.

 

Q 소품 디자인에 매력을 느낀 까닭은?
▶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큰 공간을 설계하는 일보다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일에 훨씬 더 끌리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소품을 만드는 디테일한 작업, 기술적인 부분에 흥미가 있었다. 소품은 여러 가지 재료를 다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마다 컨셉이 다르고 다양하니 그 무대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세팅을 해야 한다. 시대적 배경, 캐릭터 등에 맞춰 완벽하게 세팅되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Q 소품디자이너로서의 첫 작업은?
▶ <아이 러브 유>와 <피핀>. <피핀>은 갑옷, 투구 등 소품이 너무 많아서 고생을 했다. 기존의 디자인을 그대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모든 소품들이 밥 포시의 안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노하우도, 경험도 없었던 터라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쇼텍라인 소속이기 때문에 의상 팀과 특수기술 팀 등의 도움을 받아 빨리 정리할 수 있었다.


Q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디자인 스타일이 있다면?
▶ 좋아하는 스타일이 분명히 있지만 작품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의 포기하는 편이다. 굳이 스타일을 발휘한다면 마지막에 데코레이션 할 때 무조건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소품은 튼튼한 내구성이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결과물도 중요하다. 다른 팀과는 확실히 구분을 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공연이 올라간 이후에도 가져와서 끝까지 데코를 하고 마감한다. 장치를 하나라도 더 달아서라도 진짜처럼 보이게. 


Q 대본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 확실한 공간에 대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들의 액팅 소품은 연습이 진행되는 과정에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Q 고생해서 작업한 소품들을 공연 후 제작사로 떠나보낼 때 많이 아쉽겠다.
▶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다. 파손되지 않게 정말 열심히 패킹한다. 기술적인 고민을 많이 한 소품들도 그렇지만 이번에 작업한 <오페라의 유령> 의상 장신구들은 재료 하나하나가 모두 고가다. 발레 걸들이 쓰는 왕관과 화관, 각종 모자, 가면들… 다른 공연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비싼 소재들로 만든 것들이라 보내기 정말 아쉽다.


Q 소품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 공간에 대한 이해와 칼라를 보는 감각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그걸 알지 못하면 제아무리 손재주가 있어도 발전이 없다. 작품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의 팀워크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Q 소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모든 것이다. 때로는 의상인지, 무대인지 소품인지 구분이 안 가는 품목도 많지만, 공연 중에 배우들이 손에 들고 나오는 것들, 이동식 가구들, 무대 세트에 장식되어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소품이다.

 

프로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공간연출과 졸업
<브로드웨이 42번가>(09~10), <궁>(10), <서편제>(10),
<세미라미데>(10), <멋진 인생>(10), <로맨스 로맨스>(10),
<아이러브유>(04~10),
<헤어스프레이>(09), <영웅>(09), <오페라의 유령>(09),
<주유소 습격사건>(09), <자나 돈트>(09), <캣츠>(08),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08), <난타>(08), <컴퍼니>(08),
<마법천자문>(08),
<뷰티풀 게임>(07), <컨페션>(06~07), <텔미 온 어 선데이>(07),
<해어화>(07),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07), <스핏 파이어 그릴>(07),
<피크닉>(07), <컨츄리보이 스캣>(07), <에비타>(06), <더 문>(06),
<알타보이즈>(06), <언약의 여정>(06~08), <프로듀서스>(06),
<피핀>(05),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04~07) 외 다수

 

 

소품은 무대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그림이다 임정숙
무대 세트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싶었던 임정숙이 소품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된 데에는 국립극장 무대 팀에서 만난 김미경 제작감독과의 인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7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연극 <갈매기>를 통해 소품디자이너로 이름을 올린 그녀는 작품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연출가 까마 긴까스의 세심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는 소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임정숙 디자이너가 무대에 욕심을 내게 만들었고, 언젠가 자신이 상상하는 꿈의 무대를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품 디자인은 그 무대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소품이야말로 무대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Q 소품 디자인의 매력은?
▶ 우선은 난 무대를 정말 사랑한다. 무대 위에 있는 게 좋다. 뮤지컬에서 소품의 영역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나는 세트는 미니멀하고 <제방의 북소리>나 태양의 서커스의 <카>처럼 소품, 헤어, 의상이 더 돋보이는 무대를 지향한다.


Q. 소품 작업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 무대 전체 그림과 어울리는 걸 봤을 때, 배우와 잘 어울릴 때, 세트 소품도 빈 곳 없이 무대를 꽉 채우고 있을 때. 공연 중에 배우들이 소품을 다 가지고 나가야만 안심이 된다. 내가 늘 상주해서 챙겨줄 수 없기 때문에 귀찮을 때까지 인지시킨다.


Q. 소품을 제작할 때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만약 토지 계약서라면 토지 계약서라고 로고 박고 정확한 서식대로 내용을 채우고 사인도 해둔다. 객석에서 보이지 않을지라도 디테일하게 하고 싶다. 또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색감이 예뻐야 한다. 앞으로 무대 세트는 점차 단순해지고 소품이 세트의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필요한 재료들을 직접 구입하러 다니는 것은 내 머릿속에 담겨 있는 디테일한 디자인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Q. 소품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소품이 무대의 그림을 완성하고, 배우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때문에 손재주가 있고 꼼꼼한 사람이 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 또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 극장에 있는 게 행복한 사람이 하면 더 환영이다. 소품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와 상상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Q. 해보지 않은 작업 중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뮤지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음악과 사람의 움직임을 이용한, 악기와 사람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음악극 작업을 해보고 싶다. 체코의 마리오네트와 비슷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디테일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사람만한 인형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 태양의 서커스에서 작업하는 디테일한 헤어, 의상 작업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Q 소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다른 파트에 비해 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생각하는 소품이지만, 나는 그것이야 말로 무대를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태양의 서커스의 무대처럼 말이다. 세트에 들어가는 그림과 장식, 술병, 책 등 전체 그림을 마무리하는 것은 소품이다. 배우를 완성하는 것도, 세트를 완성하는 것도 모두 소품의 힘이다. 마치 없어도 될 것처럼 느껴지는 ‘작은 물건’이라는 의미의 용어는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도 싶다.

 

프로필
상명대학교 무대디자인과 졸업
<락 오브 에이지>(10), <잭 더 리퍼>(10), <맨 오브 라만차>(10),
<드림걸즈>(09), <그리스>(09~10), <올 슉 업>(09~10),
<지킬 앤 하이드>(09), <지저스 지저스>(08),
<토마스와 친구들>(07), <스펠링 비>(07) 외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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