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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세 가지 색, 하반기 기대작 대전 [No.108]

글 |김영주 2012-09-10 3,699

<레 미제라블>·<루돌프>·<완득이>

 

 

 

 

 

오랜 기다림, 특별한 기대 <레미제라블>

이제 2012년도 남은 달력이 몇 장 되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에 기대할 만한 작품, 설레는 마음으로 달력에 체크를 해두고 개막까지 손꼽아 기다릴 만한 뮤지컬을 골라보자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하지만 <레 미제라블>이다. 27년을 기다린 뮤지컬 빅4 마지막 작품이라는 홍보문구에서 이 작품이 어떤 뮤지컬인지 여러분도 이미 알지 않느냐는 자부심과 확신이 느껴진다. 오는 11월 3일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막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공연을 마치고 내년 4월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로 입성한다.

 

올 12월에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가 장 발장과 자베르로 연기 대결을 펼치는 영화판 <레 미제라블>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소치 올림픽을 목표로 컴백을 선언한 김연아의 프리 프로그램 역시 <레 미제라블>의 주요 곡들로 이루어진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뮤지컬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체의 키워드로 <레 미제라블>이라는 이름이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지나치지 않다.

 

거대한 역사의 질곡을 무대 위로 옮길 때 그 광대함을 표현하게 하는 것은 앙상블의 수나 무대장치의 규모가 아니라 곡의 스케일이다. <레미제라블>은 혁명을 외치는 젊은 대학생들의 합창곡뿐만 아니라 에포닌이나 판틴 같은 비련의 여인들이 자신의 삶과 사랑에 대해 터질 듯한 가슴으로 부르는 발라드 곡조차 ‘빅 송(Big Song)’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하게 해주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각국의 장 발장들이 국기를 앞세우고 한 소절씩 나누어 불렀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천안문 사건 당시 CNN에서 시위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배경음악으로 줄기차게 틀어주었던 곡이기도 하다. 민중의 분노와 열망을 비장미가 가득한 행진곡풍으로 살려낸 이 곡과 한 쌍으로 기억되는 ‘One Day More’  역시 빌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였던 1992년 선거 유세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쓰였다.


이처럼 <레 미제라블>에는 단순히 좋은 곡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호소력을 가진 곡들이 많다. 5년 만의 대선으로 한참을 온 나라가 시끄러워질 시점에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사람들의 가슴에 <레 미제라블>의 주요 곡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와 닿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캐머런 매킨토시가 직접 오디션을 관리할 정도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캐스팅된 배우들은 최소 10개월 최장 3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작품에 원 캐스트로 합류하게 된다. 작품의 퀄리티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세부적인 사항들까지 모두 자신들의 기준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 대형 뮤지컬의 제작사들조차 한국 공연계의 관행으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멀티 캐스팅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다. 장기 공연에서 단독 캐스팅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여느 반응이라 생각하면 기자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입을 모아 말했던, <레 미제라블>이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에게 얼마나 큰 목표이자 꿈이었는지에 대한 고백이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꿈이었던 일을 마침내 이루게 된 사람들이 함께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특별한 에너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오페라의 유령> 초연을 비롯해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트레버 넌의 오리지널 프러덕션에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손길이 더해진 이번 <레 미제라블> 한국 공연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작품의 수준만이 아니라 그 마법 같은 에너지가 작품에 안겨줄 새로운 영광이다.

 

 

 

 

 

 

