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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함께하기엔 조금 부끄러웠어요 [No.80]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정리| 김유리 2010-06-03 5,697

함께하기엔 조금 부끄러웠어요

가족의 달 5월, 모처럼 가족과 함께 나선 뮤지컬 나들이에서 생각지 못한 장면에 화들짝 놀라 부끄러워했던 기억을 더듬어본다.


설문대상 | 더뮤지컬 독자
설문방법 | 독자 메일링, 더뮤지컬 블로그(blog.naver.com/themusicalp)
※ 설문 코너에서는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뮤지컬 관련 설문을 매달 <더뮤지컬> 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할 의사가 있거나 설문 주제를 제안하고 싶은 독자는 julie@themusical.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5월호 선물 당첨자 |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 Lesmis, 키아, 우남이 -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티켓 각 2매


Q. 함께하기 부끄러웠던 장면의 추억


노출의 기억

<스프링 어웨이크닝> 멜키어와 벤들라의 러브신
설문 주제를 보았을 때 딱 떠올랐을 정도로 강렬했던 기억이었다. 멍~한 상태로 1막 마지막을 본 후 인터미션이 지나 2막이 시작되었는데 그 장면을 다시 한 번 보여줘서 또 다시 멍~. 왠지 부모님과 함께 본다면 헛기침조차 조심할 것 같은 장면이었다. (우남이)
오빠랑 보러 갔다가 공연 내내 무대만 바라보는 뻘줌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배우의 머리 스타일로 화제를 돌려 그나마 화기애애하게 올 수 있었다. (Jaly)

 

<미스 사이공> 1, 2막 유흥가 신
유흥가에서 반라의 미스 사이공들이 춤을 추는 걸 엄마와 맨 앞에서 보는데, 엄마는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하셨다. 곤란하기보다는 참 민망했던 상황이었다. (Lesmis) 
엄마, 오빠, 나 셋이 갔는데, 좌석이 앞 두 자리, 뒷자리 하나 이렇게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오빠와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앞에 앉고, 엄마가 뒤에 앉았다. 오페라 <나비부인> 같은 이야긴 줄 알고 갔는데, 전광판에 유흥가를 알려주는 그림이 현란하게 반짝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는데도 오빠의 눈을 가려버렸다. 그래도 그런 그림 덕분에 스토리 이해는 잘 되었던 것 같다. 하하. (츈호빵맨25)

 

<그리스> 로저의 궁뎅이 까기 신
남동생이랑 갔는데, 로저가 친구들 앞에서 엉덩이를 까는 ‘Mooning’ 장면에서 깜짝 놀라 화들짝! 움직였는데, 옆에 있던 동생이 더 놀라서 ‘으억!’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나의 반응은 동생에 묻혔다. (키아)

 

격한 애정 신

<쓰릴 미> 그와 나의 키스신
작년 이맘때 엄마와 함께 보러 갔는데, 마침 자리도 앞쪽 명당자리였다. 그와 나의 키스 후 둘의 입술 사이에 흐르는 조명을 받아 반짝이던 실 같은 액체. 그냥 하는 척만 하는 줄 알았던 나와 엄마는 웃음도 나고 민망하기도 하고…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sshh6786)
내가 가지고 있던 지난해 <쓰릴 미> 프로그램 북을 보시고 엄마가 같이 보자고 하신 적이 있다. 잘생기고 호감 가는 배우가 많이 나와서 그러신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들 때문에 ‘무슨 내용이냐, 나도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애써 얼버무렸던 기억이다. (쁘랭땅) 

 

<지킬 앤 하이드> ‘Dangerous Game’ 신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부모님을 보여드리겠다고, 겨우겨우 앞자리 좌석을 예매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하필 거기가 ‘Dangerous Game’ 완전 정면 좌석이었다. 2막 내내 부모님 얼굴이 어땠을지 상상하며 혼자 안절부절못하고 기도했다, 그 장면 빨리 끝나게 해달라고.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였는데 이날만큼은 왜 이리 야속하던지. (키아)

사실적 묘사

 

사실적 묘사

<맨 오브 라만차> 알돈자 폭행 신
극 중 알돈자가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같은 여자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희롱을 당하고 나중에 폭행을 당할 땐 너무 사실적인 표현에 맨 앞줄에서 본 나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sshh6786)
추석 때 어머님과 함께 관람했다. 알돈자가 불쌍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옆에 계신 어머님 눈치가 보이더라. 휴. 그래서 극에 초초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최대한 무대에만 집중!! (미니이리)

 

관객 참여형 무대

<염쟁이 유씨>
사정이 생겨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공연을 보러 갔는데, 입장 전에 어머님이 친구 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오신 걸 알아버렸다. 들킬까봐 앞에서 몸을 숙이고 조용히 보고 있었는데, 유순웅 배우가 나와 내 일행을 무대에 불러 세우시는 바람에 나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버렸다. 이후 관객 참여형 공연을 피하고 있다. 하하. (oldmaysong)

 


개인적 이유

<맘마미아> ‘Slipping through My Fingers’ 신
엄마랑 보러 갔는데, 극 중 엄마인 도나가 시집보내는 딸을 보며 이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났다. 엄마는 조용히 손을 꼭 잡고 “뭐 그런 거 가지고 울어. 너 엄마한테 잘했어.”라고 하셨다. 사실 엄마는 미처 생각 못하고, 4살, 6살짜리 우리 딸 어떻게 시집보낼까 생각하니 눈물 난건데, 참 미안하고 민망했다. 음, 역시 내리사랑인가 보다. (Lesmis)

 

<쓰릴 미> ‘내 동생을 죽이면’ 신
한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남동생과 말도 안하고 지내다가 화해하려고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내 동생을 죽이면’ 신에서 영영 의절할 뻔했다. 남동생은 일부러 이 작품을 고른 건 아닌지, 그 가사가 내 마음은 아닌지,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삐약유진)

 

 

 

Q. 민망한 장면이 나오는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헉!!!!!
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이 장면 빨리 끝내줘!
앞만 보자.
이건 예술일 뿐이야!!
인터미션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하지? 어후.
어우 땀나.
에라, 모르겠다.


Q.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방법은?

석고상처럼 무대만 뚫어져라 본다

장점 : 본인과 동행인 모두를 위한 방법. 어쨌든 겉으로는 서로 민망함을 피할 수 있다.
단점 : 일시적 편두통이 발생하고, 목 마비 현상으로 진짜 석고상이 될 수도 있다.
손에 땀이 많이 차서 사귄 지 얼마 안 된 연인인 경우 더 부끄러워질 수 있다.

인터미션 때 나름의 위트를 발휘해 어색함을 무마시켜본다

장점 : 없다. 이미 내 말은 중언부언이다.
단점 : 조용히 넘어가도 될 일을 굳이 다시 꺼내 이야기하는 셈.
동행과의 관계도 어색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0호 201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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