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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 소품의 세계 -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소품의 비밀 [No.85]

2010-11-04 5,136

드라마와 음악, 배우에 가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소품(小品), 크기가 작다고 그 기능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거나,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는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때로는 공연을 기억하는 키워드로 평생 관객의 마음속에 남겨져 있기도 한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소품의 숨은 이야기를 알아본다.  

 

이거 리얼이야!

 


 

 

 

 

 

 

 

 

<쓰릴 미> 타자기와 담배
‘나’와 ‘그’의 인생을 건 계약서를 타이핑하는 타자기는 사용이 가능한 진짜 물품이다. 2007년부터 쓰던 타자기의 키가 고장이 나 2010년 새 시즌에 새로운 타자기를 구입, 이후 소품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오래되어 보이도록 하는 미술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그’가 그렇게 멋지게 피우는 담배, 역시 진짜 담배다. 특히 시대적 요소를 충분히 살리려는 이번 시즌의 연출 의도에 따라 시가와 비슷한 색깔의 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담배보다 조금 독한 담배이긴 하지만, ‘그’를 맡았던 배우 대부분이 흡연자라 한 회당 6~7개비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 빵과 달걀프라이
느닷없이 들이닥쳐 아빠와 형을 데리고 간 조합원들 때문에 정신없는 빌리네 아침 시간, 배가 고팠던 조합원 브레이스웨이트가 홀딱 타버린 달걀프라이와 베이컨을 끼워둔 빵에 엄청난 양의 흰 가루를 뿌리고 우걱우걱 먹어버린다. 계란프라이와 베이컨이 까맣게 타버린 효과를 내기 위해서 계핏가루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분이 뿌린 엄청난 양의 가루는 바로 소금!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빌리 할머니의 말씀, “나라면 절대 그 토스트 안 먹는다.” 이렇게 회당 12~13장의 빵과 1개의 달걀, 4조각의 베이컨을 사용한다.


<스팸어랏> 코코넛 껍질
아서왕과 시종인 팻시가 힘차게 말을 타고 들어오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말은 없고 말발굽 소리만 요란한 <스팸어랏>의 첫 장면. 이 말발굽 소리를 맡고 있는 것은 코코넛 껍질이다. 실제 코코넛 속을 파내고 말려 제작된 이 소품은 기본적으로 약한 재질인데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의 여정 내내 말발굽 소리 효과를 내야 하다 보니 잘 깨져서 아예 해외 팀에서 한 박스를 보내왔다고.

 

<카페인> 커피와 와인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의 사랑의 주된 소품인 ‘커피’와 ‘와인’은 실제 커피와 와인이다. 극중 바리스타라는 직업 특성상 실제로 커피를 능숙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여주인공은 실제 바리스타에게 주 2~3회씩 한 달 정도 수업을 받는다. 이렇게 익힌 솜씨는 카푸치노와 아이리쉬 커피를 만드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커피와 와인은 모두 협찬을 받는다.

 

<스위니 토드> 파이
2막 첫 장면에 나오는 ‘인육 파이’가 진짜 인육이라고? 그럴 리 없고, 극 중 배우들이 먹는 파이가 진짜 파이였다. 국내 유수의 호텔 베이커리 파티셰였던 배우의 팬을 통해 제작사에서는 재료비를 부담하는 방법의 협찬으로 회당 따끈따끈한 파이 42개를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극 중 배우들이 맛있게 먹던 파이는 진짜 맛있는 파이였던 것이다. 

 

우와, 명품이 따로 없네

 

 

 

 

 

 

 

 

 

 

 

 

 


<맘마미아> 파란색 배경막
그리스 산토리니의 돌벽의 효과를 주는 이 배경막은 재봉 작업이 없는 한 피스짜리 천으로 공수된 것이다. 일단 이만한 크기의 천도 구하기 힘들 뿐더러, 그 위에 페인팅을 한 일종의 무대 세트로 총 제작비가 1억 원이다. 한번은 연습을 하던 배우가 막 사이로 넘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모든 스태프들이 달려가서 천이 괜찮은지, 안 찢어졌는지를 확인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종이
토마스와 앨빈의 추억의 스토리가 펼쳐질 때마다 던져져 무대를 채우는 ‘종이’는 일반 종이가 아니다. 높이 던졌을 때, 넓게 퍼지면서 스르륵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가벼운 재질을 고르고 또 골라 찾은 ‘라이트 크라프트지’다. 6,000원짜리 A4 500장 묶음을 기준으로 일반 A4 1장이 12원 정도라 할 때, ‘라이트 크라프트지’는 장당 120원 정도로 한 공연당 무릎 높이의 묶음으로 세 묶음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비싼 종이다 보니 막이 내리면 스태프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종이를 줍고 정리하는 것이다. 너무 구겨지거나 찢어진 것은 버리지만 나머지는 재활용한다. 

 

<시카고> 타조 깃털 부채
길이 90cm, 폭 1m인 이 부채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타조 깃털로 만들어진 것이라 사용과 보관에 유난히 조심하는  소품이다. 부채를 보관하는 박스를 따로 제작하여 부채를 하나씩 쌓고, 흔들림이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스펀지를 채운 후 방습제를 넣어 보관한다. 깃털만 여분으로 준비되어 있어 공연 중 깃털이 빠지는 경우 여분의 깃털로 보수한다. 부채 하나당 70만 원으로 총 16개에 1,120만 원짜리 소품이다.

<아이다> 누더기 망토
형형색색의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암네리스 공주의 의상보다 더 비싼 의상이 바로 아이다의 ‘누더기 망토’다. 이는 ‘Dance of Robe’ 장면에서 이집트의 노예가 된 누비아의 백성들이 아이다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씌워주는 망토로 가격은 제작 당시 비용이 800만 원, 작품 내에서 개별 단품으로도 가장 비싼 의상이다. 각기 다른 실크 원단을 조각내 패치워크를 하고, 그 위에 장식을 단 것으로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의상은 2005년 공연 당시 미국 의상감독이 고가의 옷이라 여유 의상 없이 단 한 벌밖에 보낼 수 없었다며, 소중히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오우, 으스스해요.

 

<잭 더 리퍼> 시체
다니엘이 글로리아를 살리기 위해 시체에서 장기를 꺼내는 장면에 등장하는 시체는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더미(Dummy)이다. 성인 남자 혼자 들기에도 벅찰 정도로 무게감이 상당한 이 소품은 사람의 모양 그대로라 옆에만 있어도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느낌을 주어서, 공연을 위해 운반하는 일 외에는 스태프나 배우들은 평소에도 옆에 가기 싫어한다고 한다.


 

 

 

 

 

<톡식 히어로> 절단된 팔다리, 척추뼈
멜빈이 톡시가 된 후 세진 힘으로 악당의 팔과 다리를 뽑는 장면에 등장하는 절단된 팔다리 소품은 웃음을 주기 위한 극의 전반적 분위기에 맞춰 사실성을 낮췄다. 무엇보다도 휘두르고 던지는 장면이 많다보니 질량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우레탄 스펀지를 재료로 한다. 중앙에 플라스틱 파이프를 심고 스펀지로 마감해 만든 뼈를 심고 붉은색을 입혀 멀리서 봤을 때는 영락없는 뽑힌 팔다리의 모형이다. 무시무시한 모습과는 달리 푹신하다. 특히 톡시가 척추 드럼을 치는 장면에서 척추는 EVA라는 유연성과 견고한 재질의 스펀지로 제작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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