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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라카지> 남경주 [No.106]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2012-07-30 4,435

 

그 남자의 얼굴, 남경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나이 들기

 

 

데뷔 이후 30여 년간 남경주는 한국 뮤지컬의 대표 얼굴로 살아왔다.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을 시작한 2000년대 이전까지 그는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유일한 뮤지컬 스타였고, 터프하고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은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무대에서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을, 뛰는 것보다 춤추는 것을 더 좋아했던 청춘 스타는 어느덧 세월의 멋을 아는 중년의 배우가 되었다.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기보다는 나이듦의 자연스러움을 배역에 덧입힌 그의 무대는 이전만큼은 아닐지언정 여전히 뜨거운 환호 속에서 빛나고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작 <넥스트 투 노멀>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장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남경주의 <라카지> 무대가 기다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카지>의 조지는 남경주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게이 캐릭터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뮤지컬 배우로 살아오면서 그가 만났던 수많은 캐릭터들과는 분명 다른 캐릭터이지만, 남자인 아내를 두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조지의 삶은 보통의 가장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년간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해온 로맨틱한 남편이자, 아들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자상한 아버지이며, 자신의 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제작자이자 연출가로 살아가는 조지. ‘천사 같은 딸과 좋은 아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한’ 남경주는 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작품 안에는 나오지 않지만 조지 역시 게이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으로 인한 불편함을 겪었을 거예요. 현재의 참을성 많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은 가장의 모습과, 라카지 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쇼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는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그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 왔겠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들로부터 잘 ‘살아내는’ 조지처럼,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남경주는 캐릭터 안에서 자유롭기 위해 배우로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자신을 구속시키고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라카지>와 <시카고>를 동시에 공연하게 된 그는 “결과보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그가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고 캐릭터를 고민하는 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된 일이다. 책을 통해 배우의 삶에 깨달음을 얻고, 악기 연주를 통해 무대 위에서 필요한 다양한 감각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 “예술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고 특별함에서 평범함을 찾는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쪼개서 배우고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죠. 신은 절대 공짜로 주시지 않거든요.” 30여 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아직도 자신이 바라는 직업인으로서의 배우가 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남경주. 그가 변함없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기 위해 ‘사람은 자신이 꿈꾸는 대로 살아간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6호 2012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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