빈 뮤지컬,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 <황태자 루돌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독식하던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에 프랑스 뮤지컬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하지만 자국 내에서도 성공을 거둔 주요 작품들이 많지 않은 한계로 곧 레퍼토리가 바닥이 났다. 그 빈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타 르베이 콤비가 함께 만드는 빈 뮤지컬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이 연이어 흥행 대박을 기록하면서 유럽의 궁정을 배경으로 하는 화려하고 낭만적인 뮤지컬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독일어권 뮤지컬계가 프랑스 뮤지컬 시장보다야 크다고 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통할 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레퍼토리가 적은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와 <엘리자벳>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빈극장협회와 확실한 커넥션을 갖게 된 EMK가 선택한 다음 카드는 <황태자 루돌프>이다. 우선 상반기 최대 히트작 <엘리자벳>에서 연결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황태자 루돌프>는 독일어권 뮤지컬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창작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타 르베이의 작품이 아니라, 프랭크 와일드혼이 유럽 뮤지컬계에서 작업한 첫 뮤지컬이이다.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제국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헝가리에서 초연을 했고 오스트리아를 거쳐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지킬 앤 하이드>, <몬테 크리스토>의 성공으로 한국 관객들의 취향에 딱 맞는 작곡가라는 확신을 제작자에게 심어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하고, <몬테 크리스토>에서 함께 작업했던 잭 머피가 대본과 가사를 썼다.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황실과 세기말 빈의 정서를 이해하는 미하엘 쿤체의 손에서 태어난 것을 생각하면 두 미국인이 저 비운의 황태자를 주인공으로 했을 때 어떤 작품이 나올지 우려 섞인 기대를 하게 된다. 루돌프 황태자와 마리 베체라의 동반 자살 사건은 이미 영미권에서도 여러 차례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영국이 자랑하는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의 73년 작인 드라마 발레 <마이어링>인데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우울한 궁중 심리극이다. 이에 비해 <황태자 루돌프>는 절대 권력을 쥔 아버지가 상징하는 구세계와 대립하다가 절망한 끝에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관계의 연인과 함께 젊은 나이에 자살을 한 황태자의 이야기에 일반적으로 기대할 만한 낭만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역사 왜곡일지도 모르지만 멀고 먼 나라 왕자님의 이야기로 보게 될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이편이 나을 듯하다. 그동안 성공을 거둔 독일어권 뮤지컬과 달리 브로드웨이 창작자들이 빈극장협회와 함께 만든 특이한 탄생 배경을 가진 작품이 한국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을 모은다.

 

 

 

 

 

 

베스트셀러 소설, 500만 관객 영화,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완득이>

<명성황후>, <영웅>으로 역사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극장 창작뮤지컬 제작에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에이콤의 신작은 예상 밖의 작품이다. 민족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비범한 인물들을 부활시키는 데 집중했던 윤호진 연출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이라고 칭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자기 스타일로 살아가는 고교생 완득이를 뮤지컬 무대로 소환했다. 장애인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 달동네 옥탑방 이웃인 이상한 담임선생님, 그리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별 같은 동급생 윤하, 이렇듯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웃들의 현실을 무대화하는 것은 사실 에이콤보다는 학전이나 수박 같은 단체에 기대할 법한 작업이다.


에이콤 측은 “그간 비장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계속 해오다 보니  밝고 에너지 있는,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소스를 찾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직원들끼리 돌려 보던 원작 소설이 정말 재미있어서 대표님께도 권해드렸다. 맘에 들어 하시면서 뮤지컬 판권을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3년 전에 영화보다 먼저 판권을 구입했는데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뮤지컬이 더 늦게 나오게 됐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기존의 창작뮤지컬 작곡가들이 소극장 데이트 뮤지컬 아니면 아예 스케일이 있는 대극장 스타일 위주라 새로운 음악을 기대할 수 있는 작곡가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물색하던 중에 윤호진 대표와 사적으로 인연이 있던 동물원 출신의 박기영을 영입하게 되었다. 음악적으로 편중되는 장르가 없고 다양한 악기를 섭렵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또 한 사람의 익숙한 이름을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김조한이다. 완득이의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킥복싱 장면에 필요한 박력있는 음악을 랩으로 표현하기로 하고, 흑인음악에 정통한 작곡가를 찾았다. <스트릿 라이프>에서 기대를 모은 젊은 안무가 정도영은 킥복싱 동작이 포함된 역동적인 군무를 만들어냈고, 박기영 작곡가는 나름 치열하지만 또 소소한 완득이의 삶을 서정적인 음악으로 표현했다. 700석 정도의 중극장 규모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무대에서 초연을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8호 2012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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