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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Adieu, Mr. Phantom [No.89]

글 |배경희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2011-02-25 5,451

팬텀이 흰 가면만 남기고 떠난 것처럼, 8년 만에 우리 곁을 찾아온 <오페라의 유령>이 하얀 가면의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다시 떠났다.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쉬운 대로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한 지난 1년 2개월을 추억해 보자.

 

 

 사진으로 보는 <오페라의 유령>의 지난 날들

 

2008년 11월 오디션 시작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8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5개월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오디션이 진행됐고,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됐다.

 

 

 

 

 

 

 

 

 

 

 

 

 

 

 

 

 

2009년 5월 4일 제작 발표회
공연 개막 4개월 전인 2009년 5월 4일 오후, 많은 언론의 관심 속에서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은 특히 새로운 크리스틴 최현주를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최현주에 대해 알려진 정보라곤 ‘극단 시키에서 크리스틴을 연기한 바 있는 배우’라는 것이 전부여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2009년 봄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2010년 공연 마케팅의 눈에 띄는 변화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서 2008년 겨울부터 미투데이를 통해 관련 소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고, 2009년 봄에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2009년 9월 21일 서울 공연 개막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서울 공연 오프닝나이트. 이날 행사에는 2005년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에서 팬텀을 맡아 국내 관객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있는 브래드 리틀이 참석해 배우들을 격려했다.

 

 


2010년 9월 11일 서울 공연 종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년간 장기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33만 관객 동원, 270억 매출’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설도윤 프로듀서는 “신종 플루, 천안함 사건 등 유난히 악재가 많았지만 공연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일 없이 4백 회가 넘는 공연을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어 다행이고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2010년 10월 21일 대구 공연 개막
2009년 10월, 대구 공연 개막을 앞두고 열린 제작 발표회 겸 콘서트가 열렸다. <오페라의 유령>이 지방 공연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구계명아트센터에서 10월 21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두 달 동안 총 90회 공연을 했다.

 

 

 

2010년 9월 17일~19일 스페셜 갈라 콘서트 개최
서울 공연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 갈라 콘서트 ‘더 뮤직 오브 더 나이트’가 샤롯데씨어터에서 9월 17일부터 19일, 3일 동안(총 4회) 열렸다. 주연 배우들이 출연했고, 브래드 리틀, 박은태, 김선영, 조정석, 정선아가 게스트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2011년 1월 3일 대구 공연 종료
대구 공연장인 대구계명아트센터 공연장 로비. 대구 공연은 공연 기간 두 달여 만에 12만 관객 동원을 기록해 대구에서 역대 가장 많은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고 지방 공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페라의 유령>을 떠나보내며

 

 

PHANTOM  팬텀

 

+  윤영석                                                                                              
작품을 마치고 나서 알게 된 캐릭터의 이런 면 > 복잡하게 생각했던 팬텀의 이면은 의외로 단순했다. ‘다정한 말조차도, 연민조차 없었지’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상대가 연민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나아가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틴이 가장 원망스러웠던 순간 > 크리스틴은 한번도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팬텀의 표현 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그에게서 도망치려 하고, 그럴수록 팬텀은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한다. 마지막에는 라울의 목숨으로 그녀의 사랑을 흥정하고 구걸하는데, 이때 크리스틴은 무릎을 꿇고 라울을 살려달라고 애걸한다. 그런 크리스틴을 바라볼 때 너무나 절망스럽고,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원망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날 시험하지 말고, 선택해!”라는 대사를 하기 전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를 때이다.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일 > 테크 리허설을 할 때였다. 2막의 극중극 ‘돈주앙’에서 리허설을 끊고 가기로 했는데, 중단 없이 곧바로 파이널 레어로 넘어가는 거다. 허둥지둥 한 손엔 면사포를, 다른 손으로는 크리스틴을 붙잡고 무대로 나가 그녀를 내동댕이치는 순간, 연습이 중단됐다. 그와 동시에 (김)소현이와 나는 서로를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 둘 다 초연 때와 똑같은 타이밍에,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고 서있던 거다. 아무리 그리웠던 팬텀이었다고 해도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서로 한참을 웃었다. 반면 가장 끔찍했던 일 > 일어나면서 목 상태부터 점검해야 하는 부담감과 긴장. 또 공연을 하기 전후, 나 자신을 비우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  양준모                                                                                                   
작품을 마치고 나서 알게 된 캐릭터의 이런 면 > 아직까지도 내일이 되면 팬텀으로 무대에 설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나에게 무척 소중한 작품인 만큼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기에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뮤지컬> 5월 호에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일 > 약 20개월을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하면서 두 번의 크리스마스와 두 번의 새해를 맞이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20대의 마무리와 30대의 시작을 함께했으니까. 반면 가장 끔찍했던 일 > 특수 분장 트러블로 인해 피부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을 시작했는데 매 공연 후 벗겨지고 진물 나는 피부를 매 공연 후 아내에게 보여준 것이 제일 마음 아팠다.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 팬텀을 멋있게 만들어준 분장 팀 민정이와 승환이 형에게 감사하다. 굉장히 까다로운 팬텀 분장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서로의 얼굴에 연습하는 프로 정신을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두 시간 이상 걸리는 분장 시간이 한 시간 남짓으로 단축되더라. 두 사람을 <오페라의 유령> 팬텀 분장 최단 기록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올려주고 싶다.

