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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베스트 신 [No.85]

정리| 배경희 2010-11-04 4,391

DIRECTOR`S CHOICE 베스트 신

이번달 <더뮤지컬>이 선정한 네 작품의 연출가들이 말하는 내가 뽑는 최고의 장면

 

 

<빌리 엘리어트> Solidarity
>> 황재헌 연출

주저 없이 ‘솔리대리티(Solidarity)’를 꼽겠다. 빌리가 발레 교습소에서 발레 수업을 받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파업 중 광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외부 상황, 개인과 사회라는 두 세계 이상의 시공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뉴욕에서 처음 <빌리 엘리어트>를 봤을 땐 이 장면에 말 그대로 감탄했다. 또한 ‘솔리대리티’는 드라마, 안무, 음악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녹아있어서 완벽한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이 장면은 노래나 춤, 연기를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장면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부분적으로 치우치면 이 장면은 실패라고. 나중에 들어보니 이 장면은 어느 누구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스티븐 달드리, 리 홀, 피터 달링, 이 세 명의 스태프가 똑같은 에너지로 똑같이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 연출력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자 스태프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낼 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훌륭한 교본이라고 생각한다.

            

 

<톡식 히어로> Top Secret
>> 이재준 연출

트로마빌 시의 환경을 망치고 있는 폐기물의 비밀을 알게 된 멜빈이 비밀문서를 들고 시장을 찾아가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가장 좋다. 구성도 구성이지만 그 장면에서 오만석(멜빈)과 김영주(시장)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다.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화와 호흡이 짜릿할 정도로 들어맞아 연기를 진짜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주가 고개만 살짝 돌려도 관객들은 웃는데, 그건 관객들이 충분히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웃음이 터지는 부분은 시장이 내일 아침에 오면 고용해주겠다고 멜빈을 타일러 돌려보내려 할 때다. 멜빈이 뭐로 고용할 거냐고 물으면 김영주가 “어…, 뭐지? 고,공무원?”이라고 답하는데, 이때 객석에서 정말 ‘팡’ 하고 웃음이 터진다. 그냥 입으로 하는 대사가 아니라 정말 시장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웃긴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할 것 하나 없어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장면을 배우들의 힘으로 아주 잘 살려내서 고맙고 감사한 장면이다.

            

 

<카페인> 사랑의 묘약
>> 성재준 연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2~3 장면 정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사랑의 묘약’이 제일 애착이 가는 신이다.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신이기도 하고. ‘사랑의 묘약’은 사랑에 대해 각각 다른 정의를 내리며 카페 게시판을 통해 신경전을 벌이던 바리스타 세진과 소믈리에 지민이 첫 대면을 하는 장면이다. 이 곡을 부르기 전까지는 솔로 신으로만 가다가 세진과 지민,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부딪히는 신이라서 초반에 공연을 끌고 가는 큰 힘이 실리는것 같다. ‘사랑의 묘약’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곡인데, 처음에는 조금 과장되게 오페라틱한 곡으로 쓸 생각도 있었다. 작곡가하고 이야기하면서 라틴풍으로 바뀌었고 <카페인>에서 유일하게 큰 안무 신이 됐다. 이 장면에서 서병구 선생님의 안무도 좋았고, 두 사람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 좋아한다.

           

 

<락 오브 에이지> 상처만 남겠지
>> 왕용범 연출

‘상처만 남겠지’는 2막 후반에 드류, 쉐리, 레지나, 허츠, 프란츠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채  부르는 곡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인물들이 같은 심정이 되어 노래를 부른다. 억지로 동선을 맞추지도 않고 그냥 각각의 자리에서 핀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고민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힘인 것 같다. 이 장면을 좋아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크다. 상처 받은 사람은 보통 외로운 법인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합창을 하니까 위로가 되더라.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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