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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이럴 줄 알았어 [No.80]

정리| 배경희 2010-06-03 5,571

이럴 줄 알았어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뭐 괜히 있나. 나도, 너도 신인이었던 시절 난 한눈에 척 알아봤다. 네가 이렇게 잘될 거라는 걸. 

 

 

 

 

 

 

 

 

 

 

 

 

 

 

 

 

 

 

 

김법래 -> 고영빈
99년이었나. 서울시립 가무단 시절 영빈이를 처음 만났다. 첫 느낌은 굉장히 아기 같았다. 얌전하고 섬세하면서…  왜, 말 안 하고 멋있는 척하다가 웃기려고 농담을 한다는 게 오히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사람 있지 않나. 그게 영빈이다. 하하. 영빈이가 지금은 춤을 잘 추지만 원래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외부 작품으로 <캣츠>를 하게 됐을 때 안 지려고 정말 죽어라고 열심히 하더라. <캣츠>엔 춤 잘 추는 배우들이 워낙 많이 참가하니까. 그때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잘되겠다 싶었는데, 잘됐지. (웃음) 몇 년 전 <바람의 나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이제는 성질낼 줄도 알고 (웃음) 남자다워지고 진짜 배우다워진 것 같다.

 

서범석 -> 서지영
서지영 누나하고는 뮤지컬 입문을 같이한 동기다. 94년에 극단 맥토의 부설 ‘뮤지컬 아카데미’를 같이 다녔으니까. 뮤지컬 아카데미는 6개월 트레이닝 과정이었는데 그야말로  지옥 훈련이었다. 그때 아마 처음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을 정도로 더웠는데 그 날씨에 타이즈 입고, 하늘 노래지는 걸 경험하면서 스트레칭 하느라 고생 많이 했다. 현대무용, 발레, 재즈댄스를 배우면서 땀도 엄청 흘렸고. 참고로 그때 서지영 누나는 다리가 안 찢어졌지만, (웃음) 누나가 노래도 잘하고 예뻐서, 이 누나는 나중에 주인공 맡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나중에 정말 여우주연상도 받았지.

 

김영주 -> 김선영, 박준면
선영이하고 준면이는 지금도 친하고 인정하는 뮤지컬 배우다. 두 사람 다 2000년 <렌트>를 통해 가까워진 친구들이다. 그때 내가 조앤, 선영이가 모린 역을 했는데 그렇게 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었다. 선영이하고 듀엣으로 ‘Take Me or Leave Me’를 부르는데 노래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으로 올려서 내는 파워풀한 고음! 그때 준면이도 같이 오디션을 봤는데 하고 싶어 했던 모린은 못하고 솔리스트에 캐스팅됐다. 인상적이었던 건 오디션 결과가 발표되자 준면이가 그 자리에서 안 한다고 하고 당차게 그냥 나갔던 거다. 그때 되게 놀랐는데 속으로 와, 멋있는 친구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둘 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 괴물이라는 생각도 했고. 그때 너무 힘들어서 셋이서 공연이 끝나면 거의 매일 굉장히 많은 양의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최정원 -> 오나라
나라를 처음 본 건 96년 <사랑은 비를 타고> 연습실에서다. 그때 나라가 학교를 다니면서 도와주는 학생으로 연습실에 왔다. 여배우가 나 한 명밖에 없었던 데다 나라가 쑥스러움도 잘 안 타고 워낙 밝고 예뻐서 우리들의 기쁨조로 불렸다. 단체로 엠티를 갔다가 리조트에서 리딩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라가 대사를 다 외우고 있던 게 기억이 난다. 똘똘하고 참 열심히 해서 앞으로 잘될 것 같았던 친구 중의 한 명이었다. 극단 시키에 입단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일찍 두각을 드러내진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돌아온 후에 <아이 러브 유>, <김종욱 찾기> 등 다 잘됐으니까 앞으로도 늘 하던 것처럼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이석준 -> 이건명
두말할 것도 없이 이건명이다. 건명이하고는 대학 동기기도 하다. 어릴 때는 내가 제일 잘 할 것 같고 꿈도 크게 가지니까, 잘 나가는 선배들도 안 무섭고 무서울 게 없는데 건명이는 무서웠다. 맡고 싶은 배역이 있으면 정말 집요하게 연습을 해서 어떻게든 해냈거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고 믿는데, 그걸 보다보면 쟤는 정말 저걸 할 것 같아 하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렌트>의 마크를 꿰차고, 그걸 시작으로 정말 날개 단 듯 쭉쭉 올라가더라. 굉장히 배 아프고 부러웠다. 지금 하고 있는 <미스 사이공>의 크리스도 그 친구가 오래 전부터 하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역이다. 보통은 포기할 법도 한데 결국 해내는 걸 보니 역시 대단하다. 여전히 내가 가장 많이 의지하는 친구이자 경쟁을 붙게 된다면 아직도 겁이 나는 친구다. 

 

양꽃님 -> 김선영
십년 전에 <페임>을 보는데 메이블을 맡은 친구의 가창력이 너무 좋은 거다. 저 친구 참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공연을 보고 나서 그녀가 김선영 씨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그게 데뷔작이었는데도 얼마나 맛깔스럽게 잘하던지. 노래를 잘 부르기만 하는 사람이 있고, 노래를 연기하듯 잘 소화하는 사람이 있는데 김선영 씨는 노래를 연기적으로 참 잘 부르는 것 같다. 데뷔 후에 꾸준히 성장해서 상도 받고, 지금은 나보다 더 알려져 있고, 좋은 배우인 것 같다. 같이 공연을 한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사람 냄새 풍기는 친구인 것 같다. 해가 갈수록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0호 201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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