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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저작권과 표절 2 [No.108]

글 |이민선 2012-09-24 4,003

국내 공연계 저작권 보호 현실   

         

창작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력하면 분명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연계의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는 당당히 내 것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식적인 저작권 등록

저작자가 작품을 창작하는 순간, 어떤 절차나 형식을 거치지 않더라도 저작자에게는 자연적으로 저작권이 발생한다. 저작자는 별도로 저작권 등록이라는 절차를 밟지 않아도 헌법과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저작권 등록을 해두면 법적으로 저작자임을 추정받고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부여받아, 후에 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손쉽게 저작권 소유를 증명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저작권 등록은 저작자가 직접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신청할 수도 있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나 한국영상산업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등의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에 저작권 관리를 위탁할 수도 있다. 지금은 직접 저작권위원회를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 등록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신청 가능하다. 소정의 수수료(오프라인 신청 시 3만 원, 온라인 신청 시 2만 원)와 등록면허세(1,800원)를 지불하고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수리된 저작물에 한해 저작권이 등록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 가능한 저작물로는 소설과 시 같은 어문 저작물과 음악 저작물, 영상 저작물, 그리고 연극 및 무용, 무언극 등 동작으로 표현되는 연극 저작물 등이 있다. 또한,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각색 등의 방법으로 창작한 2차적 저작물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공연을 올리는 기본 재료가 되는 창작 희곡 및 뮤지컬 대본, 연극의 배경음악이나 뮤지컬 음악, 무용극의 안무 등이 저작물로서 등록 가능하다. 타 장르의 원작을 토대로 뮤지컬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아 원저작물의 내용과 제목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이에 새로운 창작성을 더해 뮤지컬 대본을 작성했다면, 이 2차적 저작물에도 새로운 저작권이 발생한다. 하지만 실제로 창작자가 직접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을 등록한 사례는 많지 않다. <광화문 연가>와 <셜록홈즈>, <막돼먹은 영애씨>의 대본을 비롯하여 <김종욱 찾기>의 뮤지컬 넘버, 미발표된 공연 대본 등 200여 건 남짓이 전부다. 국내 저작권은 창작 시점에서 자연 발생하는 무방식주의를 택하고 있고,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다고 무조건 보호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연 계약을 통한 저작권 보호

뮤지컬 제작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뮤지컬의 저작권은 누가 가질까. 현재 국내법에서는 공연을 결합저작물로 파악하고 있다. 대본과 음악, 안무, 의상, 조명 등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 각각을 저작물로 보고, 공연은 그 저작물들의 집합체로 본다. 각 요소들은 분리돼 이용될 수 있으므로, 작가와 작곡가, 안무가 등은 각자의 작업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제작자의 경우, 그가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창작을 의뢰했다 하더라도 아이디어는 창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물론 대본을 구성할 때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그 기여도를 인정받으면 제작자도 공동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가질 수는 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과는 별도로 저작물의 구현과 제작에 힘쓴 것에 대해 저작인접권이라는 권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작물을 연기와 무용, 연주, 가창 등의 방법으로 표현한 자, 즉 배우 및 연출가는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를 갖게 된다.


뮤지컬 대본과 음악, 안무 등은 독자적으로 활용되기보다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결합되는 것이므로, 각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권자와 이용자, 즉 창작자와 제작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뮤지컬 창작자들은 제작자와의 계약을 통해 저작권을 관리하는 셈이다. 따라서 뮤지컬에서 저작권의 보호와 이용을 위해서는 계약서 작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미미했던 저작권 소유나 권리 주장에 대한 인식이 최근에 대두되면서, 당장은 어떤 방식과 조건으로 저작권 계약을 해야 할지 지침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창작자들뿐만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은 공연 선진국처럼 그들이 합리적인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표준 계약서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뮤지컬계에서 통용되는 표준 계약서가 마련되기 전에는 제작자와 창작자가 제각각의 방식으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후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명시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료 지급 시기와 방식, 저작물의 이용 허락 기간, 이용 범위, 저작권 위반 시 처벌 조항 등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관례적으로 제작자에게 권리가 귀속되는 양도 계약을 주로 맺었으나, 최근에는 창작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3년 정도의 단기적인 이용 계약을 원하고 있다. 이용 계약을 맺은 경우, 제작자는 저작권이 아닌 저작물의 공연권을 갖는다. 저작권료 지불에 대해서는 공연 전에 지정된 금액을 계약하거나 공연 종료 후 총매출액의 일정률을 지급받는데, 최근에는 영화계 상황을 벤치마킹해 러닝 캐런티 지급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다. 한 작품이 재공연될 때, 연출가는 바뀌었으나 초연의 연출 컨셉을 유지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최근에는 공연 계약 시 초연 연출가로서의 권리를 요구한 예도 있다.

 

 

 

공연계 저작권 보호의 어려움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작가와 작곡가, 연출가, 안무가 등은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갖는다. 자신의 저작물임을 증명할 수만 있으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대본과 음악의 경우, 문서나 음원 등의 형태로 보존할 수 있어서 저작물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안무나 연출은 사람의 움직임의 형태로 드러나, 그 결과를 기록물로 남기기 쉽지 않다. 무용의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 등록 시 무보나 영상물을 제출하면 되고, 연출 내용 역시 간편하진 않지만 연출 노트나 회의록, 영상물로 증명할 수는 있다. 세트나 조명, 의상 디자인 역시 스케치 및 사진으로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물 기록 방식의 난해함보다는 연출이나 안무, 디자인을 저작물로서 인식하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은 현실이 이들 분야의 저작권 인정을 어렵게 한다. 더불어 무대나 의상, 조명, 음향 등은 기본적으로 대본에 기반하며 작품들마다 어느 정도 비슷한 방식으로 디자인되는데, 표현의 창작성 정도에 따라 한정된 범위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어서 이들의 저작권과 관련된 협의 및 계약은 더욱 복잡해진다.


국내에서 뮤지컬의 각 요소들을 저작물로 기록하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대부분의 창작뮤지컬에서 완성된 저작물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작 단계에서 연습을 진행하는 동안은 물론, 공연을 개막한 후에도 대본 및 음악, 연출이 끊임없이 수정되곤 한다. 저작자 자신도 그의 저작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물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저작물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억울해도 저작권 권리 주장을 하기 어렵다. 저작자로서 저작물을 꼼꼼하게 보존하기 이전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을 제대로 완성시키는 창작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수의 협업자들이 한 작품의 창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의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서로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듭하며 작품이 발전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상대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변형하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 연출가가 마음대로 대본을 수정하거나 연출가를 교체한 후에 그의 작업 내용을 그대로 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이는 분명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이다. 하지만 해당 창작자는 억울해할 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현실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8호 2012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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