 

 

CHRISTINE  크리스틴

 

+  김소현                           

작품을 마치고 나서 알게 된 캐릭터의 이런 면 > 마지막 날 마지막 회 공연, 팬텀에게 반지를 돌려주고 그와 영원히 작별하는 장면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팬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나도 모르게 쓰다듬었다. 그때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던지. 작품이 끝나는 그날 더 깊이 크리스틴을 느끼고 보냈던 것 같다. 팬텀을 향한 그녀의 깊은 사랑을....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일 > 나를 데뷔하게 해준 작품이고, 사람들에게 나를 알려준 작품이고, 가장 사랑하는 역할이고, 8년 만에 다시 하는 역할이자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크리스틴이었다. 오디션 공고를 본 그 순간부터 며칠 전 대구 공연이 끝나던 그날까지 공연 때는 물론이고 공연이 없는 날에도 긴장을 놓지 않으려고 초긴장 상태로 지냈다. 재미있었다기보다는 매 순간 행복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오페라의 유령>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 나에게는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공연 자체가 큰 선물이다.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 설도윤 대표님, <오페라의 유령> 속편 <러브 네버 다이즈> 시켜주세요. 하하하. 대표님께 여러 가지로 감사, 또 감사드린다. 소중한 경험을 두 번씩이나 하게 해주셨다. 영원히 잊지 못할 2001년, 그리고 2010년, 감사합니다.

 

+  최현주                                                                                            
작품을 마치고 나서 알게 된 캐릭터의 이런 면 > 크리스틴은 팬텀이 깨달은 진정한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반지를 돌려주러 오는데 이 장면은 보는 사람들마다, 연기하는 배우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팬텀이 크리스틴에게 준 반지는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팬텀이 비록 비뚤어진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해 왔지만 그 대상과 방식을 제쳐두고라도 그가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순수했기 때문에 반지를 돌려줌으로써 그 감정을 지켜주려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일 > 엠티! 공연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서울 공연 기간 중에 갔다 온 엠티는 정말이지 즐거운 추억이다. 발레리나들이 걸그룹을 패러디한 `처녀시대`의 축하 무대 또한 잊을 수 없다. <오페라의 유령>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처음 본 뮤지컬이자 데뷔작이어서 평소에도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 <오페라의 유령> 덕분에 고국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에게 <오페라의 유령>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 <오페라의 유령> 팀에는 예쁜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다. 협력 안무감독인 노지현 선생님이다. 맥 지리로도 공연을 하셨고 모든 역할의 안무를 다 아시기에 대구 공연 중 몸이 안 좋아 공연을 못하게 된 발레리나를 대신해 공연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날 무대 위에서 그녀를 보고 정말 놀랐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나이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최강 동안 인정!

