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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Director`s Choice] 베스트 신 [NO.91]

정리| 배경희 2011-05-03 4,015

<더뮤지컬>이 선정한 네 작품의 연출가들이 말하는 내가 사랑하는 장면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장유정 연출
내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쓴 건 2002년이다. 그리고 이듬해 공연 제작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제작사가 한 장면을 빼면 공연을 올려주겠다고 하더라. 그때는 팬시한 소극장 뮤지컬이 유행일 때라 분위기가 무거우면 관객들이 안 좋아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10개 중 9개를 포기한다고 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지 않나. 내게는 ‘편지’가 그런 장면이었다. ‘편지’는 최병호가 말 못할 사연 때문에 떨어져 지내던 딸을 만나 부르는 노래다. 노래가 끝나면 아버지가 소녀에게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고, 핑계도, 변명도 없이 오로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에 얼음장처럼 굳어있던 딸의 마음이 녹아 버린다. 기대했던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의외인 말이기도 한 셈이다. 살다보면 미안하다고 진심을 말해야 할 순간들이 많지만 정작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기가 없거나 아니면 내가 미안해해야 한다는 것조차 몰라서. 아버지가 딸에게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 진심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참 살 맛 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 <오디션> 박용전 연출
<오디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수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낸 멋지고 진지한 장면들이 먼저 떠올랐지만, 아이가 돌잡이하듯 편하게 골라 보라고 한다면 찜질방 신을 이야기하겠다. 찜질방에서 밴드 매니저 초롱이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 말이다. 이건 소위 말하는 ‘멋진’ 신은 아니다. 복스팝 멤버들이 잔뜩 긴장하고 역사적인 첫 공연을 하려는 순간, 보컬 병태의 무대 공포증으로 공연을 망치고 절망하는 장면이니까. 글로 설명하면 꽤 심각해 보이는 상황인데 실제 공연 중 이 장면은 참 경쾌한 웃기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 이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 능력치에서 가장 유치하게 가자고 선택을 했던 거다. 관객들이 “명장면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답하겠지만, <오디션>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인 것 같다. 실패까지도 아름다웠던 그 경쾌함에 한 표를 던진다. 

 

 

 

 

+ <지킬 앤 하이드>  데이비드 스완
겉보기에 하이드는 그저 사악한 악인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 하이드는 도덕성과 수치심, 죄책감에서 자유로운 지킬의 원초적 자아다. 그래서 이 장면을 연습할 때마다 배우들에게 짜증이 나고 분노가 치밀 때, 그리고 무언가를 원하는 감정을 느낄 때마다 한번 더 생각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묻는다. 그것이 바로 하이드라고. <지킬 앤 하이드>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The Transformation’과 ‘Alive’인데 이는 하이드가 세상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에서 우리는 이제 막 세상에 등장한 하이드의 시선으로 우리에겐 익숙한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욕망과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는 하이드는 늘 그러한 갈등에 시달렸던 지킬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거침없고, 기운이 넘치는 열정적인 모습이다. 관객들이 하이드를 통해 느끼는 이러한 에너지와 자유는 이 장면을 가장 스릴 있고 강한 인상을 주는 장면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이 내가 ‘The Transformation’과 ‘Alive’를 좋아하는 이유다.

 

 

 

 

 

 

 

 

 

 

 

 

 

 

 

 

 

 

 

 

 

 

 

 

 

 

+ <천국의 눈물> 가브리엘 베리
<천국의 눈물>에서 한 장면을 고른다면 감동적이면서 놀라운 순간들로 가득한 1막 중반의 장면을 꼽고 싶다. 베트콩 편에 서서 싸우고 있는 썽과, 린이 ‘누굴 믿을 수 있나’라는 이중창을 부르는 장면이다. 뒤이어서 린이 살고 있는 건물은 습격을 당하고, 관객들은 썽을 따라서 베트콩의 은신처로 향하게 된다. 이중창은 삼중창으로 이어지고 앙상블이 가미된 채 강렬하게 마무리된다.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브리지 세트가 활용되며, 그림자와 영상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무엇보다도 강렬한 음악을 통해 베트남 전쟁이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2막에 나오는 ‘비처럼 내리는 불길’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역동적인 안무와 조명 그리고 영상으로 투사되는 이미지와 폭발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전쟁이 지닌 파괴력을 실감케 한다. 약 5분 동안 백여 개의 조명, 영상, 음향 큐들이 맞물리면서 엄청난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은 우리 팀이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땀으로 빚은 멋진 결과물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1호 2011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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