 

 

RAOUL  라울


+  정상윤                                                                                               
작품을 마치고 나서 알게 된 캐릭터의 이런 면 > 내 생각에 라울은 정이 있고, 유머가 있는 귀족인 것 같다. 그런데 크리스틴을 처음 만나는 분장실 장면 외에는 심각하고 진지한 장면 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분장실 장면에서라도 좀 더 유머러스해 보이도록, 극단적으로 말해 헐렁해 보이도록 해보고 싶었지만 라이선스 공연이라 그냥 생각으로만 그쳤다.(웃음)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일 > 작년 봄, 배우들끼리 한번 뭉치자고 해서 1박 2일로 엠티를 간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걸 한 건 아니고 엠티에서 흔히 하는 조별 게임이나 장기 자랑을 하고 놀았는데 재밌어서 웃다 죽을 뻔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재밌었던 일은 정말 많지만, 비밀이다.(웃음)  반면 가장 끔찍했던 일 > 공연 초반이었을 거다. 공연이 끝나고 등에 담이 심하게 걸렸던 적이 있다. 공연을 하다 그런 근육통이 온 것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아팠다. 의상이 무거워서 그랬는지, 허리를 빳빳하게 펴고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일로 보름 정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팬텀에게 질투를 느꼈던 순간 >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홀려서 그를 음악의 천사라고 할 때와, 마지막 장면에서 팬텀에게 키스할 때. 난 목 매달려서 죽을 것 같은데 왜 키스를 하는 건가. ‘도대체 왜 내 앞에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때 정말 질투가 많이 났다.

 

+  손준호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일 > 좀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크리스틴과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서 크리스틴에게 빨간 스카프는 어디 있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만 빨간 립스틱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크리스틴 다에, 그 빨간 립스틱은 어떻게 하셨죠?” 이렇게 대사를 하고 나선 웅얼거리며 그 장면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웃음) 반면 가장 끔찍했던 일 > 크리스틴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려 막는 장면에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는데, 총의 화약 파편이 눈에 들어가서 그 장면 이후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쪽 눈을 감고 공연했던 것. 아마 관객들은 황당했을 거다. 저 배우는 왜 윙크를 하고 있을까 하면서. 팬텀에게 질투를 느꼈던 순간 > 크리스틴이 뒤돌아서 있는 팬텀을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낼 때, 그녀가 팬텀에게 키스하기 직전, 그 순간이 미치도록 질투 나고 싫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 크리스틴. 크리스틴이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잊지 못할 그 순간

+  피르맹  김봉환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을 때 일본에서 ‘배우 김봉환 님’이라고 적힌 카드와 선물이 온 적이 있다. 뭔지 궁금해서 뜯어 봤더니 일본 관객이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연을 보러 왔다가 일본으로 돌아가서 보낸 선물이었다. 일본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을 봤지만 내가 연기한 피르맹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서툰 한국어로 카드를 보내온 거다. 장기 공연인데 건강하게 공연을 잘 마치길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받아서 굉장히 고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지킬 앤 하이드>도 보고 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뮤지컬이 힘을 발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고 기억에 남는다.

 

+  앙드레  서영주                                                                                 
일단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오페라의 유령> 초연 당시 차 사고가 나서 본의 아니게 일주일 동안 공연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큰 사고 없이 공연을 마무리해 내 자신이 대견하다. 초연의 아쉬움 때문에, 특히 이번에는 1년 동안 장기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게 기억난다. 운동도 하고, 무엇보다 술을 조절해 마셨다.(웃음) <오페라의 유령> 같은 작품은 전용 공연장에서 계속 공연을 해야 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막을 내려서 아쉽지만 언젠가 다시 공연된다면 꼭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칼롯타  윤이나                                                                                 
날씬해 보이기 위해 드레스의 패치 코트를 조이고 무대에 올라갔다 숨을 크게 쉴 수 없어 노래를 부르다 혼절할 뻔했던 일, 인터미션 때 진지한(?) 잡담을 하다가 의상을 잘못 입고 무대에 나가기 직전 혼비백산이 되어 의상을 갈아입었던 일, ‘돈주앙’ 장면에서 폼나게 사과를 던진다는 게 그만 무대 밖으로 던져버린 일, 피앙지의 속삭임에 웃음을 참느라 혀를 깨물고 연기했던 일 등등.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차,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웃음 짓게 되는 순간들이 많지만 칼롯타로 지내면서 행복했고,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한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그리고 관객 분들 모두 사랑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9호 2011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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